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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움직임요? 그런 거 없어요. 손님도 지난 2월부터 마르기 시작하더니 세월호 사건 터지고는 거의 없는 상태에요. 가격도 그대로고. 여기 주민들도 리모델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못봤어요."(서울 반포 미도아파트 공인중개사 오진아(가명))"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15년 이상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방안이 강남을 포함한 서울 지역에서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지은지 15년 이상된 아파트를 수직으로 3개 층까지 올려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할 경우 기존 가구수보다 15% 가량 주택이 늘어나고 이를 일반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민들은 리모델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금 리모델링을 할 바에는 좀 더 기다려 재건축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리모델링 증축 후 안전 문제에 대한 안심이 되지 않아서 반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3.3㎡ 당 1600만 원 안 되면 리모델링 수지타산 안 맞아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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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은 나올 때부터 '강남 집값 올리기'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전국에 지은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463만 여 가구이지만 그 중 리모델링 후 집값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한 지역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이나 경기도 분당의 일부 아파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

업계에서는 주변 시세가 3.3㎡ 당 1600만 원 이상인 지역이어야 리모델링 후 수지타산이 맞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15년 넘은 아파트라도 일산 등 경기 북부나 노원 등 서울 강북 지역에서는 리모델링으로 수익을 보기 어렵다.

서초구 반포 미도아파트는 정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방안이 나오면서 언론 등이 강남권의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았던 곳이다. 지은지 25년 이상 된 오래된 아파트지만 교통이 유리하고 거주환경이 좋은 편이라 리모델링을 하면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예측이었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오진아씨는 "그런 기사는 나도 봤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전과 후에 아파트 가격 변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미도아파트 1차 112㎡형(34평)의 현재 시세는 7억 원에서 7억 5000만 원. 옆 단지인 미도아파트 2차의 경우는 95㎡형(29평)이 주택 상태에 따라 6억~ 6억 3000만 원 정도다. 오씨는 "이 가격은 지난해 12월 부터 '붙박이' 라면서 오히려 집 가격은 차츰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민들 반응도 리모델링에 비우호적이었다. 단지 내에서 만난 이 동네 주민 이 아무개(60)씨는 "대부분 주민들은 리모델링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지역은 34평형 집만 1200세대가 넘게 있는 동네라 재건축을 해야 수지가 맞는데 괜히 일부 건설사에서 와서 리모델링 바람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안전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상가 인근에서 만난 주민 최아무개(42)씨는 "주민들 가운데에도 리모델링 하자는 사람이 있긴 있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얘기들이 쑥 들어갔다"면서 "사고 자체가 배에 리모델링 해서 일어난 것이다보니 주민들 인식이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효과 부풀리기식 홍보에 세입자만 불안"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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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개포동의 대청아파트도 시장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이곳의 56㎡형(17평) 아파트 시세는 4억 3000만 원 선. 올해 초 가격 그대로다. 85㎡ 역시 6억 3000만 원에서 멈춰 있다.

차분한 시장에 비해 주민들은 적극적인 편이다. 이곳 아파트 주인들은 오는 24일에 인근 대진초등학교에서 리모델링 조합 임시총회를 갖는다. 지역주민 조아무개(56)씨는 "지금 평당 가격이 2200만 원 정도인데 리모델링을 하고 나면 더 오르지 않겠느냐"면서 "주변 70% 정도는 리모델링에 긍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지상(가명)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주민들 중 아직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지하주차장 등 공용 면적에 대한 부담금도 부담해야 하고 재건축 때 적용되는 개발 지분율도 줄어드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면 17평에서 23평 정도로 늘어난다고 홍보를 해요. 그런데 그게 공용면적 포함이라서 실제 집안 면적은 3평 정도 늘어나는 거거든요. 리모델링으로 자기집 3평 넓히면서 6평 가격 내는 셈인데 이런 걸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정씨는 "부동산으로 리모델링 문의를 하는 전화가 가끔 걸려오지만 집값은 그대로"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리모델링이 그렇게 이익이라면 집값이 왜 당장 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씨는 "이 지역은 역세권에 강남에 없는 소형 아파트 매물이 많은 지역이라 굳이 리모델링이 아니어도 경제력이 높은 신혼부부 등에게 인기가 많을 조건"이라면서 "언론에 리모델링 효과가 과장되는 바람에 괜히 세입자들만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리모델링, #수직증축,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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