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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됐다.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동조합(노조) 지위 상실에 따른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진보교육감 당선인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판결에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노조로 볼 수 없다고 통보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전교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89년 불법노조라는 낙인 속에서 창립돼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전교조는 이번 판결로 15년 만에 다시 합법노조의 지위를 잃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논란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9월 23일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의 전교조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노동부의 시정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10월 24일 전교조에는 '노조 아님' 통보장이 날아들었다.

이튿날 교육부는 '법외노조'로 전락한 전교조의 혜택을 빼앗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전교조가 서울행정법원에 1심 재판까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11월 13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1라운드는 마무리됐다. 전교조는 일시적으로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탄생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화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라운드의 시작이었다. 진보교육감 당선인 13명 모두는 법정에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우려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반면,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2월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로를 향해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법외노조' 전교조, 무엇이 달라지나

김정훈 전국교육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하자 실망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 김정훈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패소는 주권자의 권력 남용" 김정훈 전국교육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하자 실망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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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전교조는 어떻게 될까.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후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법원이 전교조의 통보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교육부의 조치는 중단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당시 중단된 조치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우선 시도교육청에 전교조 본부와 각 시도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노조 전임자 77명의 복직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여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전임자가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고하지 않으면, 직권면직되거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대량 징계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한 노조 전임자를 대신해 채용된 기간제 교사는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또한 시도교육청이 전교조에 지원하는 사무실 임대료 지원금 52억 원과 전교조에 무상으로 제공한 사무실의 회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되면,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조합비 차단과 함께 전교조 기능을 마비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CMS 방식의 조합비 납부체제를 확보해 안정적 재정운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투쟁기금 마련 운동을 통해 여기에 대응할 예정이다.

또한 전교조는 노조로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협상을 체결할 권한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권리도 잃는다. 하지만 시도교육감의 뜻에 따라 새로운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 관계자는 "노조로서 전교조가 맺은 단체협약의 효력은 상실된다"면서도 "법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시도교육청이 노조가 아닌 일반교원단체로서의 전교조와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법외노조 통보했던 지난해 말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 전교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민주주의 후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한 나라의 주권자의 권력 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적용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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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조치가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지난해 10월 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당시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이끄는 시도교육청은 교육부 조치에 적극 협조했다. 당시 17명의 시도교육감 중 진보교육감은 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진보교육감들이 교육부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후 진보 성향인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전교조가 법외노조이든, 임의단체든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교원단체로 존중하고, 강원도 교육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취임준비위원회(인수위원회)는 이날 판결 직후 논평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화 이후 교육현장의 혼란이 없길 희망한다"면서 "애초에 이 사안에 대한 판결이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여 교육 본연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이번 판결 이후 우려가 현실화될 지 지켜볼 것"이라며 경고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논란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권으로도 옮겨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한명숙(새정치민주연합)·심상정(정의당) 의원은 해직자 등을 포함해 교원노조 가입 자격을 넓히는 내용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되찾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할 것"이라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권리를 되찾기 위한 전교조의 항소 및 합법화 노력에 함께 할 것이며 국회 차원에서도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도 이날 판결 직후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여실히 표출된,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교육이 발본적으로 혁신하기를 갈망하는 민심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면서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전근대적인 노조 자격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화.. 무엇이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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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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