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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 취재진에 둘러싸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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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삐뚤어진 역사인식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청와대는 '일제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 후보자 발언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문 후보자를 보호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각 및 청와개 개편 차질 생기나

우선 청와대가 이번 주 중 단행할 예정이었던 내각 및 청와대 비서실 개편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날 중 개각 여부에 대해 "지금 상태로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

민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발언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이냐'는 질문에 "어제 상황에 대해서는 다 파악하고 여론의 추이도 충분히 보고 있지만 보도 때문에 인사가 늦어진다든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며 "(개각 대상) 인원이 좀 많을 수도 있고 검증이라는 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발언 파문과 내각 및 청와대 개편 시기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원래 계획한 인적 쇄신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개각을 발표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먼저 수석비서관 교체 등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마무리한 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개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민 대변인은 오는 16일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전 개각 발표는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문 후보자의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와 윤상현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를 두둔하고 나섰지만 당내 분위기는 다르다. 

"식민사관 옹호, 대단히 문제"... 심상치 않은 새누리당 분위기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교회에서 한 강연이었다고 하지만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을 그대로 옹호하고 미화한 것은 저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해도 규탄해야 할 문제일텐데, 우리나라의 총리 후보가 이런 역사인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 민족의 게으른 DNA 때문에 일제의 식민지배가 왔다는 식의 주장에 대한민국 국민 1%라도 공감하겠느냐"며 "본인이 해명할 것은 해명하되 그럼에도 대한민국 총리로서 적합치 않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김상민 의원도 "문 후보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칼럼·강연 등을 통해 (부적격)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민 통합 관점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도덕성 논란은 피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엉뚱한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 후보자가 이날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제 알려진 발언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나"라고 반박한 것도 사태를 악화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오전 뒤늦게 "교회 강연에 오해 소지가 생겨 유감"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커지는 김기춘 책임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브리핑실 향하는 김기춘 비서실장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개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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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청와대는 교회에서 한 강연 내용까지 어떻게 파악하겠느냐는 다소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이 어디에 보도 됐다든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저희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문 후보자 역사관 파문의 불똥은 청와대 개편에서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던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튀고 있다 .

전관예우 논란에 발목이 잡혀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후보까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사퇴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또 다시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한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인사참사에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직접 수습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태그:#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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