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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이종섭(50)씨의 증언 중 중요한 내용은 세월호가 변침 전 이미 심하게 기울었다는 점이다. 이씨는 지난 2일 제주도에서 기자를 만나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자동화물 기사인 이씨의 방은 3층 후미 좌측 뒤에서 두 번째 방(DR-3)이었다. 그는 사고 당시 방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발이 TV 쪽, 즉 배의 왼쪽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발 쪽으로 기울었다. 그의 증언이다.

"세월호는 오전 7시 30분부터 식사 시간이다. 자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밥 먹으러 가자고 깨우더라. 나는 그냥 자겠다며 거절하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후 다시 잤다. 그 친구가 밥을 먹고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한 10분이나 흘렀나... 8시가 조금 넘어, TV를 보는데 배가 갑자기 기울더라. 야, 야, 이거 뭐냐, 이상하다 해서 바로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이씨는 바다로 뿌려진 컨테이너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의 오른쪽, 즉 배가 기운 반대 방향으로 올라갔다. 난간대를 잡고 이동했다고 한다. 배의 우측 벽에 기댄 채 시간이 지났다. 첫 안내방송도 이곳에서 들었다.

갑자기 나오느라 휴대전화도 방에 놓고 온 터였다. 옆에 같이 기대고 있던 한 여성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 제주도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배가 이상하다고, 넘어간다고. 하지만 친구는 믿지 않았다. 당시 전화를 받은 정성준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정확히 8시 45분"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말이다.

"두 번 전화가 왔다. 첫 전화는 8시 43분. 모르는 번호가 뜨길래 안받았다. 곧 다시 왔다. 받았더니, 종섭이 형님이더라. 난데없이 큰 일 났다고, 배 넘어간다고 하길래, 앞에 있는 시계를 봤다. 8시 45분이었다. '아, 배 들어올 시간인데 장난하지 마쇼' 했다."

4월 16일 오전 8시 45분은 아직 세월호가 변침하기 전 시간이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세월호의 항적기록에 따르면 공식 변침 시간은 8시 49분이다. 생존자 이씨와 그의 친구 정씨의 증언은 변침 전부터 배가 비정상적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씨는 배가 기울어진 초기부터 이상을 감지하고 재빨리 밖에 나와 있었다. 이 점은 이씨가 배의 오른쪽 벽에 기대 있다가 지갑과 휴대전화를 가지러 다시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아직 성인 남성이 다시 들어갔다가 나올만한 기울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고, 헬기에 의해 구조될 때는 배의 우측 벽을 바닥 삼아 있을 때였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3층 우측 벽에 있던 사람은 약 10여명 정도였다. 학생은 없었다. 그는 배의 앞쪽에서 주방장 1명과 주방 아주머니 1명이 조심조심 걸어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생존자,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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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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