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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이야기 한다.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 행복교육! 그야말로 요즘 교육계의 화두다. 학교폭력, 학업중단, 청소년 자살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이 행복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이 구호에 머물지 않기를 소망한다. 과감한 혁신과 실천이 요구된다."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이 27일 고려대 운초우선교육관에서 열린 "창조사회에서의 행복교육"이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여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 본 창조사회에서의 행복교육"에 대해 토론했는데, <오마이뉴스>에 그 자료를 보내왔다.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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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교장은 전국 첫 기숙형공립대안고등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가 지난 3월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안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행복교육'에 대해 발표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교육의 헌법적 가치'와 관련해, 여 교장은 "교원이 반민주적인 독재권력의 하수인 역할 밖에 못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그것은 한 사람의 교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학교 교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교원들에게 부당하게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이념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명기한 내용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시민 교육'을 강조했다. 여 교장은 "'민주(民主)'란 백성이 주인이란 뜻이고, 주인 주(主)자는 왕(王)자 위에 '점 하나(')' 꾹 눌러 놓은 꼴"이라며 "점 하나를 찾아 왕을 같잖게 볼 수 있는 백성들의 힘이 응집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시작되고, 불의와 부정에 맞서서 당당하게 '점 하나'를 찍을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게 올바른 민주시민 교육"이라 설명했다.

지방선거 뒤 제기된 '교육감 직선제 폐지(임명제)'에 대해 그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누가 과연 교육감을 임명할 것인가? 그게 문제인 것이다. 누가 과연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입각하고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할 수 있는 교육감을 임명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의 임명제를 생각하니 당장 반민주와 부정부패,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로 점철된 교직사회의 한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교육감 임명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란 생각이 금방 든다."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교육방송사, 한국행동과학연구소는 27~28일 사이 고려대학교 운초우선교육관에서 "창조사회에서의 행복교육"이란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교육방송사, 한국행동과학연구소는 27~28일 사이 고려대학교 운초우선교육관에서 "창조사회에서의 행복교육"이란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 여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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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교장은 "교육감 임명제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부터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는 제도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받기 힘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이 정치권력의 시녀 역할 밖에 못하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력에서 인성교육으로'라고 외쳤다. 여 교장은 "한국의 교육은 '학력 경쟁'도 아닌 '성적과 학벌 경쟁'에 매몰되고 있다"며 "교육의 본래 목적이 상급학교 진학에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고, 철옹성처럼 단단한 '입시교육의 우상'을 그대로 둔 채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는 것. 그는 "최근 정부는 '행복교육'의 방향을 거스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가령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전환시키고 혁신학교 운동의 성과를 폄하하는 일이 그렇다. 교육의 본질인 사랑과 평화를 외면하고, 당리당략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행복교육이라는 슬로건만 내세우고 있지, 실제로는 단위학교 교사들을 좌파니 우파니 하면 이념적으로 규정하며 낙인찍고 있다. 이런 행위 자체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불온한 행위다. 정부가 전교조를 손보겠다고 나서는 일보다 훨씬 더 시급한 과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 정부가 먼저 나서서 오히려 교직사회의 갈등을 부치기고 교육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여 교장은 "진정으로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으로 새 판을 짜려면 가장 먼저 단위학교 교사들을 춤추게 해야 한다"며 "그 어떤 경우라도 정부가 나서서 교사를 분별하고 관리…통제하는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교육 전문가'로 대접할 때 비로소 우리가 꿈꾸는 행복학교도 실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교사를 춤추게 해야 우리가 꿈꾸는 행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태전 교장은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마찬가지로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며, 교사들을 스트레스 받게 하면 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며 "정부는 교사들이 정서적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 정부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면서 자꾸만 싸움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싸움에 말려들어 교실 밖에서, 학교 밖에서 에너지를 소진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또 교사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결국 이 싸움의 틈새를 이용하여 표를 계산하는 정치인이나 이익집단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발 우리 교직사회가 이 싸움에 말려들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여 교장은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도록 가르치고 부추기는 교육을 어찌 제대로 된 교육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며 "옆 사람을 팔꿈치로 밀어내는 살벌한 교육이 아니라 다 함께 손잡고 우정을 꽃 피우게 하는 따뜻한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며, 우리 모두를 행복에 이르게 하는 교육"이라 제시했다.

"인간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경쟁 심리를 타고난다. 그런데 그것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이 과연 학교에서 할 일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 국가 경쟁력 또한 협력의 결과이지 잘난 사람 혼자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나와 다른 존재를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새로운 교육'이다."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실. 복도에서 교장실 안을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실. 복도에서 교장실 안을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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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행복교육, #한국교육학회, #여태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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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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