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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 홈페이지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 홈페이지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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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4시, 성남 모란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아주 유쾌한 사람들을 만났다. 여자 하나, 남자 다섯이었다. 연령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고, 언뜻 보아서 공통점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말을 꺼내면 면박을 주고 자기주장을 하는 듯했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어떤 말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이렇게 자유분방(?)한 이들이 사고를 쳤다. 모여서 '뭔가' 해보자, 의기투합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였다.

이들은 시민에게 세금을 받아서 국가나 지방정부가 운영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지방선거를 앞뒀으니 시민들이 정책제안을 하고 출마자들이 정책에 반영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정책제안센터' 이야기가 나왔고, 그럼 시작해보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언제부터? 지금부터. 그럼 사이트 만들자. 비용을 분담했고,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홍보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정치성향이 각각 다르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책제안을 하는데 정치성향이나 진영논리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고, 시민의 목소리다. 시민들의 제안이 정책에 반영돼 실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첫 글이 올라간 건 4월 15일. 시민들을 위한 인터넷 멍석이 펼쳐진 참이었고, 본격적인 홍보가 필요했다.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했다. 한데 다음날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났다. 한동안 홈페이지는 조용했다. 두 번째 글이 올라온 것은 4월 30일.

이후,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에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제안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 제안에는 댓글들이 달리면서 논쟁도 하고 토론도 한다. 가장 많은 제안이 올라오는 분야는 '주민자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20일 현재,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 홈페이지에는 여덟 가지(주택·건축, 경제, 교육·청소년, 도로교통, 보건복지, 문화예술, 환경녹지&에너지, 주민자치) 분야에 67건의 정책들이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snvote2014.org.

김유곤 대표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지만 정책제안을 선거 시기에만 국한하는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논의를 거쳐 활동을 지속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가 말한 활동은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가 새로운 시민사회활동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 시민들의 스피커 역할

김유곤 대표. 김 대표만 대표로 사진을 찍었다. 다른 이들은 얼굴이 나가는 건 부담스럽다면서 극구 사양했다.
 김유곤 대표. 김 대표만 대표로 사진을 찍었다. 다른 이들은 얼굴이 나가는 건 부담스럽다면서 극구 사양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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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성남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책제안센터'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마자들이 시민들의 제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이나 시책으로 수렴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들과 2시간여 동안 나눈 이야기를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성남시민들의 '스피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시정을 운영하는데 시민들이 내는 목소리를 들어봐라 하는 곳이다."

-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를 만든 게 전국 최초인지?
"그건 모르겠다. 사람들이 꼭 그걸 물어보는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게 중요한 거지."

- 만든 이유는?
"시정에 힘없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시민들이 시청이나 구청에 찾아가면 주눅이 들 수밖에 없고, 공무원들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다. 그런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시민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했다. 정책제안센터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 참여자는 몇 명이나 되나?
"성남시민들 전체가 익명으로 참여가 보장되어 있다. 몇 명인지 모른다."

익명성이 보장되니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로그인도 필요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든 쓰고 싶은 말을 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바로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벽을 허물고 싶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 6월 말까지 운영... 이후 시민운동으로 확장

- 정책제안센터를 만든 사람들이 몇 명인가? 운영위원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 모인 사람들 외에 한 분이 더 있다."

그 자리에는 6명이 모였고 1명이 더 있다고 김유곤 대표가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연장자라서 대표를 맡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에는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금을 그었다. 이날 카페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김유곤 대표와 서경화, 김상렬, 황성현, 이석주, 김현정씨였다.

- 정책제안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 처리가 되나?
"두 가지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논란이 되는 이슈는 집단적인 논쟁을 통해 합리적으로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시점이니 제안을 각 후보 진영에 전달해 정책에 반영하게 하는 것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이 계속 '정책제안센터'에 올라오는 제안을 정책이나 공약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이들은 맞다고 대답했다.

-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는 언제까지 운영되나?
"6월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후 시민들의 정책제안과 감시를 포괄하는 온-오프라인 결합형태의 새로운 시민사회운동으로 진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은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가 아직은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활동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계속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제안, 민원 등을 날것 그대로 펼쳐놓을 수 있는 '멍석'을 깔아놓았다는 것이란다. 시민과 성남시 혹은 성남시의회의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거기서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것이 '성남시민 정책제안센터'를 만들어낸 이들의 바람이다.

이들은 성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정책제안센터'가 만들어지고 활동이 활성화돼 소외된 시민들의 목소리가 시정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성남시민정책제안센터, #성남시, #지방선거, #김유곤,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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