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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를 규탄하고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2일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를 규탄하고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 (시)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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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길환영 KBS 사장과 청와대 비서관 등을 KBS 보도통제의 혐의로 고발하고, 권력의 언론 통제를 규탄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 등 10개 언론·법률·시민단체는 22일 광화문 세종로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KBS 보도 통제, 인사 개입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길환영 KBS 사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 이정현 홍보수석 비서관 등 네 명을 방송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에는 보도 통제가 있었던 날짜와 시간, 해당 회의 장소와 참석자 등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며 "이것은 명확한 보도 통제의 사례"라고 말했다. 또 "정권의 방송 통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난 만큼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민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 권영국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KBS 보도 멘트까지 개입하고, 그것이 잘 되지 않자 기관의 사장을 통해 보도를 통제하고 방송 순서를 바꾸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김시곤 국장이 실언으로 문제를 일으켜 사임하고 신임 보도국장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도 국장 임명 하루 전 청와대 인근에 다녀온 사실이 있고, 이는 차량기록부로 확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네 명의 피고발인에 대해 "방송과 보도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했고, 비서관들은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강요죄가 적용된다"며 "보도통제에 대해서도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검찰에 "김시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반드시 할 것"과 "당장 관계자들의 휴대폰 통화목록이나 팩스, 이메일과 사무실 전화 등을 압수수색해 증거 수집에 돌입할 것"을 요청하며 "검찰이 의지를 보이려면 고발 내용 이외의 추가 통제가 있는지 수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같은 날 현직 언론인 5623명이 보도통제에 항의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날카롭고 무겁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알지 못 한다"며 "보도와 인사에 개입한 것은 대통령이 사과를 한 직후"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바꿔 얘기하면 사과는 거짓말이자 쇼"라며 "앞으로는 눈물을 흘리고 뒤로는 공영방송에 전화해 보도를 통제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다"고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관련자를 고발하고 국정조사가 진행되지만 솔직히 누굴 믿겠냐"며 "세월호 유족과 국민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5600여 명의 언론인이 싸워서 제대로 보도하겠다"고 했다. 그는 "KBS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정신차려라, 욕심내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언론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발언자 이외에도 각 단체를 대표하는 2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으며, 이들은 '보도통제 인사개입, 진상을 밝혀라', '보도통제 인사개입, 관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청와대의 KBS에 대한 보도통제․인사개입 진상을 밝혀라

청와대의 KBS에 대한 보도통제와 불법적인 인사개입이 밝혀졌다. 세월호 유가족의 KBS에 대한 항의 방문과 이어진 청와대 앞 시위 이후,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보직사퇴를 하게 되면서 밝혀진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공영방송사의 보도에 직접 개입해왔으며, 심지어는 KBS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것이다.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세월호 보도 과정 중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직접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일례로 해경에 대한 비판은 나중에 해도 되니 지금 당장은 자제해주시기 바란다는 연락도 해왔다고 한다. 또 KBS에서 해군이 보낸 잠수부 투입을 해경이 막았다고 보도하자, '일방적'이라는 항의성 전화도 했다고 한다. 명백한 청와대의 보도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국장이 사퇴하게 된 과정과 후임 백운기 보도국장의 임명에도 청와대의 인사개입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김 전 국장은 길환영 사장으로부터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으면서 '청와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것은 대통령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후임인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도 임명 하루 전 청와대 인근을 다녀왔다는 차량기록부가 공개되고, 이정현 홍보수석과 고교 동문으로 확인돼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을 막기는커녕 '알아서 기는' 태도를 보여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더욱 훼손한 KBS 길환영 사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 전 국장의 폭로를 보면, 길 사장은 정권에 부담되는 기사가 있을 때마다 보도국에 부당한 간섭을 일삼았다. 사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 아이템 순서를 내리라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는 직접 챙겼다고 한다. 보도국은 대통령 순방 때마다 보도 꼭지수를 늘리느라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KBS 길환영 사장은 KBS 보도국을 고스란히 정권에 헌납한 셈이다.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길환영 사장은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등 전사적 요구와 시민사회의 다양하고 강력한 사퇴요구를 묵살한 채 버티고 있다. 도리어 사퇴 요구가 '정치적'이라며 "'좌파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도하고 나섰다.

공영방송을 장악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만을 내보내고자 하는 청와대의 비뚤어진 의지가 빚어낸 방송통제와 이를 실행한 KBS 사장의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방송법 제105조 제1호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의 개입에 따른 KBS 보도국장의 사퇴, 청와대 출입기자 인사에의 개입 등은 명백한 직권남용으로 형법 123조를 위반한 것이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공영방송이 청와대와 유착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똑똑히 목격했다. 국민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정권 유지를 위한 왜곡과 무비판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피해 가족은 물론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제2, 제3의 세월호 보도를 통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전가될 것이다. 공영방송 KBS, 국민의 방송 KBS에 대한 불법적인 보도통제와 인사개입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국민의 삶과 직결된 매우 절박한 국민적 요구인 것이다.

이에 우리 법률․언론․시민단체는 방송보도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권력을 남용해 온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과 KBS 길환영 사장의 범법행위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

2014년 5월 22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가나다 순)



태그:#KBS, #보도통제, #청와대, #길환영,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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