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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오사무 변호사
 가토 오사무 변호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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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부가 평화헌법 9조와 전수방위 원칙을 무력화했다. 일본 자위대가 60년 만에 '전쟁할 수 있는 군대'로 바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북한만 언급하고 일본 우경화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은 자국 정부의 역사왜곡과 집단적 자위권 각의 결정을 막기 위해 열일을 제쳐놓고 뛰어 왔다. 일본 정부가 헌법 9조 1항과 2항을 바꿔 전시체제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일본 시민들은 십 수 년 전부터 한국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며 매년 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는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1일에도 집단적 자위권 각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특히 구마모토현 시민들은 지난 1997년부터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에 항의해왔다.

일본 우경화 언급 안 한 '한중정상회담', 일본 구마모토현 시민들은?

지난 2011년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는 역사왜곡이 심한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교과서를 부교재로 선정해 관내 공립중학교 3곳에 내려 보냈다. 교과서 구입예산도 이례적으로 교육위원회에서 지출했다.

이에 구마모토현 시민 114명이 구마모토현 지사에게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중학교 부교재 위법지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도 패소하자 다시 항소심을 제기했다. 주민감사를 청구한 때로부터 4년째를 맞고 있다(관련기사: 일본 역사교과서 채택소송 패소하면 안 되는 이유).

소송을 맡은 가토 오사무(67·구마모토 벚꽃 법률사무소)씨는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한 사건이자 역사적 사실마저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역사수정주의"라고 단언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 문제가 된 이쿠호사판 교과서채택을 위해 매진해 온 정황과 함께 교육위원회 관계자와의 공모여부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1심은 문제의식 없는 판결이었다"며 "문제의식을 이해한다면 2심 재판부가 당연히 우리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 정부에 대해서는 "한국의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확실히 사죄해야 한다"며 "일본을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집단적 자위권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항소심 첫 심리가 열린 지난 달 30일 오후 후쿠오카 고등재판소에서 한 인터뷰 주요 일문 일답이다.

-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 달라
"1970년 3월 대학을 졸업했다. 그해 4월 후생성에 들어가 일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둔 후 1972년 사법연수생을 거쳐 1974년 4월 변호사 일을 시작했다."

- 지금까지 변론한 사건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미나마타병(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수은중독으로 생긴 공해병으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사건, 자위대 이라크 파병 위헌 소송 등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 '중학교 부교재 위법지출 소송' 사건을 맡게 된 계기는?
"이라크 자위대 파병 위헌 소송을 하면서 '교과서 네트워크 구마모토' 관계자를 알게 됐다. 그 관계자가 부탁해 소송을 맡게 됐다."

일본 후쿠오카 고등재판소 전경
 일본 후쿠오카 고등재판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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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교과서 늘리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부교재' 강제 배포"

- 이번 재판의 의미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알려진 바로는 현 교육위원회가 현장 교사의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교과서 부교재를 선정해 강제로 일선학교에 내려 보낸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익정당과 우익단체들이 역사를 왜곡한 이쿠호샤판이나 후쇼샤판 교과서 사용 학교를 늘리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현 교육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해 부교재를 임의로 선정해 배포한 것이다. 교육 중립성이 훼손된 것이다"

-현 교육위원회에서 부교재를 임의로 선정해 일선학교에 배포한 일이 소송까지 벌일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
"그렇다. 만약 이 재판에서 패소하면 우익단체들이 원하는 교과서를 일선학교에서 채택하지 않더라도 교육위원회가 부교재를 일선학교에 내려 보내 사용하게 하면 된다.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의 불법이 용인되면 같은 사례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모두가 이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현 교육위원회가 임의로 선정해 배포한 공민교과서 부교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는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마저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역사수정주의이자 자학사관이다. 일례로 부교재는 위안부 문제는 아예 다루지 않고 중국 난징학살을 부정하거나 축소했다. '교과서 검정시 인근 아시아 국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일본 문부성이 1982년 제정한 교과서 검정기준)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 부교재를 배우는 아이들이 전쟁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날까 두렵다."

-1심에서는 패소했는데?
"아무런 문제 의식 없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 항소심에서는 무엇이 위법인지 더 명확히 지적하겠다."

지난 달 30일 오전, 가토 오사무 변호사(왼쪽)가 원고 측 인 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항소심 재판의 쟁점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오전, 가토 오사무 변호사(왼쪽)가 원고 측 인 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항소심 재판의 쟁점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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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심 재판이 시작됐다. 어떻게 임할 계획인가?
"문제의 이쿠호사 부교재는 자민당이 추천했다는 점을 강조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겠다. 일본교육재생기구의 기관지인 교육재생을 보면 자유민주당이라는 특정정당이 교과서용 도서로 문제의 부교재를 '제일 좋은 것'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또 자유민주당이 이 부교재를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 구마모토현 의회에 대한 대책을 용의주도하게 해 왔다. 각 호마다 자민당이 교과서채택에 개입해 온 정황도 써있다. 이를 새로운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자민당 교과서채택 개입 정황 밝힐 것"

-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전망은?
"이러한 점들이 이해된다면 재판부도 당연히 우리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역사왜곡 '부교재'를 교육위원회가 임의로 선정해 일선학교에 배포한 일은 이번 이 처음인가?
"처음이다. 시민들은 문제의 부교재가 얼마나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 이 부교재 내용의 핵심은 침략행위를 덮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수정주의이자 자학사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과 싸워나가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 정부의 집단권 자위권 확보에 대한 생각은?
"주변국과 또 다시 전쟁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일본 시민들이 경시하지 말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한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는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확실히 사죄해야 한다. 일본을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집단적 자위권도 포기해야 한다. 이래야만 우호적인 국가관계가 만들어진다. 한국민들도 일본의 작은 지역에서 일어난 단순한 재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문제의 이쿠호샤판 공민교과서 부교재에는?
"'핵무장까지 생각할 필요 있다'...전쟁 미화하는 시대착오적 내용"

구마모토현 한 주민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구호샤판 공민과목 부교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한 주민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구호샤판 공민과목 부교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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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현 시민들이 문제삼고 있는 공민교과서 부교재는 선정과정은 물론 그 내용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나온다.

공민 과목은 학생들이 균형적인 감각과 평화의식을 갖춘 시민을 키우는 데 학습목적이 있다. 하지만 일선 공립중학교에 배포된 이큐호샤판 공민부교재는 전쟁을 반성하기보다 시민들을 전쟁으로 이끄는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평화를 부정하고 국방을 강조하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특히 자위대 탄생과정을 자세히 다룬 후 병역의무를 헌법으로 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통해 평화는 군사력으로밖에 지킬 수 없다는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또 일본국기와 국가에 충성을 강제하고 과거 전쟁을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탈핵 여론에도 원자력에너지의 장점만을 다루고 심지어 '군사보장(핵무장)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독도 문제 등 영토문제에 대해서도 일 정부의 방침만을 일방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실업자 및 노동자 권리에 대해 매우 간단히 취급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 교재에 비해 천황사진이 훨씬 많다. 일 시민단체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천황에게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크게 실어 천황의 권위를 부각하려는 인상이 짙다"며 "아이들 스스로 주권자라는 인식을 갖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의 부교재에는 다른 교과서와 달리 집단을 위해서는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태그:#자유민주당, #이쿠호샤, #교과서 왜곡, #후쿠오카 고등재판소, #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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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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