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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현경(인화여고 2학년), 주진솔(중앙여상 1학년)
사진: 장호영 시민기자

5월 24일 주안역 앞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기타 연주 공연을 하고 있다.
 5월 24일 주안역 앞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기타 연주 공연을 하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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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선 청소년들이 주최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는데, 인천에선 아직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기획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가 1000개의 촛불이 되어 희생자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촛불문화제 제목을 '우리 1000개의 촛불로'라고 지었다. 이번 일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나는 같은 나이이며, 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사고가 난 뒤 한 달 후에는 우리 학교가 그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던 터라, 희생자가 내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희생된 단원고 친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지난 24일 오후 6시, 주안역 앞 광장에서 '우리 1000개의 촛불로'란 제목으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를 연 김예인(18)양은 취지를 설명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양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하고 잘못된 모습들이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친구들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지역 청소년 14명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점점 잊혀가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어른들보다 앞장서서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촛불문화제를 준비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자유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자유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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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가 열린 장소에 시민들이 글귀를 적은 노란 리본이 설치되고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안역 광장을 오가던 많은 시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촛불문화제에는 청소년과 시민 100여 명이 참가했다.

사회를 맡은 한들(18)양은 첫 마디를 떼면서부터 눈물을 억누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나서야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용기이다"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이 우리가 용기를 내야할 때"라고 여는 말을 했다.

일본 오사카 출신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인 고타로 오시오의 곡 <황혼>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천개의 바람이 되어>와 <거위의 꿈> 노래 공연, <Moon river(문리버)> 오카리나 연주, 안상학 시인의 <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와 이화은 시인의 <그리움> 등 시 낭송이 이어졌다.

한들 "지금이 우리가 용기를 내야 할 때..."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에서 한 청소년이 자유발언을 하며 흐느끼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에서 한 청소년이 자유발언을 하며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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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 용기를 내 무대에 선 청소년의 자유발언은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정부와 언론, 어른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이목을 집중시켰고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얼마 전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다녀왔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한 김은희(15)양은 "수많은 사람들이 안치된 현장에서 울부짖는 유가족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무책임한 대응으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정부가 원망스럽다. 도저히 내 미래를 이런 나라에 믿고 맡기지 못하겠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마지막 순서로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를 개사한 '천개의 촛불이 되어'를 참가자들이 함께 부르자, 행사장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촛불문화제에선 공연과 자유발언 외에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배지 나눠주기'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에는 무대 뒤에 걸려있던 대형 현수막에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언니가 참여한다고 해 함께 왔다는 정다은(13)양은 "촛불문화제 참가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했고, 왜 언니·오빠들을 구하지 못했는지, 정부가 원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혜림(15)양은 "세월호 사고로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직접적 도움은 못주지만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참여했다"며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며 세월호 사고가 정말 큰 사건이었고 희생이 컸다는 것을 실감했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있다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길을 지나가다 끝까지 참여하게 됐다는 황수민(21)씨는 "이런 행사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촛불문화제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바람이 더욱 세게 불었다. 주안역 앞 광장을 가득 채운 노란 리본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이, 마치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이들에게 건네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인사인 듯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마지막 순서로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개사한 ‘천개의 촛불이 되어’를 함께 부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인천청소년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마지막 순서로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개사한 ‘천개의 촛불이 되어’를 함께 부르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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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이번 기사는 시사인천 청소년기자단인 이현경(인화여고 2학년), 주진솔(중앙여상 1학년) 청소년기자가 취재해서 실었습니다.



태그:#세월호, #청소년, #촛불, #인천, #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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