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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목사에게! 일반인들은 생경스런 대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대통령이나 정치인 두둔 설교 등으로 문제 중심에 있는 특정인들만 지목한 글은 아닙니다. 목사인 나 자신부터 이런 설교자가 되어야지, 하는 맘으로 씁니다. 설교가 더 이상 사회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기독교인의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댓글(안티 글)로 비판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자 말

목사가 목사에게 무언가 충고한다는 게 녹록한 일이 아니란 거 다 압니다. 보수 성향의 목사들에게 좌파나 빨갱이로 낙인찍힐 테니까 말입니다. (참고로 나는 공산주의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예언자(목사에게는 예언자적 기능이 있음)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닌 일들이 신성한 강단에서 일어나는데 그냥 죽치고 있다면 목사라는 게 너무 부끄러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한 마디 하려고 합니다. 요새 강단이 강단입니까. 정말 신성한 강단 맞습니까. 거기서 하나님의 말씀이 나오는 게 맞습니까. 강단에 선 목사들이 성경 말씀을 말하는 하나님의 메신저 맞습니까. 어떤 때는 그 강단에서 장로들도 한 마디 하는데 그게 성경의 진리를 말하는 거 맞습니까.

성경대로 말합시다

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때 안수례를 행하기 전에 감독은 목사가 될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성경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데 만족한 도리가 되는 줄을 믿으며, 또 영원한 구원을 얻는데 성경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을 교인들이게 가르치기로 결심하겠습니까?" 당연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예,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그렇게 믿고 결심하겠습니다."(<감리교 예문>에서)

"우리는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구원에 이르는 도리와 신앙생활에 충분한 표준이 됨을 믿습니다."(기독교대한 감리회 신앙고백 4항)

감리교회만 그런 게 아닐 것입니다. 개신교로 분류되는 기독교 정통교파에서는 모두 성경에 대한 절대 권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교파를 구별하자는 건 아닌데, 요즘 장로교회 목사들이 강단에서 설교한 내용이 참 듣기 거북스런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장로교 목사들이 더 많다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교회의 강단은 하나님의 부름을 입은 목사들이 성경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곳이다.
▲ 교회 강단 교회의 강단은 하나님의 부름을 입은 목사들이 성경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곳이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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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단에서 가진 자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을 두둔하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시장으로 나섰던 정몽준 전 후보를 옹호한다거나, 일본통치와 6·25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옹호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청와대 대변인 노릇도 자처하는 듯 하고요.

강단은 설교하는 곳 아니던가요. 즉 성경을 가르치고, 성경 속에 들어있는 하나님의 뜻을 성도들에게 선포하는 곳이 아니던가요. 그토록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권위를 인정하고 믿는 성경은 어디 두고, 자신이 가진 보수적인, 혹은 진보적인 생각을 전하는 강단이 되었습니까.

가진 자의 대변인 노릇 그만합시다

그런데 왜 사사건건 사회 이슈들을 들고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에게는 빨갱이니 좌빨이니 하며 목사가 입에 담으면 안 되는 말들을 쏟아내는 것인가요. 목사님, 그렇게 설교하시면 안 됩니다. 목사는 기득권자들을 대변하라고 강단에 세워진 사람이 아닙니다. 혹 대변한다면 헐벗고, 울고, 응어리진 가슴을 안고 있는 이들을 옹호하고 위로하고 덮어줘야 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15절)

이게 성경말씀입니다. 예수께서도 기득권자들을 위하여 일하지 않으셨습니다. 항상 예수 주변에는 가난한 자, 무식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예수께서 소외된 죄인들이나 세리와 함께한다고 세상 좀 안다는 서기관들이 왜 그들과 같이 먹고 마시느냐고 물으니까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마가복음 2장17절)

좌파니 우파니 편가를 게 아니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편에 서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라고 목사가 세워졌음을 알아야 합니다. 목사님들께서 편든 이들은 스스로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위해서 기도해 주면 됩니다. 힘들어 하는 세월호 가족들, 너무 아파 거리로라도 뛰어나와 자신들 사정을 호소하는 이들, 그들 곁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말을 해야 합니다. 목사들은.

제발, 설교합시다

교회강단에서 설교되었다고 매스컴을 타는 몇몇 목사들의 설교를 보면, 그게 왜 설교에서 나와야 하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설교한 것인지 자신들이 소속된 정당에서 연설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당정강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라도 성경을 끌어다대며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멘!'을 유도하는 언어를 남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강단에서는 성경을 해석하여 성도들로 하여금 결단하고 거룩하게 살도록 가르치는 설교가 행해져야 한다.
▲ 설교학책과 성경책 강단에서는 성경을 해석하여 성도들로 하여금 결단하고 거룩하게 살도록 가르치는 설교가 행해져야 한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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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의 사전적 의미를 아십니까. "종교의 교리를 설명함, 또는 그런 설명"입니다. 설교학에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고 사람을 구원하려는 계획과 목적에서 사람을 감동하도록 권면하는 법 있는 종교적 강화'(헤릭 존스, 곽안련의 <설교학> 16쪽)입니다. 그런데 신앙이나 교리, 법(성경)은 어디로 가고 정치적 소신을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친단 말입니까.

목사님, 정강정책 말고 제발 설교를 합시다.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당신의 견해 말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전달하는 설교를 합시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뜻을 전달합시다. 설교는 성경이라는 본문(Text)을 현시점이라는 데 적용하는 문맥(Context)임에 틀림없습니다. 성경이 본문이고 설교는 적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성경을 줄줄이 읽는다고 설교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시대와 담을 쌓으면 안 됩니다. 시대를 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득권자를 옹호하고, 특정인의 변호인 노릇을 하느라고 설교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의 본 주제, 하나님의 본뜻, 그것을 놓치고 기득권자들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한편에 서서 말입니다.

이수희 목사(새길교회)는 지난 13일 감리교 남부연회 감리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교 잘하는 법"이란 강의를 통해 설교에 대하여 이렇게 규정하였습니다. 동감하기에 요약하여 적어봅니다.

먼저 제목에 충실하라. 제목은 곧 주제를 말한다. 주제를 이탈하는 말을 전하지 마라. 혹 예화를 들어도 주제에 맞게 하고 다시 주제로 돌아와야 한다. 둘째, 관점을 말하지 말고 시점을 말하라. 관점은 이미 본문인 성경에 있다. 현시대에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관점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일러줘라. 마지막으로, 설교를 듣고 돌아갈 때는 성도로 하여금 말하는 게 아니라 일하도록 하라.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을 향하여 반기독 세력이니, 좌파니 말하기에 앞서 자신이 한 설교를 한 번 되돌려 보시면 어떨까요. 그게 거기서 나와야 설교가 되는 말들이었나요. 성도들 중에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이도 있습니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성도도 있습니다. 그들 중 누구를 정죄하는 설교는 이미 예수의 뜻과는 거리가 멉니다. 누구 편을 들고, 우파니 좌파니 편을 가르고, 기득권을 가진 이들을 대변하는 대변인 성명 같은 거 말고 설교를 해야 합니다.

사명이 크면 책임도 큽니다

S교회의 J 목사, M교회의 K 목사, S교회 O 목사 등등, 당신들께서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비슷한 표현들을 다른 목사들 중에 한 사람은 없을까요. 그런데 왜 당신들의 설교를 비판하는 걸까요. 받은 사명의 넓이 때문입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사가 강단에서 혹 당신들이 한 말을 했다고 칩시다. 언론이 그토록 비판할까요. 아니죠. 왜요? 그 사실을 언론이 알기도 힘들 뿐 아니라, 받은 달란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작은 교회 목사는 강단에서 그렇게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작은 교회 목사는 사명감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더욱 아닙니다.

실은 다른 종교 얘기는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가톨릭이나 불교의 강론이나 설법이 요란하게 매스컴을 타던가요. 그런 말을 안 해서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폐쇄성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신교는 개방적입니다. 그러니 목사나 성도는 일거수일투족을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당신들은 대부분 대형교회의 강단에서 설교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넓은 사명에 어울리는 설교를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가 크니 사명도 크다는 말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들으니 더욱 성경적인 참 설교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도뿐 아니라 세상도 당신들의 입술을 주목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개그우먼 투로 말하며 마칠까 합니다.

"목사님, 그렇게 설교하시면 안~돼용!"

기자가 글을 쓰도록 만든 기사들
<오마이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은 물론, 대부분의 신문들과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기독교신문들까지 모두 대형교회 목사들의 막말 수준의 설교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지적하고 있는데, 당사자들은 진보진영의 이유 없는 비판쯤으로 생각하니 얼마나 답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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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당당뉴스 등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목사의 막말, #설교, #교회, #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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