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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 고별강의 하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한국의 포스트 민주화, 시민사회,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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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6일 법원에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오는 19일 법원은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결정하는 판결을 내린다.

지난해 9월 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의 전교조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노조로 보지 않음을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전교조는 규약 시정을 거부했고, 노동부는 전교조가 법외 노조임을 통보했다. 이후 전교조는 11월 서울행정법원에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희연 당선인을 비롯해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인 전원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한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 4424명, 교사 2만7323명도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교조의 지혜가 필요하다"

조희연 당선인은 지난 14일 탄원서를 작성해, 16일 법원에 이를 제출했다. 그는 탄원서에서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전교조 추천 인사와 더불어 교총 추천 인사도 함께 포함시켰다, 앞으로도 교육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듣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라면서 "우리 아이들 모두를 보살피려면 어느 한쪽의 지혜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면, 교육 현장의 다양성이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현장에는 다양한 지혜가 필요하다"라면서 "전교조의 지혜도 필요하고, 교총의 지혜도 필요하다, 이 점을 재판부에서 깊이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조 당선인은 이어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지위가 바뀜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더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면서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선의로 경쟁하는 걸 넘어, 갈등과 대립의 골이 심화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당선인 인수위는 탄원서를 두고 "이번 탄원서 제출은 '친전교조'라는 프레임으로 볼 게 아니라, '교육 현실의 개혁을 위해 교육 외적 이슈로 각 교육 주체가 몸살을 앓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사법부가 갈등 조정의 균형추 구실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된다면 교육현장에 혼란 생길 것"

한편, 지금껏 진보 교육감 당선인 13명 모두 탄원서를 제출했다.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광주·강원·전남·전북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날 전남교육감과 9명의 교육감 당선인들도 탄원서를 내놨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탄원서를 통해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다면 교육현장은 큰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교육계 전반의 공감 또한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인은 "합법화된 후 전교조가 해직교사 문제로 큰 갈등과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없었다"라면서 법외노조 처분의 취소 판결을 요청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아닌 합법노조로서 활동하면서 한국 교육의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명하신 판단을 부탁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희연 당선인의 탄원서 전문이다.

[전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통보취소소송과 관련한 탄원서
사건번호: 2013 구합 26309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존경하는 재판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특별시교육감 당선인 조희연입니다.

사법 정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 오신 재판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통보취소소송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서울 교육을 책임지게 될 교육감 당선인으로서 재판부에 간곡히 탄원 드립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부모의 마음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끔찍하게 희생당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누군들 부모의 마음에서 아파하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서울특별시교육감 당선인 신분이 되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아이들 모두를 부모의 마음으로 보살피는 교육정책을 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서울특별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전교조 추천 인사와 더불어 교총 추천 인사도 함께 포함시켰습니다. 앞으로도 교육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듣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를 보살피려면 어느 한쪽의 지혜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면, 교육 현장의 다양성이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현장에는 다양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교조의 지혜도 필요하고, 교총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이 점을 재판부에서 깊이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지위가 바뀜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더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선의로 경쟁하는 걸 넘어, 갈등과 대립의 골이 심화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1980년대 이후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사법부의 기여가 무엇보다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갈등으로 중요한 고비를 겪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사회갈등 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향적인 판결을 끌어냄으로써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폭을 더 넓혀왔습니다.

모쪼록 이 문제가 교육 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사법부가 사회 갈등 통합의 균형추 구실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솔로몬과 같이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2014. 6. 14.

서울특별시교육감 당선인 조희연


태그:#조희연 교육감 당선인의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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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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