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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음악, 무용, 요리, 정치 등 다방면에 대한 잡스러운 소양을 바탕으로 무기력한 유흥문화에 지친 중생을 일깨우고자 기생업에 뛰어든 내가 춘천에 본격 기생집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과정을 소개한다...<기자 말>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아마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것일 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꿈은 꿈일 뿐, 바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에서 적응하며 참고 또 참는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혹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죽기 전에 후회한다. 이런 패턴은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노년세대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런 현상이 젊은이들에게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참지 않기로 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재밌어 보이고 흥미를 끄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 봤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가차 없이 그만두었다. 억지스럽게 내 인내와 끈기를 시험하고 싶지 않았다. 한 우물만 파라는 얘기에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함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한 우물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보기엔 나는 과하리 만큼 잡스러운 인간이었다.

극단 스태프, 굴착기 기사, 텔레마케터, 여행가이드, 요리사, 도매시장 옷장사, 보험판매원, 학원강사, 음악치료사 등 통일성을 거의 찾기 힘든 갖가지 직업을 전전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기생집' 사장이었다.

독특한 분위기의 내관을 갖춘 인실패(인간 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의 모습
 독특한 분위기의 내관을 갖춘 인실패(인간 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의 모습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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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가을 신촌 일대에 맥주펍인 기생집 '인간실격패 알고 보니 부전승'을 차렸다. 그곳을 단순히 술시중을 드는, 음습한 공간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종합적인 문화예술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품격 서비스업이다.

음악과 문학과 무용이 넘나들고 환상의 미식과 마음을 녹이는 화술까지 누릴 수 있는 곳. 아마도 유사 이래 가장 큰 쓸쓸함과 먹먹함과 외로움에 지친 현대 한국인들에게 이보다 의미있는 공간은 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정부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노는 행위, 창조경제를 몸소 실천하다

기생집을 차린 결정적 이유는 노는 게 일이라는 점이었다. 나의 노는 행위가 소비가 아닌 새로운 생산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 온 창조경제가 아닌가. 나도 모르는 사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선에서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먹고 산다'

위 문구는 내 20대 최고의 어젠다였다. 취업인구로 분류되어 한시도 쉴 틈 없이 근로의 의무를 다할 것을 강요받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겐 혁명적 선언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살아도 굶어 죽지 않는다. 이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이렇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 내 삶을 통해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는 가히 폐가 수준
▲ 본격 패자 전문 게스트하우스 '인간실격패 알고보니 부전승' 현재는 가히 폐가 수준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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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삶에 대한 실천은 신촌 기생집을 거쳐 어느새 게스트하우스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장소는 강원도 춘천이다.

듣지도 보도 못했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민속악기들이 사람들 귀를 즐겁게 하고,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이용한 즉흥 술안주들이 사람들의 혀를 즐겁게 한다. 달빛 아래에서 현란한 움직임과 비트를 동시에 자아내는 탭댄스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런 추억이 한 편의 시가 되고 소설이 될 때 우리의 마음은 비로소 즐거워질 것이다.

이쯤 되면 분명히 이런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이 친구 돈을 좀 모은 모양이네'
'이 친구 집이 좀 사는 모양이지'

솔직히 공개하겠다. 이번 게스트하우스 창업자금은 건물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해서 2000만 원이다. 또 나는 적지 않은 빚이 있다. 그렇지만 두렵지 않다. 내 가게 상호에서 밝히고 있듯이 나는 부전승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남들처럼 경쟁하고 싸우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길을 찾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걸어간다. 그것이 바로 부전승자의 삶이다.

내 작은 바람은 나 이상의 개성과 똘끼를 갖고 부전승의 길을 걷고자 하는 친구들을 돕는 것이다.

'이봐 친구, 그 속의 틀에서 아웅다웅 하지 말고 나오는 어때?  나같은 놈도 이렇게 살고 있는걸. 분명 외제차는 못 살테지만 외제 스쿠터에 예쁜 여자친구를 태우고 룰루랄라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구!'

바라건대 나는 이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들로 넘쳐나는 '대안'민국이 되기 소망한다.


태그:#인간실격패, #대안공간, #게스트하우스, #창업,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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