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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박물관의 기획전시 "충북의 산수"

"충북의 산수" 전시회가 열리는 청주박물관 청명관
 "충북의 산수" 전시회가 열리는 청주박물관 청명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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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책으로 만나는 충북의 산수"전이 국립 청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1일에 시작되었고, 6월 22일이면 끝난다. 그런데 이 좋은 전시회를 찾는 사람이 너무 적어 안타깝다. 입장료가 10만 원이 넘는 뮤지컬 공연과 클래식 음악 연주회를 찾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런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전시에는 사람이 어째 이렇게 적은 걸까?

사람들이 시각보다는 청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박물관보다는 공연장 시설이 더 좋아서일까? 서서 보는 것보다는 앉아서 듣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까? 모두 답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마케팅의 부재다. 소비 더 나가서는 수요를 창출하려는 생산자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뭘 하나? 팔리지 않는데... 모든 박물관이 직면한 현실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다.

"충북의 산수" 자료집
 "충북의 산수" 자료집
ⓒ 청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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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의 산수" 특별전은 의미가 있고 가치도 있다. 그것은 미술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북의 산수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가능케 한다. 충북의 아름다운 산수에 영감을 받아 표현된 글과 그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와 철학 그리고 예술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풍과 단양을 찾은 문사들의 이야기

옛사람들이 남한강을 따라 단양으로 가려면 충주와 청풍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황강과 수산을 지나 청풍계에 이르면 기이하고 빼어난 산수가 나타난다. 청풍으로는 한 줄기 맑은 강이 흐르니 그것이 남한강이다. 객관의 동쪽 남한강변에는 청풍 제일의 누각 한벽루(寒碧樓)가 있다. 조선 초 하륜(河崙)이 기(記)를 지었는데, 그곳에 보면 고려시대 문절공(文節公) 주열(朱悅: ?-1287)이 다음과 같은 칠언절구 시를 읊었다.

한벽루
 한벽루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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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이 맑고 맑아 거울인 듯 아닌 듯,     水光澄澄鏡非鏡
산 기운 자욱하여 연기인 듯 아닌 듯      山氣藹藹煙非煙
차고 푸름 엉기어서 한 고을 되었거늘    寒碧相凝作一縣
맑은 바람 만고에 전할 이 없네 그려.     淸風萬古無人傳

그 후에도 조선 초기 문신 이승소, 최숙생 등이 한벽루 시를 지었다. 청풍에서 단구협을 지나 장회에 이르면 옥순봉과 구담봉을 만난다. 이 두 봉우리부터 단양팔경이 시작된다.

강을 따라 더 올라가면 단양군 관아가 나오고, 그 앞 강변에 이요루(二樂樓)와 봉서정(鳳棲亭)이 위치한다. 이요루는 <논어>에 나오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仁者樂山知者樂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이요루 편액을 쓴 안평대군(安平大君)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석양이 누각을 붉게 물들일 제 세 글자에 절 드리니     紅樓斜日拜三字
이백 년 동안에 이런 대군이 또 있겠는가.                  二百年中無此君
당시 벼루 씻던 곳을 생각하며 둘러보니                    想見當時洗硯處
시냇가에 옛 향기가 구름처럼 떠오르네.                    古香浮動一溪雲

단원 김홍도가 그린 단양팔경

도담삼봉
 도담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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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관아를 지나 단양천을 따라 올라가면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있다. 그리고 죽령천과 남조천을 따라 올라가면 사인암이 있다. 이들은 단양팔경 중 4경을 이룬다. 단양관아에서 남한강을 따라 상진, 도담으로 올라가면 도담삼봉과 석문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역시 단양팔경 중 2경이다. 이들 단양팔경 중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옥순봉, 사인암, 도담삼봉이다.

단원 김홍도는 이 세 곳 절경을 모두 그렸다. 이들 그림은 1796년에 만든 『병진화첩』 속에 있다. 이들 그림의 특징은 한마디로 실경산수를 과장되게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옥순봉은 다섯 개의 수직 암봉을 연이어 그렸고, 사인암은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수직선을 덜 사용했다. 그리고 도담삼봉은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해 근경, 중경, 원경의 조화를 꾀했다.

김홍도의 도담삼봉도
 김홍도의 도담삼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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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에 삼봉을 크게 배치하고 근경에 나루를 건너려는 사람을 작게 배치했으며, 원경에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배치했다. 우리의 시선이 먼저 가운데 삼봉에 머물렀다, 원경의 산으로 간 다음, 근경의 사람에게로 향하도록 그렸다. 그리고 바위와 소나무, 배와 사람을 제외한 대상을 과감히 생략하여 도담삼봉을 부각시키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동양화의 특징인 생략을 통한 강조다.

중심이 되는 도담삼봉은 수직준을 사용하여 바위를 예리하게 표현했다. 가는 필선을 죽죽 그어 내려 바위의 날카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벽준의 기법을 첨가하여 바위의 질감을 표현했다. 이에 비해 배경이 되는 산은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형태만 표현했고, 그 앞의 가까운 산은 소나무를 넣어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최북과 이방운이 그린 도담삼봉

정선의 '삼도담'
 정선의 '삼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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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을 그린 화가로는 김홍도 외에 정선, 최북, 이방운, 윤덕희가 있다. 정선의 그림은 삼도담도(三島潭圖)다. 산과 바위 그리고 나무를 원경, 중경, 근경에 배치했다. 그런데 원경의 산을 지나치게 크고 진하게 표현해, 그림의 핵심인 도담삼봉이 약해진 느낌이다. 그래선지 문인화가 조영석(趙榮祏)은 이 그림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최북의 그림은 단구승유도(丹丘勝遊圖)다.

호생관 최북은 1749년 원교 이광사(李匡師)와 함께 단양에서 노닐며 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오른쪽에 도담(島潭)을 그리고, 왼쪽에 도보(道甫)가 해제를 썼다. 도보는 원교 이광사의 자이다. 해제를 풀이해 보면 "기사년 봄에 한벽루에서 글씨를 썼다. 그리고 월성 최씨인 식과 함께 놀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최식은 최북의 본래 이름이다. 그리고 더 왼쪽으로는 함께 유람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최북의 '단구승유도'
 최북의 '단구승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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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의 도담은 현재 주차장이 있는 도담 나루터에서 보고 그린 실경이다. 그렇지만 조금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그것은 사방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대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는 진경산수의 기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북은 정선의 진경산수에서 김홍도의 실경산수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803년에 나온 이방운의『사군강산삼선수석』은, 청풍부사로 근무하던 안숙(安叔)이 1802년 가을 4군의 경승을 탐방하고 지은 시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화집에는 도담, 구담, 사인암 등 한강변의 경승을 포함하여 11개 작품이 들어 있다. 이중 도담, 구담, 사인암, 북벽이 현재 단양에 속한다.

이방운의 '도담'
 이방운의 '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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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운은 이들 경치를 진경산수와 실경산수를 바탕으로 그리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좀 더 주관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서양의 구도와 원근법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의 그림은 겸재와 단원의 그림에 비해 전체적으로 채색이 화려하고 화면이 밝다.

이방운의 그림 속 도담은 신선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앞에 산봉우리에 우뚝 선 석문은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보인다. 석문은 동천(洞天)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인간세상과 하늘나라를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석문동천을 지나 물속에 있는 세 개의 도담삼봉은 신선의 세계다. 그곳을 사람들은 배를 타고 찾아간다.

그 삼봉은 그림의 오른쪽에 작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삼봉이 실재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것은 삼봉이 현실의 세계가 아닌 신선의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비들은 삼봉 주변을 돌며 풍류를 즐긴다. 원경으로 표현된 산자락에는 집들이 보인다. 이들 산 뒤로는 수묵기법으로 먼 산을 표현하고 있다.

현대작가를 통해 되살아난 충북의 산수

홍병학의 사인암
 홍병학의 사인암
ⓒ 청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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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특징은 옛그림 만이 아니라 우리시대 작가들 그림도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그린 단양 풍경은 전통적인 산수화에 토대를 두면서도 새로운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단양 풍경 중 사인암이 세 점으로 가장 많고, 도담삼봉, 구담봉이 각 1점씩 있다. 사인암을 그린 사람은 김원(金垣: 1932-2002), 홍병학(1942-), 김현철(1959-)이다. 김원과 김현철이 전통산수화의 기법을 사용했다면, 홍병학은 서양화의 기법을 도입했다.

김원은 사인암을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했다. 색깔로 봐서는 가을 풍경이다. 홍병학의 사인암은 강렬한 색을 통해 관객을 그림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에 비해 김현철은 사인암을 화면 우측에 배치하고, 그 왼쪽으로 주변 풍경을 길게 그려 넣었다. 그를 통해 사인암에 고장된 시선을 자연으로 확장시키려는 화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조용식의 도담삼봉
 조용식의 도담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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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은 2014년 구담봉을 그렸다. 이 그림 역시 좌우로 길이가 긴 화면을 채택했다. 화폭의 절반 왼쪽에 구담봉을 그리고 오른쪽으로 강 반대편 강선대를 수묵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림의 아래 2/5 정도를 푸른색으로 칠했다. 충주댐으로 인해 생긴 푸른 호수를 표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단조로운 수묵화에 강렬함을 더해주었다.

도담삼봉을 그린 화가는 조용식(1968-)이다. 그는 21세기 도담삼봉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길과 다리, 집의 모습이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그림에서 석채, 분채, 호분이라는 색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석채는 돌가루 안료를 말하고, 분채는 연하고 부드러운 안료를 말한다. 그리고 호분은 아교와 섞어 덧칠하는 재료다. 이를 통해 화가는 색상에 느끼는 안정감과 재료를 통해 만들어지는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대비시키고 있다.


태그:#청주박물관, #충북의 산수, #청풍 한벽루, #단양팔경, #진경산수/ 실경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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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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