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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월 29일 오전 9시 25분]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의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은 24일 첫 공판을 열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쪽이 공소사실 관련 의견을 충분히 진술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이날부터 곧바로 증거조사에 들어갔다. 첫 공판의 핵심 조사대상은 세월호의 '쌍둥이배' 오하마나호였다.

검찰은 선원들이 사고 당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승객들을 버리고 배를 빠져나왔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4월 24일 실시한 오하마나호 압수수색 자료를 제시했다. 또 이 배 선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오하마나호 선장 "배는 구조상 전복 잘 안 돼"

오하마나호 선장은 "배는 구조상 전복이 잘 안 된다"며 "외부 영향이 있거나 조타계 조작을 잘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배 항해사 역시 검찰에서 비슷한 진술을 했다. 세월호 자체가 증축으로 복원성을 많이 상실한데다 사고 당시 화물을 무리하게 많이 실었기 때문에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 자신들은 침몰과 무관하다는 선원들의 주장과 어긋나는 얘기였다.

반면 검찰은 사고 당시 항해를 지휘한 선원들은 맹골수도 입구에서 1차로 140도, 2차로 145도 변침을 시도했는데 문제가 생겼고, 이때 조타수가 임의로 조타기를 잘못 돌리면서 선체가 급속히 기울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오하마나호 선장과 항해사를 증인신문하기로 결정했다.

배가 갑작스레 기울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하마나호 선장은 "(전복한 배를)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넘어가는 속도에 제동을 걸 수는 있다"고 했다. 그는  우현과 좌현에 따로 달려 있는 엔진을 제어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세월호 선원들도 사고 당시 비슷한 조치를 취하긴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아무개 기관장이 선수 갑판 위에 컨테이너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엔진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이후에는 이준석 선장의 지시를 받아 엔진을 완전히 껐다.

너무 쉬운 선내방송, 터지지 않는 구명벌... 유족들은 한숨만

이날 검찰은 선장 인터뷰뿐 아니라 오하마나호의 각종 장비를 시험해보는 장면도 공개했다. 이 사건의 쟁점, 선내방송을 검증하는 장면이 나오자 방청석은 술렁였다. 세월호 선원들은 제주VTS와 교신 때 '선내 방송이 안 된다'고 했고, 수사과정에선 '방송을 했지만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승객들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 소리가 담겨 있어 유족들은 줄곧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런데 검찰 조사 결과 오하마나호는 마이크를 들고 'All(전체)' 버튼을 누르면 선내 전체에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버튼으로 특정 구역만 방송이 나오도록 조절도 가능했다. "안내방송을 하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검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법정 곳곳에서 짧은 탄식과 깊은 한숨이 나왔다. 세월호처럼 오하마나호 구명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면도 나왔다. 이미 압수수색 때 알려졌던 내용이지만 유족들은 또 다시 한숨을 쉬었다.

법원은 이날 검찰이 제시한 자료들을 검증하고, 사고 당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6월 30일 인천을 방문, 오하마나호 현장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약 3시간 동안 배의 구조는 물론 조타기 등 각종 장치, 화물 고박 방법, 객실 간 이동 거리·시간 등을 면밀히 따져볼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피고인 일부와 유족 대표들도 참석한다.


태그:#세월호, #오하마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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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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