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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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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호주머니에 돈을 꽂아 줄 정책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된 이후 박근혜 2기 경제팀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후보자가 직접 언급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는 이미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분양가 자율화', '아파트 청약제도 개편' 등 부동산 등을 다량 보유한 자산 부자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정책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기획재정부의 정책 독주를 견제할 다른 유관 기관들이 사실상 최 후보자 '비위 맞추기'에 나선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보다는 집값 높이는 데 주력할 것"

최경환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직후 기자들을 자택 인근으로 불러 LTV·DTI 현실화를 언급했다. 부동산 과열기에 만들었던 규제이니 정체기인 지금은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경제팀의 입장을 정반대로 뒤집는 시각이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10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에 불을 붙이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최 후보자는 발언을 수정하지 않았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 본부장은 최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보다는 주택 가격을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미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상태인데 또 활성화 정책이 나온다면 그 대상은 주택의 가격이라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최 후보자는 1980년대 도입돼 아파트 가격을 크게 올려놨던 채권입찰제를 만든 장본인"이라면서 "DTI·LTV 완화 역시 그런 점이 최우선으로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란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 분양 시 투기를 억제하고 정부의 서민 주택자금을 마련할 명목으로 1983년부터 시행됐던 제도를 말한다. 아파트 청약예금 1순위자 중 국채를 높은 가격에 구입한 사람부터 분양 당첨권을 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아파트 당첨자가 얻게 될 시세차익을 국가가 미리 채권판매를 통해 흡수해 주택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 정책은 취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집값 상승 효과를 낳았다. 청약 당첨자가 채권 구입으로 늘어난 초기 자금부담액을 그대로 시장가격에 반영했기 때문. 아파트 투기는 못 잡고 가격만 올린 셈이다. 최 후보자는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에서 근무하면서 이 정책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당시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서민 내집마련이 더 힘들어지는 결과를 낳았는데 사석에서 만난 최 후보자는 자신이 도입한 정책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위해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할 것"

최 후보자가 경제부총리로 취임할 경우 추가로 어떤 부동산 정책이 나올까.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LTV·DTI 완화책 이후 나올 만한 정책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청약제도 개편을 꼽았다.

사실상 현재 주택시장 규제가 모두 풀리는 셈이다. 최 후보자는 최근까지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부동산 활성화 법안 8건에 대해 모두 찬성 의사를 표시할 만큼 의원 시절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에 확고한 경향을 보여왔다.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의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의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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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교수는 지금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은 서울 강남 등 소수 지역을 위한 정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정체되고 아파트 분양 신청 자체가 미달되는 등 분양가 상한제가 별 의미 없는 상태지만, 최근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는 강남 일대에는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재건축을 앞둔 강남은 분양가 자율화가 되면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소형주택 의무 폐지와 맞물리면 '강남 대 이외 지역'의 심각한 주거 양극화를 낳을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약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현재의 방침에서 다주택자에게 청약을 확대하는 식의 변경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보다 더 분명하게 '자산부자'들을 배려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 같은 변화를 '자산소득자 우대'로 풀이했다. 전 교수는 "최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부터 박근혜 정부가 이런 방향성을 보였다"면서 지난 13일 공개된 임대소득자 분리과세 방침을 지목했다. 원래는 세입자 세금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 부동산 경기 침체 원인으로 거론되더니 결국에는 집주인 세금 감면책으로 모양새가 변질 됐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최 후보자가 취임하면 자산소득자 감싸기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 최측근이 추진하는 정책에 딴지를 걸 만한 소신 있는 관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그는 "최 후보자가 LTV·DTI 완화 얘기를 꺼내자 금융감독원, 금융위, 한국은행이 일제히 눈치만 보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기조가 가진 부양 효과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시선을 보냈다. 한 마디로 지속 가능성이 희박한 '휴지로 불 때기'라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10%의 소비성향(141%)이 소득 상위 10%의 소비성향(57.8%)에 비해 2.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소득가들은 세금 깎아줘 봐야 소비를 안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자산소득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보다는 '월급쟁이'인 서민들의 근로소득세를 깎아주는 게 훨씬 효과가 크지만, 박근혜 2기 경제팀이 그런 정책을 펼 것 같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태그:#최경환, #부총리, #청문회, #LTV, #D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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