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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치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선거에서는 당시의 사회적 이슈들이 집중적으로 공론화됩니다. 정치학과 대학생 연합동아리 '여정(與政)'은 한국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후보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역주의 극복, 군소정당, 여성 정치인, 청년 정치인, 이색 경력 후보'를 카테고리로 하여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기자 말


2012년 총선, 소위 새누리당의 '표밭'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여 40.42%의 득표율을 얻은 사람이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이다. 그는 과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냈으며 경기도 군포에서 16․17․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19대 총선에서 과감히 그의 고향 대구로 왔다. '민주당'의 이름표를 떼지 않은 채 말이다. 수성갑 지역구에 출마하여 아깝게 낙선하였지만 대구에서 야당후보로서는 이례적으로 40%의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도전한다. 이번에도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로서 기호 2번을 달았다.

"김부겸이는 민주당만 아니믄 찍어줄 텐데 말이야~."

김부겸 후보에 대한 대구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드러나는 말이다. 그 역시 고민이 많았을 텐데 '굳이' 민주당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름표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에서 야권 주자로서 40%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용감히 두 번째 도전을 감행한 그가 '지역주의'에 대한 고민을 듣기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 생각했다. 지난 3월 30일 그를 만나러 대구 서구에 있는 김부겸 후보 선거사무실를 찾았다.

대구시장후보 김부겸
 대구시장후보 김부겸
ⓒ 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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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까지 약 두 달이 남은 시점이었는데도, 벌써 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고, 그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그에게 '19대 총선의 낙선 소감'이라는, 다소 황당하고 재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떨어져서 기쁜 사람은 없지만, 그 짧은 기간에 40%의 표를 주신 것은 개인 김부겸에 대한 것보다는 저를 통해 대구 시민들이 답답한 그 무언가를 표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대구 시민들을 배신하고 다른 데에 갈 수 없었죠."

정치인으로서 그의 꿈은 "정치를 통해서 공동체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국민들께 보람을 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1996년에 야권이 분열될 때, 그는 우리나라는 전국적 범위에서의 정치적 경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런 풍토에서는 그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급, 성별, 이익 등 모든 가치가 지역주의로 굴절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주의가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암덩어리라 여겼고, 지역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이 정치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경기도 군포에서 3선 국회의원이었는데, 군포에 계속 있었다면 4선 의원이나 경기도지사로서의 길이 조금 더 쉬웠을 순 있지만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민주당원'으로서 대구행을 택했다. 그리고 선거에 출마하여 시민들에게 지역주의 극복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화세력이 산업화세력에 건네는 악수, 박정희컨벤션센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그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쳐 국민소득 2만5000달러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1987년에 일종의 시민혁명을 거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일궈냈다. 하지만 1980년 광주민중항쟁 등의 아픔이 있었고,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갈등하며 때로는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국민들의 권리와 행복이 뒷전으로 밀리기까지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지만, 두 세력 간의 갈등을 넘지 못하면 한국은 발전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이나, 다른 가치와의 공존과 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박정희컨벤션센터 설립'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가장 큰 이슈가 된 공약이다. 그는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2013년 광주시장-대구시장 간의 달빛(달구벌+빛고을)동맹에서 착안해 이 공약을 냈다.

김대중컨벤션센터가 호남인의 자부심과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공간인 것처럼, 박정희컨벤션센터도 대구 시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관련 업적을 드러내 자랑하고 추억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인 동시에, 대구 시민들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더불어 두 센터 간의 교류를 활발히 하여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연스러운 교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한다. 즉 민주화세력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야권 후보로서 산업화세력에 화해의 악수를 청하고, 대구 시민들이 그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대구시장 김부겸 후보와 여정(與政) 인터뷰어들이 3월 30일,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만났다.
 대구시장 김부겸 후보와 여정(與政) 인터뷰어들이 3월 30일,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만났다.
ⓒ 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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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컨벤션센터 등과 같은 공약도 중요하지만, 야당 후보의 대구시장 당선만으로도 의미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는 말에, 그는 '신나는 상상'이라 자신 있게 답했다. 대구 시민의 입장에서, 대구에서 난 여권 출신 대통령을 직접 밀어주고 시장은 야권에서 뽑음으로써, 정치권에 대항하는 수단을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라 하였다.

"과거에는 희생이 따르고 피비린내 나는 투쟁 끝에 이런 변화가 있었는데, 이제 투표 한 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신나는 상상입니까!"

"투표 한 장으로 세상 바꿀 수 있어... 얼마나 신나는 상상인가!"

우리가 대학생이다 보니,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가 그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한때 제3의 도시였던 대구가 현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에는,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도시로 유출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그는 청년 일자리와 경제 문제는 악순환이라 했다. 청년들에게 문화적 기회와 일자리가 부족해 젊은이들이 떠나고, 젊은이들이 떠나 도시가 활력을 잃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대구가 비교 우위를 가진 기계 부품, 섬유, 소프트웨어 등의 산업 경쟁력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메디시티(최첨단 의료 복합 단지), 뷰티 산업, 한방, IT와 소프트웨어 복합 분야에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 한다. 또한 청년들이 도시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문화적 기회' 역시 중요하므로, 대구를 거점으로 당일 여행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관광 산업과 서비스 산업에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박정희컨벤션센터도 이처럼 '열린 문화 기회'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 하였다. 또한, 남부권 신공항을 유치하여 지역민으로서 해외여행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국회의원 선거보다 시장 선거의 선거구가 훨씬 넓어 선거운동이 힘들 것 같다는 그의 작은 걱정에, 지난 총선에서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와 화제가 된 딸, 배우 윤세인씨가 떠올랐다. 따님이 참 아름답더라는 여대생들의 들뜬 감탄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유(?)를 보였다. 딸의 연예계 활동을 반대했을 거라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그는 어릴 때부터 과천시립어린이합창단 등으로 무대 경험이 많았던 딸에게, 대학에 갈 즈음 배우의 길을 직접 추천했다고 한다.

'이상형 월드컵'이라며 개그맨 유재석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제시하고 사위가 연예인, 혹은 정치인이라면 어떨 것 같냐는 다소 장난스러운 질문에, 그는 "안철수 의원은 우리 당 대표인데…"라며 난감해 하면서 조심스럽게 개그맨 유재석을 택했다. 덧붙여 공적인 영역에 나온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딸에 대한 애정 섞인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정치학과 선배님의 위엄과 옆집 아저씨의 친근함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김부겸 후보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는 유쾌하게 끝이 났다.
 정치학과 선배님의 위엄과 옆집 아저씨의 친근함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김부겸 후보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는 유쾌하게 끝이 났다.
ⓒ 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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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정치학과 선배로서(김 후보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젊은이들에게, 특히 정치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책상 밖의 현실 참여와 관련한 조언을 부탁드렸다. 공부, 취업 등으로 바쁜 학생들에게 현실 참여란 때로 사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치란 영역은 어려운 영역이 아닙니다. 고개를 돌리면 인간이 살고 있고, 인간의 삶은 모두 정치의 영역이지요. 젊은 학생들, 특히 정치학을 전공하는 여러분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개를 돌려 공동체의 문제에 눈을 뜨고 열심히 토론하고 현장을 뛰며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학생인 여러분이 오히려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지식과 경험을 현장에서 찾을 수 있죠. 친구들끼리 모여 치열히 고민하고 토론하세요! 대신 '머시마' 만나는 시간은 줄이고!"

정치학과 선배님의 위엄과 옆집 아저씨의 친근함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김부겸 후보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는 유쾌하게 끝이 났다. 2014년 6월 대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까? 대구 시민들은 김부겸 후보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서울대-이화여대-서강대 정치외교학과(부) 연합동아리 '여정(與政)'은 정치학도로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부터 정치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현재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시민단체 정치발전소와 함께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선거법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여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으며, 매주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인형극으로 재연해 UCC를 제작하는 '이주의 국회', 그리고 '6.4 지방선거 이색후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부겸, #여정(與政), #이색후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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