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이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에서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국가관 전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황금사자상을 들어 보이는 한국관 조민석 커미셔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이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에서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국가관 전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황금사자상을 들어 보이는 한국관 조민석 커미셔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건축 100년을 조망한 한국의 건축전이 세계 건축계의 인정을 받았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개막식에서 한국관이 65개 국가관 전시 가운데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것.

1993년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독일관 공동 대표로 참가해 당시 독일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관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는 미술전과 건축전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휘트니 비엔날레·상파울로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행사로 홀수해에는 미술전이, 짝수해에는 건축전이 열린다.

국가관별로 전시를 여는데 우리나라는 1986년 별도의 전시관 없이 이탈리아관의 작은 공간을 배정받아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그러다 1995년 창설 100주년을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 측이 15년 만에 카스텔로 공원에 독립관 한 곳을 허가해주기로 하면서 중국 등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26번째로 독립된 국가관을 건립했다.

당시 백남준과 건축가 김석철은 결정권을 쥔 마시모 카차리 시장에게 "한국관에서 남북 공동 전시를 열게 되면 당신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국관 건립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올해 한국관은 남북한의 건축을 주제로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였다.

조민석 커미셔너의 말대로 "1995년 한국관 건립 당시에는 지키지 못했던 남북의 공동 전시, 적어도 남과 북의 문화를 다루는 전시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한" 전시다.

전시 기획 과정에서 북한과의 공동 전시를 위해 수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북측과 접촉하며 의사를 타진했으나 아쉽게도 실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대신 '한반도 오감도'를 통해 한반도만이 가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건축적 영향을 짚어보고자 했다. '한반도 오감도'라는 제목은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얻었다.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모뉴멘트'(Monumental State), '경계'(Borders), '유토피안 투어'(Utopian Tours)라는 소주제로 나뉜 전시에는 건축가와 도시계획가 뿐 아니라 크리스 마커와 김기찬, 안세권을 비롯한 사진작가, 미술품 수집가, 화가, 디자이너, 비디오아티스트 등 29개 팀이 참여했다. 1993년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그룹을 설립해 북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온 닉 보너의 컬렉션과 커미션 작품도 포함됐다.

전시를 둘러본 해외 인사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인 렘 쿨하스가 방대한 양의 리서치에 감탄하며 다른 국가관 큐레이터들에게 한국관의 전시를 꼭 보게 하겠다고 말하고, '세계 미술계 파워 1위'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스위스관 커미셔너가 최고의 전시라고 평하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프란체스코 반다린(이탈리아·심사위원장), 후 한루(중국)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고조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새롭고 풍성한 건축 지식의 총집합을 보여준 특별한 성과"를 수상 이유로 밝혔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전했다.

조 커미셔너는 "한국은 현재 끊임없이 앞을 내다보고 있고 전혀 뒤를 돌아보고 있지 않은데 이런 관점에서 시의적절한 과제였고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그 역할을 맡아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어 기뻤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언젠가 남북한 국기 두 개를 무난하게 걸어놓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그냥 좋은 건축 전시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며 "제목도 '오감도'가 아닌 단순히 '조감도'라고 붙이고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큰 상을 받고 성취감을 느꼈다는 자체가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우리가 만들어냈던 상상 속의 남북한의 공백을 어떻게 봤는지 떠올리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건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