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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통신요금 인가제의 운명을 가를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주한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통신요금 인가제의 운명을 가를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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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LG유플러스가 8만 원대 'LTE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SK텔레콤과 KT가 바로 같은 날 비슷한 요금제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초 SKT에서 망내 무제한 'T끼리 요금제'를 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관련기사: 따라올 테면 따라와... 헉, 벌써 따라왔네? )

음성-데이터 무제한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음성통화요금은 수 년째 초당 1.8원에 꼼짝도 않고 있다. 무선데이터 요금도 마찬가지다. 이통3사가 단말기 보조금 경쟁과 번호이동을 통한 고가 요금제 가입자 확보에만 매달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23년 넘게 유지돼 온 통신요금 인가제가 존폐 기로에 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는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실상 현재 SK텔레콤에만 적용되는 이동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위한 공청회 자리였다. 

통신요금 인가제도 '암덩어리'? 보완이나 조건부 폐지 검토 

통신요금 인가제는 지난 1991년 지배적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인하)을 막아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 차별을 막으려고 도입한 제도다. 이에 따라 유·무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동전화)과 KT(시내전화)에서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반드시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후발 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돼 요금 경쟁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박근혜 정부는 인가제가 애초 도입 취지와 달리 통신사간 활발한 요금 경쟁을 가로 막아 가계통신비 부담을 늘린다며 폐지나 완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요금 인가제 때문에 이통3사간 5대 3대 2 구도가 고착화됐다는 주장과 인가제가 없어지면 오히려 현재 시장 구도가 고착화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발제를 맡은 변정욱 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이동통신시장은 시장 포화 상황에서 서로 경쟁사 가입자를 뺏기 위해 요금 경쟁보다는 번호이동과 고액요금제 가입자 대상 보조금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규제 완화를 검토할 때 알뜰폰(MVNO), 신규 사업자 진입을 활성화할 도매 규제를 확보했는지, 앞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요금 경쟁이 촉발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정욱 실장은 지금까지 논의를 바탕으로 ▲1안: 인가제 유지, ▲5안: 신고제 폐지 외에 ▲2안: 인가제 보완 ▲3안: 인가제 폐지와 신고제 보완 ▲4안: 완전 신고제 전환 등 3가지 현실적 대안을 내놨다.

2안은 현재 인가제를 유지하되 이용자보호와 차별 부분만 사전 심사하고 요금 적정성 여부는 인가 후 실제 판매 결과를 바탕으로 사후 규제하는 방식이다. 반면 3안은 인가제를 없애되 1위 사업자의 경우 이용자 차별 행위 사전 심사, 요금 적정성 사후 규제 등 강화한 신고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4안은 1위 사업자도 사전 심사 없이 신고만 접수하는 방식이다.

변 실장은 "1안은 이용자 보호 등 인가제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우리 정부와 세계의 규제 완화 추세에 역행하는 단점이 있고 3안은 1위 사업자의 요금 출시 기간은 빨라지는 반면 시장 지배력 남용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며 '인가제 보완(2안)'이나 '조건부 폐지(3안)' 쪽에 무게를 실었다.

SKT "인가제가 요금경쟁 막아"... KT-LGU+ "폐지는 시기상조"

이통3사의 입장은 분명하게 갈렸다. 혼자 인가제에 묶여있는 SKT는 신고제 전환에 무게를 싣는 반면, KT와 LGU+는 SKT 점유율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3위 사업자인 강학주 LGU+ 상무는 "1위 사업자도 요금 인하 시에는 신고만으로 가능하다"면서 "오히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후발 사업자 요금 정책을 따라가거나 망내 요금 무료, 가족 할인 제도로 시장을 고착화하고 있어 인가제 폐지시 부당행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요금 인가제는 사업자간 서비스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에 신고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현재 상품에서 요금을 인하하면 신고만 해도 되지만 요금 구간을 바꾸거나 조금만 형태를 변경해도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요금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 상무는 "현재 시장 구조는 요금 인가제와 무관하고 오히려 규제 때문에 후발 사업자들이 안주한 것"이라면서 "단통법 통과로 경쟁의 축이 보조금에서 요금,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는 추세에 맞춰 인가제는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충성 KT 상무는 "단통법으로 요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예단"이라면서 "인가제가 과도한 규제이긴 하지만 SKT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공정경쟁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뜰폰(MVNO) 업계를 대표한 김홍철 한국알뜰폰사업자협회장도 "알뜰폰이 자생력을 갖고 활성화되려면 현재 6%에 못 미치는 점유율이 10~15% 정도 돼야 한다"면서 "알뜰폰이 활성화되고 단통법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인가제가 유지되거나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가제 때문에 보조금 경쟁"-"요금 경쟁 막는 거 아냐"

이날 패널로 참석한 학계와 소비자단체 대표들 의견도 서로 달랐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인가제를 보완하는 2안이나 신고제로 요금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3안이 바람직하다"면서 "현재 요금 인가제는 사실상 가격 상한제여서 요금 인하는 신고만 하면 되고 신고제로 전화면서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가제 폐지보다는 보완쪽에 무게를 실었다. 

소비자단체를 대표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역시 "요금 인가제 목표가 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는 것이라면 공정 경쟁을 위해 아직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혁신적 요금제를 내려고 해도 시장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어서 인가제를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금 인가제는 정부가 시장 초기에 독점이 안 되게 틀을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지금은 규제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는 환경인가 따져 변화할 시점"이라면서 "(인가제로) 요금 경쟁을 못하게 하니 시장이 5:3:2로 고착화돼 보조금 경쟁으로 간 것"이라며 인가제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신종원 YMCA 실장도 "통신요금 인하 운동을 해보니 요금 경쟁을 가로막는 핵심 고리이자 5:3:2 시장 고착화의 가장 큰 원인이 인가제였다"면서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게 마땅하고 바뀌는 과정에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밝혔다.

"요금경쟁보다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이통사에 더 편리"

정작 칼자루를 쥔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인가제 폐지를 제안한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인가제가 통신요금 인하를 억제해 왔다고 보고 있는 반면 통신비 원가 공개 소송을 제기한 참여연대는 정부가 인가제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통신비용 부담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치권과 소비자, 사업자들이 인가제에 갖고 있는 기대들이 저마다 달라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변정욱 실장 역시 "과거 통신 요금은 주로 표준요금제여서 음성이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3G, LTE 데이터가 들어오면서 차원이 달라졌다"면서 "옛날처럼 특정 요금 한두 개 인가 잘 한다고 통신 요금이 낮아지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변 실장은 "그동안 요금 경쟁이 안 된 건 이통사 입장에서 요금보다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더 편리하고 유연성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단통법 규제가 생겨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규제도 요금과 단말기 두 가지를 모두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이날 공청회 의견 등을 수렴해 오는 6월 말까지 통신요금 규제 개선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태그:#통신요금 인가제, #보조금 경쟁,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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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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