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매주 토요일 영월 청소년 수련관에 모여 연습하는 모습
 매주 토요일 영월 청소년 수련관에 모여 연습하는 모습
ⓒ 김광선

관련사진보기


인구 4만이 겨우 되는 강원도 영월에 영월 유스 오케스트라(이하 유스)가 있다. 뜻있는 개인 몇 명이 모여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3까지를 대상으로 2012년 12월 22일 오디션을 열어 1기를 출범한 이후 현재 2기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에 모여 연습을 하며 연주회를 준비 중이다.

처음 유스를 기획한 최환(운영위원장)씨는 문화적 체험 기회가 부족한 영월에서 그 욕구를 해소시켜 줄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또 대중음악에 익숙한 아이들이 악기를 통해 세상과 더 소통하고, 나만의 음악이 아닌 우리들의 음악, 학문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서의 음악을 체험했으면 한다고 하였다.

현재 유스는 운영위원장인 최환씨 외에 악기를 지도 하시는 3명의 재능기부 선생님과 23명의 학생 회원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지도 선생님의 보수는 없으며 23명이 다달이 내는 회비 2만원이 운영비의 전부이다.

그 회비는 악보 복사비와 간식비로 거의 소진되고 있으며 연주복은 고사하고, 악기도 인근 고등학교와 제천의 한 교회에서 지휘자 선생님이 빌려와서 연습을 하고 있다. 창단 계획을 처음 세웠을 때 도움을 주겠다고 했던 곳들도 여럿 있었지만 단 한번도 지원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이다.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아이들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아이들
ⓒ 김광선

관련사진보기


웅장한 소리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영월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 모습
 웅장한 소리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영월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 모습
ⓒ 김광선

관련사진보기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3월 27일 영월신문 창간 기념 음악회에 초청을 받아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협주를 하였다. 악기를 다뤄봤던 학생도 있었지만 창단 후 처음 악기를 시작한 학생들이 모여 노력한 연주였다. 전문가들이 듣기엔 많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단장인 곽오근 선생님의 지휘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자 열정 그 자체였다. 관객도 느꼈는지 연주가 끝난 후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연주회 할 때마다 10년씩 늙는다면서도 여기저기서 악기를 빌려와 매주 아이들을 지도하며 연주가 늘어가는 모습에서 다시 10년을 되찾는다는 곽오근 선생님은 매주 빌려오는 호른, 튜바, 마린바 같은 타악기나 관악기를 영월 유스 오케스트라 소유로 보관하는 게 바람이라고 한다.

운영위원장인 최환씨는 일주일에 한 번 모여 각자 파트 연습하고 맞춰보고 연습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보면서 저 아이들이 더 친해져서 더 좋은 음악을 표현할 수 있도록 여름에 음악 캠프를 가길 간절히 바란단다. 뜻있는 음악가를 초청하여 함께 연주도 해보고 악기도 배워보며 또 서로 웃고 떠들고 몸도 부딪쳐보는 한 여름의 음악캠프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전 상 무리가 따라 안타깝다고 한다.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 형편이 모두 다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월군이 내세울 수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보아주길 희망했다.

공연하고 나오면서 만난 클라리넷을 하는 김유림(석정여고 1학년)양은 "일요일에 좀 쉬고 싶은 데, 연습하러 가야하니까 싫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공연을 하니 보람되요"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호른을 들고 나오던 유용혁(영월중 1학년)군은 "호른은 소리를 꽉 채워줘요. 현악기와 건반악기가 주지 못하는 소리를 넣어주죠"라며 자신이 호른을 연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 외 다른 학생들도 처음 연주할 때의 긴장감이 해냈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마도 유스의 운영자들이 오케스트라를 힘겹게 지켜내는 힘은, 아이들이 켜고 치고 부는 악기에서 나오는 희망의 소리, 자부심의 소리,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소리이다. 그 소리들을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기 동안 꺾이게 하지 않고 싶다는 의지일 것이다. 영월군 문화관광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서히 힘들게 자라지만 꺽이지 않을 이들의 꿈·열정·의지·바람 등에 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태그:#영월, #오케스트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