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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 시절을 알아(好雨知時節)/봄이 되니 곧 내리기 시작한다(當春乃發生)/바람 따라 밤에 몰래 스며들어( 隨風潛入夜)/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신다(潤物細無聲)' -두보, 춘야희우(春夜喜雨) 중에서.

이 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두 견해가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리니 만물이 생기를 얻게 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 것으로 농민들의 마음을 대신한 것이라는 설과, 때맞춰 내린 비에 금관성(중국 청두)에 꽃이 화사하게 피어날 것이니 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향락적인 기대감을 노래한 것이라는 설이다.

 6월 3일 내린 단비를 맞고 토마토가 촉촉히 젖어있다
 6월 3일 내린 단비를 맞고 토마토가 촉촉히 젖어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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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월 3일) 내린 비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만물이 그야말로 생기를 찾아 춤을 추는 듯하다.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린 비는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촉촉하게 적셨다. 그렇게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부슬부슬 내린 비는 단 한 방울도 유실되지 않고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만물의 뿌리를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아침에 땅을 파보니 모래땅은 약 20cm, 흙 땅은 15cm정도 스며들어 있다. 푸석거리며 흙먼지만 날리던 텃밭에 얼마나 고마운 단비인가! 여린 새싹들이 가뭄에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허덕거리며 아사 직전에 있다가 단비를 맞고 생생하게 방글거리며 고개를 쳐들고 있다.

중국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杜甫):712-770)는 전쟁 통에 고향을 떠나 대부분의 생애를 객지를 떠돌며 살았다. 그리고 평생을 주린 배를 움켜쥐고 병마와 시름하며 시를 지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가장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굶어 죽었다. 두보의 시가 대중으로부터 오래도록 사랑과 공감을 받고 있는 것은 그의 시 속에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는 민초들의 아픔이 잔잔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춘야희우(春夜喜雨)는 단순한 향락을 노래한 시가 아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대지를 적시니, 만물도 사람도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귀한 시다. 허기에 시달리는 민초와 갈증에 시달리는 작물에게 생기를 불러 넣어주는 풍경을 기가 막히게 묘사한 시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임진강에 단비를 내려주고 있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임진강에 단비를 내려주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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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야희우는 임진강변에 살고 있는 이 촌부의 모습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해주는 절묘한 시다. "들판 길 구름 낮게 깔려 어둡고(野徑雲俱黑), 강 위에 뜬 배의 불만이 밝다(江船火燭明)"는 마치 임진강을 노래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임진강 적벽 몽돌 강변에는 밤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등불을 밝히고 있다. 그 등불 외로이 밝힌 적벽 너머 들판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다.

나는 텃밭에 나가 호미를 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흙을 더듬는다. 아침, 오전, 오후, 저녁, 밤… 바로 현관문을 열면 먹을 수 있는 텃밭이 코앞에 닿는다. 텃밭이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한걸음이 천리다. 많이 걷거나 차를 타고 가는 텃밭은 텃밭이 아니라 농장이다.

넓지는 않지만 200여 평의 텃밭은 나이 든 사람이 홀로 짓기엔 결코 좁은 공간이 아니다. 조금만 집을 비워도 금방 자국이 난다. 지난주에는 설악산 만행을 다녀온 후 모친 추도식에 참석하느라 일주일간이나 집을 비웠더니 블루베리 잎이 타들어 가고, 접시꽃, 옥수수, 분꽃 등 모종을 파종한 모판에 잎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촌부가 직무유기를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단비를 맞고 스프링처럼 용솟음치는 텃밭의 작물들
 단비를 맞고 스프링처럼 용솟음치는 텃밭의 작물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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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내린 단비를 맞고 모든 작물이 스프링처럼 용솟음 치고 있다. 붉은 장미가 활짝 피어 담장에서 미소를 짓는다. "새벽녘 분홍빛 비에 젖은 곳 보니(曉看紅濕處), 금관성에 꽃들 활짝 피었네(花重錦官城)" 아름다운 분홍빛 장미와 영산홍은 두보의 이 시구를 연상케 한다.

두보는 고향을 떠나 쓰촨성 청두에 머물 때 몸소 농사를 지으며 그의 생애에서 가장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했다고 한다. 늘 고향을 그리며 떠돌다가 정착한 청두의 전원생활은 단비에 대한 반가운 느낌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촉촉히 젖어 있는 붉은 영산홍
 촉촉히 젖어 있는 붉은 영산홍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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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이곳 38선 이북 임진강변에서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전원 생활을 보내고 있다. 비록 내 소유의 땅은 아니지만 우연히 블로그에서 만난 독자와의 인연과 그의 주선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 손으로 땀을 흘리며 손수 땅을 일구고, 텃밭을 가꾸고, 무공해 채소를 길러 먹는 생활은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준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 단비가 내리니 온 집안에 생명의 샘이 용솟음 치고, 건강한 기운이 넘쳐 흐른다. 내 손으로 손수 기른 작물들이 건강한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행복하다.

 꿈을 일구어 가는 텃밭
 꿈을 일구어 가는 텃밭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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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하게 자란 오이가 마치 가시 돋친 촛대에 노란 촛불을 켜는 것처럼 보이고, 수박은 비단 구슬처럼 귀엽게 열려있다. 토마토는 송이송이 터질 듯 영글어가고 있고, 단호박은 달콤하고 맛깔나게 커가고 있다.

줄기를 힘차게 뻗어가는 고구마, 이슬을 듬뿍 머금은 당근, 싱싱한 상추잎, 키를 넘기는 옥수수가 바람에 바삭거리고 있다. 밑이 굵어져 가는 마늘, 둥글게 영글어 가는 살구, 보리밭 사이로 수확을 기다리는 감자, 아아, 오디와 블루베리도 검푸르게 익어가고 있다.

 오이꽃
 오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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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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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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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텃밭을 가꾸다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텃밭엔 꽃들도 만발하게 피어 있다. 달리 꽃을 심지않아도 작물들은 때가 되면 꽃을 피워준다. 노란 청경채꽃과 비타민상추꽃, 하얀 무꽃과  쑥갓꽃, 작고 귀여운 고추꽃과 피망꽃, 참외꽃, 수박꽃, 호박꽃, 토마토 꽃, 가지꽃…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의 꽃이 텃밭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좋은 비 시절을 알고, 마지막 봄비가 대지를 적시니 모든 작물들이 하하하, 호호호 하며 춤을 춘다. 춘야희우(春夜喜雨)를 읊조리며 마지막 봄과 초여름의 텃밭을 행복한 마음으로 둘러본다.

 청경채꽃
 청경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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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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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텃밭의 모든 작물들을 무공해로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 공해 없는 작물을 키우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모든 작물을 친환경적이고, 유기농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야채와 작물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밥상에 오를 때 우리의 심신도 건강해질 것이다.

민초의 허기진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단비가 내리니 텃밭이 더욱 건강하게 보인다. 텃밭이 건강하고, 식탁이 건강하면 이 사회도 건강해 지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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