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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개통예정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올해 말 개통예정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 대구도시철도 3호선 6공구 건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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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본격적인 선거 행보에 나선 가운데 대구시장 후보들이 '안전' 공약을 내세우고 '안전 도시 대구'를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 1995년 4월 달서구 상인동 도시철도 1호선 공사 현장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해 등교하던 학생과 출근길 시민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당한 아찔한 사고를 겪은 바 있다. 또 2003년에는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19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148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도 있었다.

잇따른 대중교통 참사에 '재난도시'라는 오명을 쓴 대구. 대구 시민들이 '안전'에 대해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 개통을 앞둔 도시철도 3호선(칠곡~범물)을 두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말 개통 예정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국내 최초 모노레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지날 예정인 수성시장네거리 인근 건설현장.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지날 예정인 수성시장네거리 인근 건설현장.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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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1조4800여억 원을 투입해 지난 2009년 6월에 착공한 도시철도 3호선은 북구 동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까지 30개 정거장, 23.95km를 운행한다. 같은 거리를 승용차로 운행할 경우 72분이 소요되지만 3호선은 그보다 26분 단축된 46분 정도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3호선이 개통되면 도시철도 수송분담율이 현재 9.7%에서 16.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철도 3호선은 폭은 2.9m, 길이는 15.1m, 높이는 5.24m의 모노레일로 지상 약 10~13m 높이에서 운행되며 일본 히타치와 국내 우진산전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총 3량이 1편성으로 이뤄지며 탈 수 있는 정원은 265명이다. 현재 운행 중인 1·2호선의 정원 722명에 비하면 37% 수준이다.

보통의 철도가 2개의 궤도를 이용해 달리는 데 비해 하나의 주행궤도를 사용하는 것이 모노레일의 특징이다. 현재 일본·호주·독일·미국 등의 일부 도시에서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교통수단으로 운행되는 건 대구가 처음이다.

도시철도 3호선은 부산 지하철 4호선과 김해·의정부·용인 경전철, 신분당선처럼 무인 운전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노선 30개 역사에 고정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거점역 5곳을 정해 역무원 6명이 2인 1조로 나머지 역을 순회하게 할 계획이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부산·의정부 등에서도 경전철을 무인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관사가 없는 대신 안전요원을 충분히 확보할 예정이므로 안전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만일 급한 일이 생기면 중앙관제센터가 제어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중앙관제센터의 역할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승차권을 발매하는 데 문제가 생길 경우 중앙관제센터와 이용객이 통화한 뒤 순회 역무원이 문제 발생 장소로 출동해 해결하는 방식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시간이 상당히 지체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관사도 없는데 어떻게 대피해야 하나"... 불안한 시민들

시운전 중인 도시철도 3호선을 두고 대구지역 시민단체 등은 '무인 운영'과 '무인 역사 운영'의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해 4월 "10여 년 전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은 대구 시민들은 무인 운영 시스템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라며 대구시에 '대구도시철도 3호선 운영 공개 정책 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다.

도시철도 3호선 출발점인 북구 강북 지역 주민들도 지난해 '안전한 3호선 만들기 강북주민모임'을 발족하고 "아무리 첨단 설비라 하더라도 단 1%의 실수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 대중교통이다"라고 강조했다. 강북주민모임 측은 "특히 3호선은 화재가 발생하거나 응급 상황에서 대피시설과 관련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라며 "차량이 중간에 멈췄을 때 모노레일은 대피로가 없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구지하철노조도 "20km가 넘는 장거리 운행에서 무인 운전을 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라며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다그쳤다.

현재 무인 운전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신분당선(18.5km), 의정부 경전철(10.588km), 용인 경전철(18.143km)은 모두 대구 도시철도 3호선보다 구간이 짧다. 부산 경전철(23.445km)은 구간이 길지만 도심 외곽을 지난다.

또 선로 추락을 막기 위한 승강장의 스크린도어가 밀폐형이 아닌 1.2m 높이의 난간형으로 설치돼 있어 사고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뿐만 아니라 지상 10m 이상 높이의 주행 구간에 비상대피로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다만 열차가 주행 중 멈춰서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 비상상황에는 '스파이럴 슈트'가 펼쳐져 이를 통해 승객이 대피할 수 있다. 스파이럴 슈트는 항공기에서 주로 쓰이는 탈출 장치로, 나선형 슈트를 펼치면 지상까지 미끄럼 통로가 형성된다. 3호선의 경우, 모노레일 1편성(3량)당 4개씩 설치돼 있다.

비상 시 승객탈출용 '스파이럴 슈트'. 모노레일 1편성(3량)당 4개씩 설치돼 있다.
 비상 시 승객탈출용 '스파이럴 슈트'. 모노레일 1편성(3량)당 4개씩 설치돼 있다.
ⓒ 대구 도시철도 3호선 6공구 건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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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걱정이 크다. 22일 중구 대봉동에서 만난 유아무개(64)씨는 "만약에 열차가 도중에 멈추면 기관사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대피해야 하나"라며 "문을 열고 탈출하더라도 곧바로 도로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 무서워서 못 타겠다"라고 말했다.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면 출퇴근할 때 이용할 것이라는 김상윤(35·북구 운암동)씨는 "3호선이 금호강을 지날 때 멈춰서면 스파이럴 슈트가 작동해도 곧 강에 빠질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지난해 대구 시내 택시·화물 등 운전기사 248명을 대상으로 도시철도 3호선의 문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상시 승객대피로 미확보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가 39.8%로 가장 높았다.

대구시장 후보들 "안전 보장 후 개통해야"

6·4 지방선거에서 '필승'을 다짐한 대구시장 후보들은 자신의 주요 공약에서 '안전 공약'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기관사급 안전요원을 3호선에 탑승시키고 역사 내 역무원을 항시 배치하겠다"라며 "도시철도 3호선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후 개통하겠다"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송영우 통합진보당 후보도 "무인 운전과 무인 역사운영에 반대한다"라며 "궤도빔에 비상대피로를 설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원준 정의당 후보도 "도시철도 3호선은 무인 운전과 무인 운영·안전 대피로 미설치로 인해 사고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무인 운영을 전면 재검토하고 안전인력을 배치한 후 개통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도 지난 2월 '도시철도 3호선 위험 요소 제거'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장애인정책요구안'을 대구시장 후보자들에게 제안, 답변을 요청해 지난 15일 그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르면, 권 후보는 40대 세부 정책 가운데 '도시철도 3호선 무인 역사 정책 폐기와 비상 대피로 전부 설치'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박윤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 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스파이럴 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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