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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얼마 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상당수 영유아 보육시설이 초미세먼지와 라돈 등 유해물질에 무방비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에 더해 국내 다섯 집 중 한 집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는 라돈이 검출될 만큼 이미 우리 생활 공간에 깊숙이 들어왔다.

독립건물에 입주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많은 영유아 보육시설이 단순히 공기청정기에 의존하고 있어 황사보다 작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1급 발암물질인 라돈 등 치명적인 오염물질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

대기오염·음주운전 사망 위험보다 '10배' 높아

자연 방사능인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시키는 물질로 꼽혀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됐다.
 자연 방사능인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시키는 물질로 꼽혀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됐다.
ⓒ KBS <추적60분>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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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은 암석이나 토양에서 자연 발생하는 무색, 무취의 방사성 기체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물질이지만 냄새도, 색깔도 없어 평소에 감지하기 힘들다.

자연 방사능인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시키는 물질로 꼽혀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됐다. 대기오염이나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위험보다 10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환경청에 따르면 4피코큐리(pci/L)의 라돈 농도에서 장기간 거주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62명, 비흡연자는 1000명 중 7명이 폐암에 걸린다고 한다.

라돈은 주로 건물 바닥과 하수구, 콘크리트 벽의 틈새를 통해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침투한다. 이렇게 공기 중에 퍼진 라돈은 호흡기를 거쳐 폐를 계속 자극하고, 결국 폐 세포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하게 된다.

땅 틈새로 집안 유입, 고층 아파트는 석고보드가 원인

토양에 함유된 우라늄이 붕괴하면서 발생된 라돈은 땅의 틈새로부터 집안에 유입된다.
 토양에 함유된 우라늄이 붕괴하면서 발생된 라돈은 땅의 틈새로부터 집안에 유입된다.
ⓒ KBS <추적60분>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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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라돈은 어떻게 우리 일상 생활에 들어오는 것일까.

라돈은 원자력 에너지원인 우라늄이 자연적으로 붕괴하면서 발생되는 방사성 가스다. 이 우라늄은 거의 모든 토양에 존재하며, 토양에 함유된 양은 금보다 더 많이 함유돼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현무암으로 이뤄진 제주도가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다.

토양에 함유된 우라늄이 붕괴하면서 발생된 라돈은 땅의 틈새로부터 집안에 유입된다. 땅으로부터 높이 지어진 고층 아파트에서도 라돈이 발생하는 것은 석고보드 때문이다. 석고보드는 아파트와 주택, 사무실 등 거의 모든 건축물에 단열재로 쓰인다. 그런데 라돈이 석고보드에서 대량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석고보드는 인광석을 주원료로 사용하는데 인광석 안에는 우라늄이 들어있어 방사능을 방출하기까지 한다.

석고보드의 원료인 인산석고
 석고보드의 원료인 인산석고
ⓒ KBS <추적60분>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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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적 장치 마련 안돼... 대책 마련 시급

이미 유럽과 미국 등 다수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주택 내 라돈농도 관리기준(미국은 주택보수 필요 조치기준 1㎥당 148Bq)이 마련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가정, 공공주택 등에 대한 법적 장치가 정비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기관이나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환경부의 유해물질관리기준에 따라 1㎥당 148베크렐(Bq)을 라돈 권고기준으로 삼고 관리하고 있으나, 일반주택과 아파트 등의 경우에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 이렇듯 국내에서는 실내 라돈 검출에 대해 권고 수준의 규정만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전국 주택 라돈 측정 결과에 따르면 다섯 집 중 한 곳 꼴로 기준치를 훨씬 넘는 수치가 검출됐다.

국내에 법적 장치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라돈을 별도로 규제하는 것은 중복규제가 될 수 있고, 유해물질 전반의 관리기준을 강화하자니 관련업체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게 환경부 등의 설명이다.

라돈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자갈 안에 라듐(라돈의 모핵종)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국의 채석장을 조사한 결과 강원 춘천,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김제 순으로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강암 채석장의 경우 고농도의 라돈이 함유된 토양에서 캐낸 암석을 잘게 부숴 자갈을 만들고 대부분을 레미콘 공장에 납품하고 있으며 이를 시멘트와 배합해 콘크리트를 만들어 대부분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라돈이 검출된 자갈은 물론, 자갈을 미세하게 부수어 만든 모래(일명 샌드밀)를 배합해 만든 콘크리트로 건축물을 시공하게 되면 암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샌드밀 사용은 자연모래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게는 70~100%까지 사용하는 레미콘 공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라돈은 실생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으며 특히 방사능이나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임산부·노약자들이 이용하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경로당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특성상 제주도 같은 현무암 지대를 제외하고는 라돈에 관해 안전지대는 없는 셈이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라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실내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환기기능을 가진 공기청정기 같은 것을 가정에 두고 쓰는 것이 좋다. 또 기존의 건물 중 바닥이나 벽 등에 갈라진 틈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보강재 등을 이용해 막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신정아(jungah63@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라돈, #공포,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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