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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북한산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지나는 덕분에 시간이 나면 북한산에 자주 간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평일에 시간 날 때도 있어 혼자 산행을 할 때가 많다. 자연에 깃들고 싶거나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그리고 생각도 좀 정리하고 싶을 때 북한산에 자주 간다.

그런데 걸핏하면 혼자 산행을 하는 나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행 중 "심심하지 않느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국립공원 측에서 요구하는 지침만 따르면 혼자 산행은 장점이 많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올해로 산행 7년 차다. 그간 북한산에 자주 가며,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기사를 비롯해 사람을 위협하기도 하는 개 문제, 야생화를 함부로 채취하는 산행객 문제, 여름이면 튜브까지 등장하는 북한산 계곡 등 북한산 관련 20꼭지 정도의 기사를 썼다. 이중 북한산을 배회하는 개 관련 기사("시체 팔 한쪽을 개가 뜯어먹고 있더라고요")를 쓴 후 북한산 국립공원 측에서 포획을 약속, 개들이 거의 사라져 보람으로 남는다. 그리고 북한산 안전사고 실태와 헬기 출동 관련 이야기(지루했던 북한산 산행, 그런데 갑자기 헬기가 떴다)는 소방방재청의 홈페이지에 링크되기도 했다.

혼자 산행을 한 덕분에 개인의 안전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되었고, 휩쓸려 다니면 지나칠 수도 있는 것들을 남들보다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기사들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산행 7년차라고 하나 산행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 말할 처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것은 '첫째, 이제는 산행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한순간 방심해지곤 하는 스스로에 대한 경고, 둘째, '산이 좋아서,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하는 우리,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혼자 산행'은 위험하다고?

혼자 산행을 할 때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서 평일에도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만을 간다. 그리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능선산행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도 절대 산행하지 않는다. 쉬거나 볼일 때문에라도 샛길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2010년 8월 한적한 산길에서 일행인 남자 셋으로부터 섬뜩함을 경험한 후 북한산은 물론 가까운 동네 뒷산도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한적한 곳은 가지 않는다. 일상 공간의 한적한 길도 때론 위험한데 산은 더더욱 위험할 것이다. 막말로 사람 하나 끌고 들어가 감쪽같이 숨어버릴 장소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산에는 사찰들이 많다. 차들을 중간에서 통제, 산길을 한참 걸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사찰들이 대부분이라 평일에는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사찰들도 많다. 그러니 사찰에 들어가는 길도 때론 위험하다. 어떤 사찰은 30분 넘게 걸어도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할 정도로 한적하기도 하다. 실제로 사찰 신도들이 오가는 길이라 안심하고 갔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뻔한 적도 있다. 여자 혼자 혹은 둘이라면 이런 길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참고로 난 ▲ 북한산성~대남문 ▲ 삼천사계곡~사모바위 ▲ 구기분소~대남문 ▲ 구기분소~승가사~사모바위 구간들을 선호한다. 내가 아는 한 이 구간들은 북한산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구간들이다. 때문에 사람이나 야생동물로 인한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적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SFTS감염 진드기 피해 안내문
 SFTS감염 진드기 피해 안내문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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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산행 시 긴소매 옷을 입으면 여러 가지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여름에도 산행 시 긴소매 옷을 입으면 여러 가지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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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뱀을 만나기도 한다. 때문에 4년 전부터 여름에도 긴소매 티셔츠와 긴바지를 입고 있다. "답답해 보인다. 더워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름에는 햇빛도 막아주고 통풍이 훨씬 잘되는 쿨 소재의 긴소매 옷이 훨씬 시원하다. SFTS 진드기 감염 예방 안내문에도 긴 옷을 권장하고 있다. 게다가 풀이나 가지에 스치면서 상처가 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화장품도 향이 약한 것을 쓴다. 그와 함께 샴푸나 세탁세제도 향이 진하게, 오랫동안 남는 것은 자제한다. 북한산 인수 대피소 구조팀장인 이재진씨에 의하면 화장품의 향이나 세제나 섬유유연제의 향이 벌이나 나비, 벌레 등을 부르기도 한단다.

계곡 범람으로 인한 위험이 있는 곳곳에 이런 안내문이 서 있다. 산행을 하면서 이런 안내문은 일단 읽고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계곡 범람으로 인한 위험이 있는 곳곳에 이런 안내문이 서 있다. 산행을 하면서 이런 안내문은 일단 읽고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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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낙뢰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비오는 날 등산용 지팡이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갈수록 낙뢰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비오는 날 등산용 지팡이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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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산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갑작스런 폭우로 계곡에 물이 많아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안내문을 북한산 여러 구간에 많이 설치해 놓았다. 평소에 충분히 읽은 후 염두에 둔다면 비상 상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바위들이 많은 능선이나, 물이 쉽게 불어날 수 있는 계곡은 특히 더 위험하다. 특히 천둥번개가 심할 때는 등산용 지팡(스틱)이나 우산도 위험할 수 있다. 가급적 우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재진(북한산 인수대피소 구조팀장)

이외에도 산행 때는 이어폰도 꽂지 않는다. 산새 소리나 계곡물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등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들짐승 소리나 바위가 구르는 소리, 나무나 넘어가는 등 주변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산행하는 날에는 50~70% 정도만 먹어 볼일을 줄인다. 그리고 스프레이나 붕대 등 간단한 응급처치 용품이나 우비 등도 필수. 하산 후 버릴지라도 만일을 위해 물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준비한다. 검은 비닐봉지를 몇 장 가지고 다니면 갑작스럽게 비를 만났을 때 카메라 등을 쌀 수 있어 좋다. 참, 가져간 쓰레기는 반드시 가져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것은 꼴불견... 좀 자제하면 안 될까요?

6월 21일 북한산
 6월 21일 북한산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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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인구가 많아 북한산도 시끌벅적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저런 행동은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행동들을 꼴불견이라고 생각할까?' 지난 몇 년간 산행을 하면서 알게된 '산 친구'들에게 물어본 것들이다.

"라디오를 크게 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산도 공공장소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들으려면 혼자 이어폰 꽂고 들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다. 난 그런 사람 만나면 꺼달라고 한다. 술 먹고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꼴불견이다."(목동에 사는 H씨)

"손잡고 산행하는 사람들도 좀 그렇다. 어디까지나 자기들 문제겠지만, 좁은 산길에서까지 손잡고 가면서 다른 사람들 갈 길까지 막는 것은 문제다. 몇 명씩 뭉쳐 다니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들 갈 길 막거나 양보 안하는 것도 불쾌하더라." (연신내 M씨)

혹자들은 '지나치게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이렇게까지 지켜야 하나? 1주일 내내 일했는데 산행만이라도 좀 가벼운 기분으로 하면 안 되나?'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눈에 꼴불견으로 보이는, 내 기분만 앞세운 행동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태그:#북한산, #산행 , #안전사고, #계곡범람, #낙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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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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