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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 전교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민주주의 후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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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일 오전 10시 30분]

15년 만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정훈)은 다시 '법외노조'의 길을 걷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19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장관 방하남, 고용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으로 잠시 회복했던 '법내노조' 지위는 딱 8개월짜리였다. 김정훈 위원장은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10월 24일 고용부는 전교조에게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상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 9명이 전교조에 속해 있는 점을 지적, 시정요구를 했지만 전교조가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을 침해하는 등 위법하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우선 제한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도 함께 했다.

가처분 소송과 달리 본안 소송은 전교조의 완패였다. 법원은 이날 모든 쟁점에서 고용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교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였다.

[판단①] 해직자는 교원노조 가입 자격 없다

재판부는 '교원은 다르다'를 기본 전제로 내세웠다. 반정우 부장판사는 "교원은 학교 교육의 수행자로 윤리성과 자주성, 공공성, 전문성이 일반 근로자보다 강조된다"며 "교원 또는 교원노조의 단결권은 더 특별한 규율을 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원노조의 자주성, 독립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이 파행을 겪는 등 국민 전체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교원노조 가입자격 제한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교사들이 단결권을 침해받더라도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지켜지고 교육제도가 유지되는 등 공익이 더 크다는 이유였다.

판결은 '문제가 된 해직교사 9명은 교원노조 자격이 없다'로 나아갔다. 이 사건 쟁점인 교원노조법 2조는 노조 가입은 교원만 가능하지만, 부당해고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해직교사들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자동으로 퇴직됐거나 해임처분 소송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였다. 재판부는 이들이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초기업단위(지역·직종·산업별)노조는 실업자나 구직자도 가입할 수 있지만, 교원노조는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단②] 해고자 1명이라도 있으면 노조 아니다

김정훈 전국교육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하자 실망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 김정훈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패소는 주권자의 권력 남용" 김정훈 전국교육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하자 실망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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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변호인단은 전체 조합원 6만 명의 0.015%인 해직자 9명 때문에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설립신고서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이 시정을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 아님 통보를 해야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상위법인 노조법에 근거하지 않았다며 법외노조 통보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든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노조법상 자격 조건이 없는 조합원이 가입하면 그 노조는 법적 지위를 잃는 효과가 바로 발생한다고 했다. 다만 이때 '시정 기회'를 주는 것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라며 그 자체에 효력이 있기 때문에 '노조 아님' 통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판단③] 전교조는 스스로 기회를 버렸다

재판부는 전교조에게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봤다. 고용부는 2010년 3월 31일 전교조에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규약을 5월말까지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전교조는 우선 이행기한을 8월초로 미룬 다음 그해 6월 시정명령이 위법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패소했고 2012년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19일 법원은 전교조가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2회에 걸쳐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계속 응하지 않은 만큼,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판단④] 1999년 설립 신고 자체도 문제였다

고용부는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 사실확인"이라며 "전교조가 1999년 7월 1일 해직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부칙을 삭제한 채 '허위 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애당초 노조 자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전교조가 이 조항을 이유로 설립신고가 반려될 것을 알고 일부러 감췄다고 했다. 전교조는 신고 이후에 조항을 신설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해직교사 출신 임원은) 신고사항에서 제외"라는 발언이 담긴 1999년 6월 27일 대의원회의록이 있고, 전교조가 1989년 창립할 때부터 줄곧 해직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설립신고 당시 허위 규약을 제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사법부·민주주의 시계는 1988년으로 후퇴"

공동변호인단 신인수 변호사는 재판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판결로 인해서 우리나라 사법부와 민주주의 시계는 정확히 1988년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정부가 여소야대 국회를 피해 밀실에서 만든 것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라고 했다. '악법'에 근거한 판결이라는 비판이었다.

신 변호사는 "전 세계에 이런 법률도, 조치도, 사례도 없다"며 거듭 '사법후퇴'를 지적했다. 그는 "이 판결대로라면 행정관청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노조에게 해산명령을 할 수 있다"며 "곧바로 항소하고 집행정지도 신청, 민주주의 시계를 2014년으로 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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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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