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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의 물속에서 채취한 뻘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의 물속에서 채취한 뻘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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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 인해 물이 고여 썩어가고 있지만, 환경부는 기준치 아래이기 때문에 먹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똥물을 정수해 먹는 물로 만들 수 있지만 이 물을 기분 좋게 마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낙동강 물을 마시는 1300만의 국민이 있다.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검은색의 뻘(오니)을 걷어올려 냄새를 맡아본 박창근 관동대 교수의 말이다. 수심 12미터 깊이의 바닥에서 끌어올린 뻘에서는 시큼한 시궁창 냄새가 났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4대강 조사단과 4대강 범대위,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6일에 이어 7일에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구미보까지 돌아보며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강정고령보와 칠곡보, 구미보 상류의 300~400미터 지점 수심 12미터 밑에서 퍼올린 흙은 모두 검은 뻘로 뒤덮여 있었다. 뻘은 강바닥에서 4~5cm 정도의 두께로 덮여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속의 흐름이 느리기 때문에 뻘이 생긴 것이다.

이현정 (주)국토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바닷가 뻘처럼 끈적끈적하고 점성이 높아진 뻘이 강바닥에 쌓여있다는 것은 강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물의 흐름이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칠곡보 상류 350미터 지점에서 물의 흐름을 관측한 결과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박창근 교수는 "초속 60~80cm 속도로 흘러야 정상이지만 초속 1cm의 속도도 내지 못했기 때문에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강바닥에 뻘이 있다는 것은 무산소층으로 코팅돼 있다는 뜻으로 생물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며 "모든 보의 상류는 검은 뻘로 뒤덮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상태보존국장도 "낙동강은 강바닥이 모래층으로 뒤덮여 있어 물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보가 만들어진 지 3년 만에 뻘로 뒤덮였다"며 "낙동강이 호수로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큰빗이끼벌레, 강 호수화의 증거"... 수자원공사 "오염 심한 곳에서는 못 살아"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인 사문진교 밑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인 사문진교 밑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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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인 사문진교 아래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를 손으로 만지니 미끈하고 심한 악취가 났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인 사문진교 아래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를 손으로 만지니 미끈하고 심한 악취가 났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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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가 낙동강 중류에서 발견된 것도 강이 호수화 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는 지적이다. 조사단은 이날 강정고령보 하류인 화원유원지 사문진교 아래에서도 다량을 발견해 공개했다.

사문진교 아래에서는 수미터 간격으로 손바닥보다 훨씬 큰 큰빗이끼벌레가 다수 발견됐다. 물속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는 미끄럽고 물컹한 느낌을 주었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 강정고령보 상류에서는 큰빗이끼벌레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지난 5일 죽곡취수장 인근에서 물위에 떠있는 벌레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지난 5일 죽곡정수장 위쪽에서 손바닥보다 큰 벌레를 발견했다"며 "강정고령보 주변 전역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낙동강 상류에서 발견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종술 환경운동엽합 물환경특별위원은 "큰빗이끼벌레는 수심 4~5미터 이내에 주로 서식한다"며 "물가에서 발견된 것도 이 정도인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계산하면 강이 얼마나 호수화가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큰빗이끼벌레가 수온이 떨어지면서 죽을 경우 강의 오염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 위원은 "수온이 떨어지면 이 벌레가 집단 폐사해 많은 공기를 소모하고 사체가 썩어 악취와 함께 수질오염을 불러올 것"이라며 "보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하는 것만이 낙동강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낙동강 화원유원지가 있는 사문진교 아래에 대구시 달성군에서 '하천오염 및 악취발생으로 낚시를 금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쾌적한 강이 아닌 악취가 나는 강으로 바뀐 것을 지자체도 알고 있다.
 낙동강 화원유원지가 있는 사문진교 아래에 대구시 달성군에서 '하천오염 및 악취발생으로 낚시를 금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쾌적한 강이 아닌 악취가 나는 강으로 바뀐 것을 지자체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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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가 대형 인공호수와 강, 저수지 등 물이 정체된 곳에서 서식하고 청정지역과 오염된 지역에서도 출현한다며 오히려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생육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청정수역부터 다소 오염된 수역에 걸쳐 출현하는 특성상 수질의 지표생물로 볼 수 없다"며 "독성이 없으며 오염이 심한 수역에서는 생육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가 투명한 젤리상태의 형태를 띠고 있어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6월 17일부터 순찰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수자원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하고 지역본부장, 수계통합물관리센터장 및 관리단장을 중심으로 한 가칭 '생태계(큰빗이끼벌레) 대응 TFT'를 구성하고 강정고령보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조사단은 낙동강에 이어 8일과 9일에는 금강과 영산강에서도 녹조발생 현황과 저질토(뻘) 등 하천 구조의 변화, 시설물의 안전성 점검, 큰빗이끼벌레 등 생태계 조사를 벌인 뒤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낙동강, #큰빗이끼벌레, #저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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