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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물때에 맞추어 잠수사들을 태우고 사고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경이 물때에 맞추어 잠수사들을 태우고 사고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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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119 구조팀이 떠내려 왔을지 모르는 유실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중앙 119 구조팀이 떠내려 왔을지 모르는 유실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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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로 "정부와 언론을 다 믿지 못한다"는 말하는 유가족들. 그러나 그들은 혹시나 "잊히지 않을까? 소외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에 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술과 약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진도에서 만난 유가족은 낯익은 사람이 아니면 쉽사리 말문을 열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에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워 보였다. 유가족과 눈도 마주치기 어려울 정도로 닫아 버린 상태에서 유족들을 취재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13일 현재까지 돌아오지 못한 12명의 실종자 유족은 59일째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의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하루는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에 시작된다. 새벽부터 전전긍긍하며 담배와 커피를 양손에 들고 팽목항 주변을 서성인다. 연신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도 못한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놓기 무섭게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또다시 커피와 담배 찾는 모양새다.

낮에 유가족들이 구조가 진행되는 팽목항으로 떠나고 남아있는 유족들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낮에 유가족들이 구조가 진행되는 팽목항으로 떠나고 남아있는 유족들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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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방조제에 유족이 가져다 놓은 신발엔 ‘사랑하는 내아들 너를 기다리는 모든이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렴, 사랑한다, 사랑하는 내아들’이란 문구가 가슴을 울린다.
 팽목항 방조제에 유족이 가져다 놓은 신발엔 ‘사랑하는 내아들 너를 기다리는 모든이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렴, 사랑한다, 사랑하는 내아들’이란 문구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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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에 일부 유족은 팽목항으로 다시 모인다. 여기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일부는 구조 현장 중인 사고 현장으로 떠나고 남아 있는 유족도 인근 방파제를 찾아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자며 우유를 놓고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남아있는 가족들도 체육관 바닥에 억지로 몸을 눕히거나 다른 유족들과 구조 현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손에서 휴대전화기를 놓지 못하며, 물때며 바람까지 일기예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혹시나 구조 소식이 전해질까 봐 연신 휴대전화기를 어루만진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오는 유족의 슬픔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 어깨는 축 처지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인다. 밤이면 더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 연신 담배와 커피를 손에 들고도 쓴 소주로 슬픔을 달래기도 한다.

12일 저녁 체육관 앞에는 5~6명의 사람이 모여 서성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 한 유족이 와서는 "그만 좀하고 다들 찢어져요, 아이를 잃었는데 더 잃을 게 뭐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혹시나 자신들의 이야기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며 사람들을 흩트려 놓는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거린다. 그리고 습관처럼 담배만 피워 물고 하늘만 올려다본다. 체육관 마당에 놓인 텔레비전에서 월드컵 길거리 응원 뉴스가 나오자 한숨만 토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팽목항 방조제에 스님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팽목항 방조제에 스님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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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도중 유가족과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재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속에는 정부에 대한 분노와 언론 때문에 받아야 했던 상처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현장에서 철수하라는 전화를 받은 기자로서 직감 상 '기삿감이다'란 이야기도 들었지만, 유족과의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믿고 진도를 떠난다.

사체가 인양되면 팽목항에서 신원확인을 걸치고 구급차로 진도체육관으로 이송 후에 헬기로 안산으로 이동한다. 진도체육관에는 6대의 헬기가 대기 중이다.
 사체가 인양되면 팽목항에서 신원확인을 걸치고 구급차로 진도체육관으로 이송 후에 헬기로 안산으로 이동한다. 진도체육관에는 6대의 헬기가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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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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