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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8일 최근 3∼4월 사이에 우리 지역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이 발표에서 가장 큰 근거로 삼은 것은 이 무인기들에는 GPS 등을 장착한 자동항법장치가 있었으며 이른바 '명령수행 데이터'를 플래시 메모리 등에 넣어 이들 무인기들이 자동으로 운항을 했고 이러한 사실을 해독했다는 것이 골자이다.

따라서 이들 무인기의 발견 당시인 초창기에 조악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은 이들 북한제(?) 무인기들이 오히려 이번 우리 국방부 발표에 의해 거의 신의 기술(?)을 가진 최첨단 무인기로 등극한 셈이다.

하지만 추락한 무인기에서 발견된 여러 장치들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음에도 과연 이들 무인기가 이러한 최첨단의 자동항법장치를 갖추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고 있다.

지난달 4일 <중앙일보>에 보도된 파주 추락 무인기의 내부 기체 장치들은 이 무인기들의 수준이 크게 떨어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방부도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밝혔지만 이 비행 제어 장치의 기본 중앙처리장치(CPU)는 과거 486급을 사용한 중국산 메인 보드로 밝혀졌다. 또한 사진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이른바 '자이로 센스' 또한 최신 장치가 아니라 일본산 부품 두 개를 조합한 장치로 밝혀졌다.

이러한 장치에 10여 년 전 과거에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4메가 용량의 삼성 제품의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형 장치가 첨단 항법장치 기능을 수행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GPS 장치가 아니라 명령 데이터는 어느 장치에 저장?

이에 관해 지난 8일 MBC 방송은 이번 국방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 관한 보도에서 "북한 소행임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인기에 내장된 메모리 카드가 결정적"이었다며 "전문가들이 플래시 메모리를 해독하여 해당 좌표를 분석해 내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해당 관련 장치로 추정되는 화면을 보도 기사에서 내보냈으나 이 또한 GPS 등 위치 파악과 무선 조종 등을 위한 안테나가 포함된 송수신에 관계된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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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기 좌표 해독에 관한 MBC 보도 화면 .
ⓒ MBC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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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결과적으로는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북한이 이러한 구형 486급 보드에서 입출력 장치를 다시 설치하고 여기에 요즘 이용되는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명령 데이터를 입력해 두는 장치를 추가했다는 것이고 이들 장치들이 상호 호환성을 잘 발휘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나 휘발성 메모리(RAM)나 제어 장치용(ROM) 메모리를 분석 해독해 이러한 좌표를 해독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램(RAM)은 그야말로 순간적인 휘발성 사용 장치이며 롬(ROM)은 이미 제어를 위해 만들어진 값들이 저장된 장치다. 여기에는 어떠한 데이터의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방부가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서 다시 플래시 메모리라는 개념을 내세운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어떠한 명령을 수행하든 데이터를 넣기 위해서는 쉽게 말해 하드 디스크 등 저장 장치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 무게가 나가는 하드 디스크를 무인기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없으니 요즘 유행하는 USB 저장 장치 등에 이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TV>는 이에 관해 지난 9일 "(국방부는) 북한의 특정 지점 좌표만 열거한 자료를 내놓고, 무인기 메모리칩에서 나왔으니 믿으라고 했다"며 "검증할 자료도, 누가 분석을 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이 직접 검증하도록 분석 과정과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과정을 공개해도 이해하고 보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정부를 믿는 수밖에 없어요. 과학자가 직접 브리핑 했잖아요"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15년 전 보드 사용한 무인기... 장치 이상에도 낙하산은 작동?

이번에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국방부도 일정 정도 인정했듯이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무인기인 'Sky-09P' 모델과 거의 판박이 수준이다. 'trancom' 등 중국 무인기 관련 여러 업체들에서 해당 무인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 설명서에서는 이러한 자동항법장치 관련이나 플래시 메모리 관련 사항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국방부 발표가 맞다면 북한은 거의 15년 전에 사용되던 486급 메인 보드를 이용해 최신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입출력으로 사용하는 장치를 첨가해 이를 완벽하게 자동항법장치로 구현한 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 무인기의 이 신의 기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추락 당시 낙하산이 펼쳐지면 유유히 추락했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날아다니는 무인기가 기체 손상이 없이 발견된 이유이다. <연합뉴스>도 지난달 2일자 기사에서 "최소한 착륙 과정만큼은 정상적이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며 "최초 발견자는 경찰에서 '낙하산에 매달린 무인기가 천천히 내려왔다'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JTBC 방송이 지난달 7일 방송한, 이 파주 무인기가 발견될 당시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화면을 보면 낙하산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바닥에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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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무인기 추락 당시의 CCTV .
ⓒ JTBC 보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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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도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 파주 발견 무인기에 관해 "비행 계획의 고도 명령은 2.5㎞였지만 사진 분석 결과 고도 2㎞에서 1㎞로 계속 떨어졌다"면서 "엔진 이상으로 추정되며 비행 절차에 따라 낙하산이 자동으로 펼쳐진 것 같다"고 확인했다.

다시 말해 명령 데이터에 있는 고도나 항로 명령은 장치 고장으로 수행하지 못한 무인기가 고도가 떨어지자 추락에 대비해 정확하게 낙하산이 펼쳐지는 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일자 <연합뉴스>는 "군 당국은 기계적인 오류로 중간에 착륙했거나 애초 착륙 좌표를 잘못 찍었을 가능성 등을 확인 중"이라며 "무인기 기술이 발달하고 부품이나 보조 장치 가격이 싸졌는데 초보 수준의 무인기가 사용된 것도 궁금한 대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번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 의하면 착륙(복귀) 좌표를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은 없으므로 장치 이상으로 기체가 고장 난 무인기가 추락할 때에는 거의 신의 기술(?)을 발휘했다는 의미이다.

이 점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도 동일하다. 지난달 6일, 삼척의 한 야산 중턱에서 발견된 이 무인기는 파주 무인기 사건이 일어나자 한 제보자가 "지난해 10월 4일께 야산에서 추락한 무인기를 봤다"고 신고함으로써 발견되었다. 제보자가 지난해 발견 당시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진에서도 낙하산이 인근 지역에 펼쳐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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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격 당시 발견자가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삼척 무인기 사진 .
ⓒ 국방부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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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언론들은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확인 결과 지난달 24일 파주에 추락한 하늘색 계열 삼각형 모양의 무인기와 같은 기종"이며 "낙하산은 파주 추락 당시처럼 펼쳐져 나무 칡넝쿨 위에 걸려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방부의 최종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었지만, 이 무인기는 기체 이상으로 정해진 좌표에서 이탈해 강원도 삼척 방향으로 무려 150킬로미터를 더 날아갔지만, 야산에 추락할 때에는 고도를 확인하는 신의 기술(?)이 발휘되어 안전하게 낙하산을 펼쳤다는 것이다.

더욱 진보된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낙하산 전혀 작동 안 해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북한 무인기의 신의 기술(?)이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무인기는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마찬가지로 중국 '마이크로플라이(microfly)'사의 모델명(UV10CAM) 무인기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무인기 역시 착륙할 때에는 낙하산을 이용하고 있으나, 백령도에 추락할 당시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부도 최종 조사 결과에서 확인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이 회사 홈페이지는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무인기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무인기는 파주와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보다 더욱 진보한 모델로 운영체제도 '윈도우XP 7'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무인기는 주로 항공 촬영 등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이 무인기 역시 자동항법장치를 구사할 수 있는지는 현재 홈페이지 폐쇄 등 관련 자료 미비로 확인할 수 없었다. 기자가 여러 차례 중국 현지 회사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이마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소 진보된 기술이 적용된 무인기이지만 백령도 지역에 추락할 당시에는 소나무와 부딪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불꽃까지 튀었다고 당시 YTN을 포함한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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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 추락 무인기에 관해 속보로 전하는 YTN 보도 .
ⓒ YTN 보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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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국방부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다소 최근에 중국에서 개발 출시된 무인기와 종류가 같은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그야말로 낙하산도 펼치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추락했지만, 약 15년 전의 운영 체제 메인 보드를 사용한 파주와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제어 장치의 이상에도 불구하고 추락하면서 정확히 낙하산을 펼치는 신통한 기술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이들 무인기들이 촬영했다는 관련 사진은 공개하지 않은 채, 이들 "무인기들이 발사대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있으나, 이 사진만으로는 북한 지형이라고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일 <연합뉴스>는 "사진촬영이 파주지역에서 시작된 데다 촬영 시작점 인근에 착륙한 점, 탑재된 카메라 렌즈의 초점 링을 청테이프로 고정한 점 등은 북한지역이 아닌 누군가가 파주지역에서 무인기를 이륙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이어 "이륙 후 특정 지점부터 촬영하려면 고도의 기술로 프로그램을 입력하거나 GPS를 활용해야 한다는 게 수준급 동호인의 설명이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가 보안 등을 이유로 이들 무인기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전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 15년 전의 486 PC급 메인 보드에 장착했다는 플래시 메모리를 공개하고 그 해독(?) 과정을 공개할 의향은 없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의 발표가 맞다면 북한은 이미 소형 무인기 분야에서 신의 기술(?)을 가진 것이 증명되었는데 무엇이 더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원식 시민 기자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시큐어소프트' 과장, '해커스랩' 기획팀장, '시큐어뉴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인터넷 보안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음을 밝힙니다.



태그:#북한 무인기, #국방부, #무인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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