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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당시 3층 후미 오른쪽 뒤 네 번째 방(DR-5)에서 잠을 자고 있던 강봉길(29)씨는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몸이 밀려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지난 2일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만난 강씨는 "머리가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밖에서 '배 기운다'는 소리가 들려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8인실인 그의 방에는 3명이 묵었는데, 깨어 보니 화주(화물의 주인) 아주머니 한분만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 자동화물 기사였던 강씨는 지난 1년간 세월호를 여러번 탔다. "한달에 최소 2번은 탔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그런 그도 처음 맞는 상황이었다.

그는 안내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방송에서는 방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곧 그는 복도로 나왔다. 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그의 방은 복도로 나오기 쉽지 않은 위치였다. 문 밖에 벽이 없어서 왼쪽 방까지 쭉 미끌어질 수 있었다. 젊은 그는 옆 벽까지 점프해서 통로의 봉을 잡았다. 복도로 올라와 벽에 기대고 섰다.

복도에는 이미 여러명이 기대 있었다. 이 때까지는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불안할 뿐이었다. 열려진 화장실의 물이 점점 더 옆으로 흐르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방송이 계속 나왔다.

그는 또 움직였다. 복도 뒤쪽으로는 사람이 많았다. 앞쪽으로 점프해서 넘어가 벽의 봉을 잡고 위로, 즉 배의 오른쪽 갑판으로 나갔다. 그곳에도 이미 여러명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도 기대어 담배를 폈다.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은 계속됐다. 사실 더 움직일 곳도 없었다. 배는 점점 기울어 이미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강씨는 "방에서 나올 때 같이 있던 아주머니는 전화만 할 뿐 나오지 않았다, 밖에서 생각해보니 아주머니가 못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헬기로 구조됐다. 그는 구조대에게 5번 방에 아주머니 1명이 있다고 말했고, 구조대는 찾아봤는데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강씨의 동선을 보면 대기하라는 방송에도 불구하고 방 안과 복도, 그리고 밖 갑판으로 계속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오래 머문 위치는 배 갑판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왜 이리 움직였냐고. 그의 답은 이랬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안에 있으면 더 무섭다. 상황을 모르면 더 무서워지니까 일단 나가있자고 해서 나왔다."

끝까지 안에서 대기했던 학생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태그:#세월호, #생존자,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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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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