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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못하는 언니·오빠를 위해 그린 편지가 가슴을 태웁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언니·오빠를 위해 그린 편지가 가슴을 태웁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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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따르던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부모님의 속을 까맣게 태웁니다. 그런데 시간은 세월호만큼이나 무섭게 잊히고 있습니다.

멀리 강원도에서 거제도 섬마을 학생까지 전국에서 진도군 합동분향소를 다녀간 이들의 사연도 짧은 메모에서 장문의 편지까지 구구절절합니다. 추모메시지도 합동분향소 넓은 벽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채우지 못한 자리는 노란 리본에 담아서 걸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58일째인 12일 오전에 찾아간 합동분향소. 이곳을 지키던 공무원은 "소용돌이치듯 많은 사람이 다녀갔지만, 이제는 주말에만 조금씩 찾아올 뿐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절규는 바닷바람을 가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벌써 잊힌다면 그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원망하는 글부터 사랑한다는 말까지 덥고 또 덮었습니다.
 원망하는 글부터 사랑한다는 말까지 덥고 또 덮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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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여고에서 다녀간 친구들은 빼곡히 써 내려간 노트를 그대로 놓고 같습니다. 비틀비틀 맞춤법까지 틀려가며 언니·오빠를 위해 써내려간 눈물 나는 사연부터 원망하는 사연까지 다녀간 이들이 놓고 간 사연은 '돌아오라', '죄송합니다', '기억할게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등의 구구절절한 글귀들입니다.

애들아! 사랑하는 아가들아! 천국의 영원한 꽃들아! 하느님과 함께하고 있을 너희들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기도한단다. 그래서 지금 친구들을 가장 좋아한 나에게 친구들아 함께 여서 행복하지 사랑한다! 애들아! 천국 낙원에서 하느님 사랑 많이 받고 슬픔 속에서 일어설 수 있게 부모님, 친지들을 위로해주렴, 영원히 행복하렴 이곳에서 우리 가족 최대해 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아이들아, 잘 도착했니? 아직은 가기 싫었을 텐데... 갑자기 떠나게 해서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영원한 세상에서 인생은 짧지 않니? 우리 곧 만날거야 다행히 여행길 동무는 많아서 외롭지는 않겠다. 엄마 아빠도 그리고 나도 금방 함께 만날 거야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염치없지만, 이제는 니들이 이 세상을 조금 도와주겠니? 함께해 줘 우리도 끝까지 니들과 함께 할게... 잘 놀고 있어.

청천벽력이었을 그 참혹한 순간에 어찌 꿈엔들 잊으리까! 애지중지 키웠을 그 청춘들을 또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식어 버린 자식의 몸 쓰다듬으며 가슴마저 내려앉았을 어버이들이시어! 영원히 떠나보낼 수 없을 그 청춘들을 온 국민이 슬퍼하며 찾고 있다오! 어버이들 그 처참한 아픔을 내 어찌 몇 자의 글로 위로하고 잊으리까! 하지만 어버이들이시어! 5천만 동포가 함께 울고 있다오! 온 국민이 가슴으로 통곡하고 있구려! 이제는 남아 있는 청춘들을 위해 기운을 내십시다! 이제는 떠나버린 청춘들의 안식을 위해 일어나십시다!...

우리들이 너무나 무책임하였다! 너무나 무지하고 잔인했군아! 너무나 미안하군아! 아무것도 못 해줘서 죄송합니다. 부모님들은 당신들이 안 돌아오신다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니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오세요... 제발.

언니들 제가 기도할께요! 제발 죽었어도 돌아와요! 란 간절한 편지도 있습니다.
 언니들 제가 기도할께요! 제발 죽었어도 돌아와요! 란 간절한 편지도 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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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잊혔는지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국화만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벌써 잊혔는지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국화만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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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한쪽에는 주인을 기다리다 말라가는 국화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사람들의 발길이 없습니다. 목 놓아 기다리는 이의 가슴을 까맣게 태우려나 봅니다. 진도실내체육관도 한산합니다. 바닥에 깔린 담요들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11일(어제) 오전 11시 30분경과 오늘 새벽 1시 10분경 두 차례 총 16회 32명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3층 식당과 선미 우측, 4층 선수 좌측과 선미 중앙, 5층 로비와 선수 우측 격실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정밀 수색하였으나 추가로 희생자를 수습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12일(오늘)에는 민관군 합동구조팀 124명을 투입하여 3층 선미 우측, 4층 선수 좌측과 중앙 좌측 및 선미 중앙, 5층 선수 우측과 중앙 좌측 격실에 대해 장애물 제거와 수색을 병행했다고 하는데 아직 실종자를 찾았다는 소식은 전해오지 않습니다.


태그:#세월호,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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