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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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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1일째 되는 지난 26일 월요일 오전 11시 경기 광주 구시청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 광주지역 육아카페 엄마들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각자의 피켓을 들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회원 수 약 2만여 명을 보유한 광주 육아맘 카페 회원 20여 명이 침묵행진을 주도했다. 평일 오전이라 참여도는 작았지만, 참여한 그들은 무사히 행진을 마무리하였다.

2만여 명 육아카페에서 시작된 엄마들의 침묵행진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상당히 더운날씨임에도 피켓을 들고 꿋꿋히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상당히 더운날씨임에도 피켓을 들고 꿋꿋히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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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까지 대동한 어머니들은 한 시간 가량 침묵행진을 계속했다. 그들은 차분히 피켓을 들고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있는 구 시청에서 출발했다. 이마트까지 광주 시내를 돌아서 다시 합동분향소 앞에 도착 후 조용히 침묵시위를 하며 이날의 침묵 행진을 마감했다.

한여름 같은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하나의 열외가 없었다. 더불어 끝까지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무거운 맘을 전해주는 듯 힘겨운 걸음걸이의 모습이 더운 날씨임에도 선명히 눈가에 전해졌다.

'우리 이제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피켓을 든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우리 이제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피켓을 든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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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엄마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우리 이제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우리 잊지 말고 기다릴게', '어른들이 못나서 너희들을 희생시켰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이들을 살려내라' 등 각오와 미안함, 분노를 담은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그들은 힘겨운 걸음걸이에도 하나의 글귀라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엄마들의 행진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였다. 지나가던 비슷한 또래의 몇몇 아주머니들은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다"며 함께 하지 못함을 미안해하기도 하였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서후맘 정현애(48)씨는 "세월호 사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침묵행진을 추진했다"며 "현 시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재차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은) 애기 엄마이지만 동참하는 의미로 회원수 2만의 육아맘 카페를 필두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땅에서 어른으로 산다는게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우리가 큰죄를 지었습니다. '란 피켓을 든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이땅에서 어른으로 산다는게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우리가 큰죄를 지었습니다. '란 피켓을 든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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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함께 참가한 정연희(40)씨는 "세월호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에 실망했다"면서 "세월호 사고 해결 방법과 사과 방법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라고 하면서 그 모든 과정들이 한 아이의 엄마인 어른으로서 너무도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돌아오는길 시민들에게 푯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돌아오는길 시민들에게 푯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육아맘 카페 엄마들의 침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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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만 참여... 우리 잘못 다음엔 (희생자) 우리가 될 수도

제일 후미에서 행진에 참가한 김경란(52)씨는 "2만여 명의 회원이지만 소수의 격려들과 소수의 참여로 인해 섭섭하고 안타깝다"며 3~40대 엄마들의 적은 관심은 우리세대의 잘못이라고 하였다. 또 그녀는 "개인주의적 사고 방식 안타깝지만 작은 시작이나마 상징적으로 엄마들의 힘의 무서움을 보여줄 것이다"고 토로했다.

침묵 행진 도중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로 인해 힘겨워하는 참가자들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 유모차에 탄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선경(가명·39)씨도 "지인의 권유로 참여했지만, 참여율이 예상보다 낮아 실망스럽다. 날도 덥지만, 추가로 참석하고 싶다"며 자신의 피켓에 적힌 글들을 다시 한 번 바로 들고 가기 시작했다.

정수영(가명·41)씨는 "너무 아쉽다. 참여도가 낮아서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세월호가 감정적 도화선이 되어서 이렇게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집회는 대학 다닐 때 등록금 관련 집회 빼고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세월호사건을 보면서) 다음엔 누가 그 희생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가 될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마저 든다"며 자신의 참담함을 설명해주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엄마들은 침묵 행진의 행사를 마친 엄마들은 구 시청 앞에 모여 잠시 서로 이야기를 나눈 뒤, 삼삼오오 헤어졌다.

한편, 경기 광주지역 육아카페 엄마들은 추후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엄마들의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동분양소 앞 노란리본. 무심한 듯 도로위 바람에 몸을 휘날리고 있다.
 합동분양소 앞 노란리본. 무심한 듯 도로위 바람에 몸을 휘날리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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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기 광주 육아맘카페,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 #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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