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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숲이 울울창창하다. 산과 들이 모두 초록빛 연가라도 부르는 듯하다. 숲에 참나무가 많은 이유는 건망증이 심한 다람쥐 때문이라던가. 다람쥐는 도토리를 주워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땅속에 묻어 양식을 비축한다.

하지만 건망증이 심해 자기가 묻은 도토리를 어디에 묻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덕분에 땅 속에 묻혀 있던 도토리가 봄이면 싹을 틔운다. 그렇게 숲은 푸르게 물든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짙게 물들었다.

한여름 산행 중 계곡 산행만큼 좋은 루트는 드물다. 영남 알프스의 산군 가운데 하나인 재약산과 철구소 그리고 주암계곡을 만나기로 했다. 초록으로 짙게 물든 숲을 걷고, 시원한 계곡을 끼고 도는 여름 산행은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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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구소...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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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길...
▲ ...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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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발을 담그고...
▲ 재약산... 계곡에 발을 담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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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어곡 에덴 벨리 고갯길을 넘어 배내골로 접어들었다. 배내골로 쭉 접어들어 철구소 펜션 앞에서 내렸다. 개천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철구소 펜션을 지난다. 출렁다리를 건너 철구소 계곡으로 접어든다. 밀양의 호박소 계곡·파래소 폭포와 함께 영남 알프스 3대 소(沼)에 속하는 철구소는 깊이가 7m를 훌쩍 넘는다. 전설에 의하면 호박소·파래소·철구소 계곡은 그 세 곳의 물길이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철구소 계곡을 따라 걷는 길. 계곡을 낀 숲으로 접어들자 용주암 표지판이 나온다. 용주암 방향으로 얼마쯤 걷다가 중도에 넓은 길을 버리고 좁은 산길로 올라섰다. 계곡 물소리 들으며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나아간다. 습도가 높아 땀이 맺힌다.

개망초꽃...
▲ 재약산... 개망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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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리꽃...
▲ 재약산... 산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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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오름길을 계속 걷다보니 산나리꽃·개망초·큰까치수염 등 야생화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오르막 끝에 조망이 탁 트이는 능선 길에 선다. 재약산 천황새 죽전삼거리다. 재약산 정상까지는 아직 2.8km나 남았다. 초록빛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넓은 사자평원은 초록빛으로 뒤덮였다.

사자평원과 이별한 후 주암 쉼터에 도착했다. 주암 쉼터 앞에 서 있는 나뭇가지들에는 수많은 산악회 깃발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주암 쉼터에서 바라보는 재약산은 마치 새로이 산 하나를 올라가는 것마냥 까마득해 보인다. 몇 번이고 만난 길이지만 처음 산행 때처럼 언제나 힘들다. 그래도 습관처럼 다리는 계속 오름길에 붙는다. 붉은 나리꽃이 힘든 산행 길에서 쉼표처럼 미소로 반겨준다. 흐린 날에 꽃빛깔이 도발적이다.

재약산 정상이 지척이다. 바위를 오르고 재약산 정상에 선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안도하는 마음, 뿌듯한 마음도 크다. 역시 좋다. 간월산신불산영축산 등이 가깝게 혹은 멀게 보인다. 조망바위에 올라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7월의 푸르름에 물든 재약산 일대는 짙게 물든 초록빛으로 싱그럽다.

재약산 정상에서...
▲ 재약산... 재약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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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약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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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약산 정상에서 내려서서 숲길로 접어든다. 숲길을 걷다가 머리 위로 나뭇잎이 우거진 자리에 잠시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휴식을 취하다 내처 걷는다. 주암 쉼터를 다시 만나고 계곡을 건넜다.

계속되는 호젓한 숲속 오솔길에서 주암 계곡을 만났다. 물소리가 환하다. 계곡물은 얕게 흐르다가 곳곳에 있는 물웅덩이에 모여 작은 폭포들을 만들었다. 영남 알프스 일대는 거의 안 가본 길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발길이 닿지 않은, 숨은 길이 참 많다. 이렇게 좋은 주암 계곡을 여지껏 몰랐다니... 과연 영남 알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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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암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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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암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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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낀 이 길은 여름이면 시원하고 상쾌하다. 가을이면 사색하며 걷기에 좋을 듯한 길이다. 하루 온종일 입을 봉하고 걸어도 좋은 길, 울창한 숲길을 호젓이 걸으며 주암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가 닿으니 발길은 경쾌하고 기분이 삼삼하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발의 피로를 풀었다. 바위에 앉아 계곡 물소리를 듣다가 다시 걸었다. 올라간 만큼 내려가는 길도 오래 오래 걷는다. 한참 가다보니 오른쪽 머리 위로 심종태 바위가 보인다. 지극한 효성에 도둑들도 감복했다는 전설의 바위다.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할 정도로 제법 험한 바윗길이다.

나무계단 길이 얼마간 이어지다가 주암 마을로 내려선다. 계단 끝 주암 산장 앞에는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이제 단장천을 끼고 넓은 산책길 걸어서 용주암을 지나고 철구소 주차장으로 향한다. 단장천을 끼고 도는 산책길 역시 참 좋다. 단장천은 주암 계곡처럼 맑지는 않아도 제법 수량이 풍부해서 보고 듣는 맛이 있다.

철구소 펜션 앞 주차장까지는 길고 긴 여정이었다. 철구소 계곡을 만나고 사자평을 지나 재약산 정상에 닿았다. 주암 계곡 길을 걸어 내려와 다시 철구소까지 한 바퀴를 빙 돌았다. 모든 길이 다 좋았다. 철구소 계곡, 주암 계곡 심지어 단장천을 끼고 도는 산책길까지도 모두 반할 코스였다.

꼭 재약산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철구소 계곡이든 주암 계곡이든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날려버리기 좋다. 숲 속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보면 한여름 더위를 잊을 수 있다. 돌아서니 다시 가고 싶은 주암 계곡, 초록빛 울창한 숲과 그 맑고 힘찬 물소리가 귓전에 환하다.

철구소에서 재약산, 주암계곡을 지나 단장천을 끼고 걷다...
▲ 재약산... 철구소에서 재약산, 주암계곡을 지나 단장천을 끼고 걷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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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수첩
1. 일시 : 2014년 7월 5일 토요일. 약간 흐림
2. 인원 : 부산 포도원 교회 4명
3. 시간 : 8시간
4. 산행 : 주차장-철구소-용주암-사자평-주암쉼터-재약산 정상-주암쉼터-주암계곡-천왕정사-주암계곡주차장-단장천-용주암-철구소-주차장
5. 진행 : 철구소펜션 앞 주차장(9:40)-철구소(9:50)-용주암(10:05)-묘(10:15)-묘(10:30)-계곡건넘(10:35)-주능선 시작(11:25)-사자평(11:45)계곡 건넘(12:25)-주암쉼터(12:35)-재약산 정상(1:25)-점심식사 후 하산(2:55)-주암쉼터(3:15)-계곡 건넘(3:35)-청황정사(4:00)-주암계곡 입구 주차장(4:50)-돌다리(계곡건넘(5:15)-용주암(5:30)-철구소(5:35)_철구소펜션 앞 주차장(5:40)



태그:#재약산 철구소 주암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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