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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새누리당이필운 당선자, 오른 쪽 새정치민주연합 최대호 낙선자
 왼쪽 새누리당이필운 당선자, 오른 쪽 새정치민주연합 최대호 낙선자
ⓒ 이필운,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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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민들 표심이 흥미롭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안양시민들은 대체로 야권 지지성향이 강하지만, 안양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진보성향 이재정 경기 교육감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보다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주었다. 시의원 비례도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보다 1만6583표를 더 많이 받았다. 도의원 6개 선거구 중 5개 지역을 새정치연합이 휩쓸었다.

이것만 보면 새정치연합이 압승이다. 하지만 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승자는 새누리당 이필운 후보다. 이필운 후보가 새정치연합 최대호 후보를 930표 차이로 누르고 '신승'을 거뒀다.

안양시민들은 한 정당에 몰표를 주던 이른바 '묻지 마' 투표를 한 게 하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 지지하는 후보에게 골고루 표를 준 것이다.

결과가 있으면 분명 원인이 있는 법. 안양시민들은 어째서 이런 복잡 다양한 투표를 했고, 최대호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 주었을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대호 후보 측에서는 이필운 후보의 '네거티브'로 인한 패배로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나름 일리있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헐뜯기와 비방이 판을 쳤던 선거다. 이필운 후보는 최대호 후보의 측근 비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최대호 후보는 이를 틀어막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를 주요한 원인이나 결정적인 이유로 보긴 어렵다.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은 주었겠지만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큰 영향이 있었던 건 아니다. 네거티브가 표심에 크게 작용했다면, 동안구와 만안구 주민 모두가 최대호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동안구 주민은 최대호 후보에게 4365표나 더 주었다.

최 후보를 낙선시킨 건 만안구 주민이다. 만안구 주민들은 이필운 후보에게 5295표를 더 주었다. 낙선 원인을 네거티브가 아닌 만안구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최대호 후보 만안구 완패 조짐, 이미 선거전에 나타났다

이필운 당선자
 이필운 당선자
ⓒ 이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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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만안구 주민들이 최대호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개발 문제로 인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구)뉴타운 지구 주민들 불만이 컸다.

만안 뉴타운은 2011년 4월 6일부로 재정비 촉진 지구지정 효력이 상실되면서 자동 취소됐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 피해가 컸다. 뉴타운이 추진되는 걸 실력 저지하다가 다친 주민도 있고,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를 받은 주민도 있다.

특히, 사법 처리를 받은 주민들 불만이 컸다. 주민들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한 게 바로 안양시이기 때문이다.

최 후보가 만안구에서 완패 할 조짐은 이미 선거전에 나타났다. 선거 직전, 뉴타운 반대 운동을 하던 주민 일부는 '최대호 시장 낙선운동'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또한 (구)뉴타운 지역외 재개발 지역 주민들, 특히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최대호 시장은 개발론자'라는 말이 떠돌아 다녔다.

원인은 재개발 문제에 대한 최 시장의 어정쩡한 태도에 있다. 뉴타운 문제를 비롯한 재개발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최 시장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주민 뜻에 따른다'며 여론 향방만 힐끔 거리다가 찬·반 주민 모두에게 비난을 샀다.

여론이 개발 반대로 완전히 쏠린 것을 확인한 후, 반대 주민들 손을 들어 준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이미 주민들 마음 속에 분노가 쌓일 만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정쩡한 태도와 눈치 보기가 이번 선거에서 심판을 받은 것이다.

뉴타운 반대한 새정치민주연합 강득구 도의원은 당선

강득구 도의원
 강득구 도의원
ⓒ 강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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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보가 만안구 개발지역 주민들에게, 특히 구 뉴타운 지역 주민들에게 심판받았다는 것은 (구)뉴타운 지역에 출마한 강득구 새정치 민주연합 도의원 당선자 득표와 비교해 보면 확연해 진다.

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55.4%를 얻어 안양시의회 부의장 출신인 새누리당 이재선 후보를 가볍게 따돌렸다.

뉴타운 문제에 대한 강 후보의 태도는 분명했다. 지난 2010년 뉴타운 반대 운동이 한창일 때, 당시 강득구 도의원은 "뉴타운 개발은 많은 문제점이 있어, 취소해야 한다"고 주민들 앞에서 당당히 밝혔다. '주민 뜻에 따른다'며 눈치 보기를 하던 최대호 시장과 확연히 비교되는 태도였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도 뉴타운. 재개발 문제는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었다. 그 때는 뉴타운 사업과 기타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현역시장 이필운 후보가 심판을 받아 낙선했다. 만안구 주민들에게 4907표를 더 받은 민주당 최대호 후보가 당선, 안양시장이 됐다.  

살펴 본 바와 같이 만안구 주민들은 그동안 정당 선호도와 관계없이 비교적 소신 있는 투표를 해 왔다. 그 이유는 개발 문제가 곧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발하면 전 재산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구도심 지역 주민들을 소신 투표하게 한 것이다.

2010년, 2014년 지방선거 모두 현역시장들은 '뉴타운·재개발' 문제에 모두 발목을 잡혔다. 이필운 시장은 밀어부치다 잡혔고, 최대호 시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잡혔다. 두 사람 모두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만안 뉴타운이 취소됐어도 안양시에는 아직 재개발 지역이 20곳이나 된다. 사업성 부진, 그로인한 주민 반대에 부딪쳐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곳이 대다수다.

이제 공은 다시 이필운 당선자에게 넘어왔다. 4년 후에 심판 받을 것인지 아니면 박수를 받을 것인지는 이필운 당선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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