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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사건 조작에 가담한 재중동포 김아무개씨가 지난달 25일 증거조작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쓴 사죄편지의 첫 장.
 국정원의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사건 조작에 가담한 재중동포 김아무개씨가 지난달 25일 증거조작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쓴 사죄편지의 첫 장.
ⓒ 유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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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재중동포 김아무개씨가 구속 상태에서 증거조작의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사죄편지를 보냈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유씨가 간첩혐의 무죄를 받고난 직후에도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을 입수해달라는 국정원의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김씨가 지난달 25일 유씨 앞으로 쓴 두 장짜리 편지는 지난 4일 김씨와 유씨의 변호인을 거쳐 유씨에 전달됐다. 김씨는 이 편지를 "저의 잘못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우성군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고 시작했다. 김씨는 "우성군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그 고통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사회에 수구권위주의 이데올로기를 청산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유씨를 추켜세웠다.

김씨는 자신의 잘못이 "어리석게 국정원 일방의 주장을 믿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지난 3월 검찰 조사를 받고 난 뒤 여관에서 자살을 시도하면서 유서에 '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하다'고 썼지만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자신이 위조한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 즉 유씨 변호인이 제출한 '진본 출입경기록이 출-입-입-입 내용으로 기재된 건 시스템 업데이트 때의 오류일 뿐 뒤의 입-입 기록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문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답변서'를 위조하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국정원의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입수 부탁은 거절했으나..."

김씨는 "국정원에서 저에게 '답변서'를 부탁할 때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었습니다"라면서 "그러나 국정원은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국정원 직원의) 그 말을 믿었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 국정원은 '유가강(유우성의 중국 이름)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당히 긴장하였으며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다,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하였습니다"라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였고 평소에 대한민국을 숭배하는 마음이 짙었으며 국정원과 검찰도 한국의 국가기관이니 믿었다"며 "국정원과 검찰이 이렇게 곤경에 처하였을 때 도와주면 앞으로 국적문제뿐 아니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위조에 가담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김씨는 "나는 당시 이 (위조된)'답변서'가 우성군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했다"며 "단순히 곤경에 빠진 국정원과 검찰을 도와준다는 어리석은 생각뿐이었다"고 다시 한번 사죄했다.

김씨는 "사실 2013년 9월 경 국정원은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등을 입수해달라는 부탁을 두 번이나 했다"며 "그때 모두 입수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에서 '답변서'를 의뢰할 때 거절하지 못한 것이 참말로 안타깝다"고 후회했다.

유우성씨 "국정원에 속아 감옥까지 가게 된 건 안타깝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간첩증거조작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김씨가 먼저 반박 서류를 가져오겠다고 제의해서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편지를 본 유씨는 "김씨가 유서에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고 쓴 내용 때문에 보수 언론에선 내가 간첩이 맞다고 그렇게 열을 올렸고 보수단체에선 와서 시위하고 얼마나 괴롭혔는지를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며 "이 분이 지금 와서 자기 잘못을 인정한 게 허무하기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유씨는 "국정원이 '한국에서 살게해주겠다'고 한 말에 속아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고 생각하면 감옥까지 가게 된 게 안타깝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태그:#유우성, #증거조작사건, #편지,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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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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