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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전마을 뒷산에 설치된 송전탑
 동화전마을 뒷산에 설치된 송전탑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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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지난 16일 서울을 출발하여 5시간을 달려서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농성장에 도착했다. 3월 방문때처럼 농성장 앞에서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긴장감은 사라졌지만 구름에 가려진 희미한 달빛아래의 마을은 침묵같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 6시, 마을회관에 모인 할매들과 '한평 프로젝트'로 농사를 짓는 밭으로 갔다. 한평 프로젝트는 송전탑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위해서 1구좌에 1만 원의 기금을 내면 수확한 농산물을 받을 수 있으며 직접 농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밀양 송전탑과 세월호는 닮았다'

30도의 뜨거운 태양아래 할매들은 풀을 뽑는 김매기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과 함께 송전탑 설치도 세월호와 다르지 않다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밀양송전탑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관심과 함께 연대를 지속적으로 해달라고 했다.

한평 프로젝트 밭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손길이 많이 필요하지만, 농사일을 돕는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 더구나 다른 4개면의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밀양시청의 계고장과 경찰력 투입에 대비하여 주민들은 농성장과 텃밭을 오가야 하는데다 지금이 한창 바쁜 농사철이라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할매들이 내일 서울 가는 이야기를 했다.

"내일 박근혜 만나러 서울 간다."

지난 18일, '세월호 참사 박근혜 퇴진 만민공동회'에 참석하는 할매들은 오후부터 쉬라는 말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뜨거운 한 낮에는 쉬고 3시부터 5시까지만, 하자고 설득해도 그러마 해놓고는 잠깐 쉬는 듯 하더니 금세 밭으로 가버렸다.

"낼 모레 비온다고 하는데 저거 지금 뽑아내지 못하면 안된다."

풀을 뽑는 손놀림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을 때 쯤, 승합차 한 대가 달려왔다. 서울에서 내려온 한살림 생협의 활동가 다섯명이 농활지원을 나온 것이다. 쓰러질 것 같았던 몸에 힘이 솟았다. 할매들은 모른 척해도 될 텐데 '연대' 하러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고마워했다.

한평프로젝트 밭에서 일하고 있는 할매들
 한평프로젝트 밭에서 일하고 있는 할매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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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폭력과 왜곡보도에 참을 수 없어"

저녁 6시가 되어서야 할매들은 일손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둘째날은 농성장이 아닌 마을주민의 집에서 묵기로 했다. 도시에서 살다가 몇년 전에 정년퇴직 후 귀촌을 한 P씨는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가 송전탑 반대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를 경찰의 폭력과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라고 했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별로 관심없이 살아와서 송전탑 싸움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어. 경찰병력이 마을에 들어온 뒤로 시끄럽고 해서 농성장을 처음 가봤는데, 그 상황을 보고 사람이라면 참을 수가 없는거야. 할매들에 대한 폭력(밀어서 넘어뜨리고 꼬집고 욕설하는 등)을 보고는 경찰 책임자에게 항의했더니 '야 저거 들어내'라고 말하는거야."

경찰에 사지가 들려서 내동댕이 쳐지고 발길질의 신체 폭력과 언어 폭력을 당한 것도 분했지만, 자신이 본 사실과는 전혀 다른 왜곡보도에 더욱 화가 낫다고 한다. 현장에 와 보지도 않던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P씨 부부는 송전탑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연대하러 온 시민들과 언론이 오면 경찰은 폭력을 멈추는 이중행태를 보이는 전략을 썼다고 한다.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마음이 따뜻한 김정회 동화마을 대책위원장과 부인 박은숙씨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마음이 따뜻한 김정회 동화마을 대책위원장과 부인 박은숙씨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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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뽑아낼 때까지 싸움 멈추지 않는다"

동화전마을 대책위원장 김정회, 박은숙 부부. 작년 10월 서울의 대한문 앞에서 15일 간 단식하면서 밀양문제에 관심을 호소했던 부부는 여전히 농사일과 송전탑반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동화전마을에 송전탑이 세워졌다고 끝난 싸움이 아니라며 뽑아낼 때 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동화전마을에 처음으로 송전탑이 세워졌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시민들과의 연대를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다. 많은 분들이 한평구좌에 동참해줬다. 농활과 농성장을 지속적으로  많이 찾아주면 큰 힘이 된다."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다가 IMF사태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2002년 밀양으로 귀농한 김 위원장은 긴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송전탑반대 주민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싸움을 계속하려면 농사일을 돕고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해 줄 연대체로 협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할매들이 곧 수확하게 될 완두콩도 전량 주문을 받아서 판매된다고 한다.

농사일을 마치고 할매들과 기념사진'송전탑 뽑아내자'
 농사일을 마치고 할매들과 기념사진'송전탑 뽑아내자'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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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이 만민공동회 집회를 위해 서울로 올라간 일요일 아침, 부북면 평밭마을(129번)농성장으로 간 한살림생협 활동가들은 오전 5시부터 밭에 나와있었다. 어제보다 더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무릅걸음으로 풀을  뽑으면서 '후우' 하고 더운 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생산은 없고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의 편안한 일상이 누군가의 삶터를 짓밟고 뺏어오는 것이라면 거부해야 한다고, 사람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덧붙이는 글 | 농활 및 농성장 연대를 위한 문의는 : https://www.facebook.com/765kVOUT



태그:#밀양송전탑, #밀양계고장, #송전탑, #동화전마을, #765KV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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