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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자정을 기해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를 달군 키워드는 '해피밀 대란'이었다. 해피밀은 맥도날드의 세트 상품으로 장난감을 끼워 파는 일종의 미끼 상품이다. 대란의 주인공은 바로 세트상품으로 선정된 '슈퍼마리오' 장난감.

슈퍼마리오를 추억하는 세대와 더불어 일명 '덕후'로 불리는 슈퍼마리오 마니아들의 관심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해피밀 대란'을 리트윗한 건수는 16일 세트 상품 2차 입고 이후 급증해 3만8000여 건 이상이다. 총 8가지의 세트를 모으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기현상도 빈번히 나타났다.

 마니아 문화의 '착한' 코드확장, '함께하잔마리오' 프로젝트
 마니아 문화의 '착한' 코드확장, '함께하잔마리오' 프로젝트
ⓒ '함께하잔마리오' 프로젝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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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덕후(마니아) 문화와 기부문화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 기업가 고귀현(27, 남)씨가 서울시 공유형 자동차인 쏘카에 햄버거와 주스를 실으며 말했다. 그는 5월 30일의 1차 해피밀 대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구매하는 젊은 세대들의 즐거운 마니아 문화를 사회로 다시 환원하는 기부 문화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과정은 장난감이 목적인 마니아들에게 햄버거를 기부받아 노숙인 등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총 412개의 햄버거가 기부됐다. 다른 구매자들을 위해 한 매장에서 서른 개 이상은 구매하지 않는 규칙도 정했다.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 매장을 찾기도 했다. 총 14개 매장으로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자정과 새벽 내내 흩어져 햄버거를 모아 아침 배달을 나섰다.

소외를 향한 젊은 세대들의 재기발랄한 소통 방식

 기부문화와 덕후문화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함께하잔마리오'
 기부문화와 덕후문화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함께하잔마리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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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동 1가, 달콤한 수박냄새가 가득한 오전 아홉시 반의 청과시장. 그 한 편 상가 건물 2층 노숙인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 사무실은 오늘 나온 따끈한 잡지를 나르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자정부터 햄버거를 모아 빅이슈를 찾은 젊은이 다섯명이 두 손 가득 들고온 음식을 내려놓고 계단 사이사이에 서서 빅이슈 노숙인 판매원들과 함께 책을 날랐다.

"아침부터 일해서 어떡해요."
"오랜만에 땀 빼고 좋은데요."

잠시 숨을 돌리는 젊은이에게 강남역 9번출구에서 잡지를 판매한다는 한 할아버지가 냉수 한잔을 권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함께하잔MARIO' 프로젝트에 참가한 윤다혜(22)씨는 "모두 다 여기 와서 얼굴을 처음 본 분들이다, 취지가 좋아서 마리오도 사고, 기부도 하려다 아예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햄버거를 전달받은 빅이슈 판매원  청년 마니아문화와 기부문화의 콜라보레이션
▲ 햄버거를 전달받은 빅이슈 판매원 청년 마니아문화와 기부문화의 콜라보레이션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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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분 햄버거 안 챙기신 것 같은데..."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이 주스와 햄버거를 들고 다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햄버거를 전달받지 못하고 판매를 나섰던 할아버지가 손수레를 세우고 배낭을 열어 햄버거를 넣으며 학생을 향해 씩 웃어 보인다. 빅이슈 판매 팀장인 신은경(27)씨는 "늘 아저씨들만 계신 곳인데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며 "젊은 친구들의 소통방식이 신기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어제 두 시간 자고 나왔어요."

프로젝트에 사진과 영상 재능기부로 참여한 포토그래퍼 최원석(37, 남)씨가 말했다. 한 토이 커뮤니티에서 공지를 보고 참가했다는 그는 토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자칭 '극강의 덕후'다.

그는 장난스럽게 "정작 나는 갖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사실 한국 사회에는 덕후(마니아)에 대한 여러 편견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이라고 마니아 문화를 설명했다.

부정적 시선 가득한 '덕후 문화'... 편견과 다르다

 기부받은 햄버거는 서울시 노숙인 자활기관들로 전달됐다.
 기부받은 햄버거는 서울시 노숙인 자활기관들로 전달됐다.
ⓒ RO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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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반 대중매체에서 그려지는 '덕후'는 특정 캐릭터에 지나치게 몰입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하는 이미지로 고정돼 있다. 프로젝트 기획자 고귀현씨는 "덕후 문화는 오늘처럼 충분히 사회 밖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성 높은 문화코드"라며 "철없는 어른들의 시간낭비가 아니라 획일적인 자아를 강요하는 현재 사회에서 개성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늘 한식 위주로 드렸는데 오늘은 특식을 대접하게 됐다" 청파동 인근의 노숙인 쉼터인 인정복지관 관계자가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귀현씨는 "저희가 공유하는 문화가 좋은 일에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복지관이)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참가자 조소희(26, 여)씨는 일정을 마무리하며 "아이들 상품을 어른들이 사재기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런 좋은 방향으로 확장되면 어른들 상품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 이제 마지막이네요. 하루 종일 파이팅했습니다. 한 달 짜리였으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마지막 배달 장소로 향하며 한 참가자가 말했다. "오늘은 재미 빼고 진지하게 진행했어요." 좁은 경차 안에서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두런두런 프로젝트 소감을 나눴다. 차 안에선 달콤한 불고기 햄버거 향이 알싸하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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