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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전용출입문에 걸려 있는 안내문
 인천공항 전용출입문에 걸려 있는 안내문
ⓒ 신용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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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출국장. 수많은 승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 뒤 출국심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보안검색을 받을 수 있고, 이후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법무부 출국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출국장 한 쪽엔 특이한 안내문이 걸려있는 또 다른 문이 있다. '전용 출입문'이라고 돼 있는 안내문에는 승무원, 보행장애인, 도심공항터미널 이용여객, 무슨무슨 카드소지자는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몇몇의 승객들은 기다리지 않고 그 문을 통해 들어간다.

그렇다. 이 또 다른 문은 소위 공항에서 출국심사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전용출입문이다.
얼마 전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수많은 모범납세자는 이제 기다리지 않고 이 문을 이용할 수 있다고 언론에서 홍보까지 했다.

그런데 일반승객들이 하는 질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이 모범납세자에 대한 것이다. "저도 직장 생활 40년에 60세가 될 때까지 단 10원 한 장 체납한 적 없는데 나도 그럼 모범 납세자 아닌가요?" 공항직원인 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문이 막히곤 한다. 나름 맞는 말이니 말이다. 그렇다. 이 문은 모범납세자가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 즉 돈을 많이 벌면서도 탈세를 하지 않고 국가의 조세정책에 잘 협조하는 그런 사람을 대접해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매달 월급명세서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세금을 단 한번도 체납하지 않으면 당연 모범 납세자일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이 나라가 얼마나 탈세가 심하면 세금 잘 낸다고 공항에서까지 대접을 해주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대다수 승객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 이 안내문구를 보고 흔히들 말하는 '썩소'를 날린다.

해외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도  분명 등급은 존재한다. 그리고 공항에도 그들만의 길은 따로 있다. 어느 승객들의 대화가 씁쓸하게 들렸다.

"모범 납세자가 뭐야?"
"야! 돈많이 버는 사람들이지!"
"그럼 고액 납세자라고 해야지!"


태그:#인천공항, #잔용출입문, #모범 납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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