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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사람들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산 피해'와 '건강 영향' 때문이다. 건강 걱정은 앞으로 닥칠 논란거리지만, 재산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

부동산 값이 형편 없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매입 당시나 다른 지역 시세와 비교해 볼 때, 절반 이하거나 심지어 1/3 가격에, 그것도 겨우 팔았다는 이야기다. 돈이 필요해 공인중개소에 매물을 내놨지만, 매매가 되기는커녕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변호사·감정평가사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주민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로부터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로부터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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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로부터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로부터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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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정상규·서국화·김자연 변호사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 박인화씨 등이 나섰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재산 피해 집단소송은 어쩌면 주민들한테 남은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전은 물론, 밀양시도 송전탑 공사와 관련한 주민들의 재산 피해에 대해 조사한 적이 없었다.

한전은 송전선로 경과지 마을에 대해 공동기금(지역개발사업) 이외에 가구당 450만 원(평균)을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수천만 원, 수억 원씩 피해를 입었는데 '이 정도 보상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고답마을 주민 "이전에는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이곳은 송전선로 115번 철탑이 세워질 예정이다. 철탑은 마을 과수원에 들어설 예정인데, 한전은 위치만 선정해놨다. 주민들은 이곳에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였다.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농사를 짓다가, 농성을 하다가 달려왔다. 주민들은 밀양시로부터 받은 '공시지가 결정 통지문' 아니면 지번과 평수를 적은 쪽지를 들고 왔다.

강아무개(62)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휴양하려고 2011년 집을 사고 태양열 시설까지 해서 총 1억7000만 원이나 들어갔는데, 그때는 사실 송전탑이 들어오는 줄 몰랐다"라면서 "다른 데로 이사를 가려고 2년 전부터 복덕방에 집을 내놨는데,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풍광도 좋고, 공기도 좋아 이전에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새로 이사를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라면서 "부동산중개업자가 도시 사람들한테 팔려고 집을 지었다가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는 수 없이 자기들이 사는 집이 두 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일.정상규 변호사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을 만나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일.정상규 변호사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을 만나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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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일.정상규 변호사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을 만나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일.정상규 변호사가 10일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을 만나 송전탑 피해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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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결정통지문을 들고 온 김아무개(67)씨는 "10년 전 밭 800여 평을 평당 4만 원 정도 주고 샀는데, 지금은 시세로 따지면 평당 10만 원은 넘어야 한다"라면서 "송전탑만 아니면 이곳 땅은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정도일 텐데…, 지금은 형편없다"라고 말했다.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이도 있었다. 서아무개(79)씨는 "아이들이 객지에 있어 집과 대지를 팔려고 지난해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놨는데 팔리지 않는다"라면서 "송전탑 때문에 우리는 망했으니, 제발 우리 재산 좀 찾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김아무개(62)씨는 "송전탑에서 500m 정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재산 가치가 떨어졌다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라면서 "이웃 집이 얼마 전에 매매가 됐는데, 이전 주인은 평당 20만 원을 요구했지만 10만 원에 성사됐다고 한다, 절반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정아무개(74)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택이고 전답이고 종전의 절반 안팎 가격으로 떨어졌고, 무엇보다 매매가 형성되지 않는 게 큰 걱정"이라면서 "이렇게 된 원인은 모두 송전탑 때문이다, 우리가 이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지난해 10월부터 헬기로 공사장비·자재를 실어 나르면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헬기 소음 피해도 호소했다. 김아무개(67)씨는 "소를 키우는데 헬기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암소의 송아지 생산이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지난해 10월부터 경찰이 밤에도 왔다갔다 하다 보니 개가 짖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인근 주민들은 과일 농사도 걱정했다. 올 봄에 매실꽃이 필 때 벌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꽃이 폈을 때 벌이 날아다니면서 수정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벌이 적게 날아 왔다"라면서 "헬기 소음 때문에 벌이 날아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수확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걱정했다.

고정마을 주민, 시세보다 1/3 낮게 팔아

고정마을 김아무개(65)씨는 "돈이 필요해서 760여 평 되는 농지를 팔려고 내놨더니, 지난 해 가을부터 송전탑 공사로 시끄러워지면서 밀양시내 여러 군데 부동산중개소에 물어봤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송전탑 때문에 그때는 땅을 사려는 사람도 없었고,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얼마 전에 땅값을 확 낮춰서 내놨고 겨우 거래가 성사됐다"라면서 "평당 6만 원에 팔렸다, 이전 같았으면 2배가량인 10~12만 원에 팔렸을 땅이다, 이게 다 송전탑 때문"이라고 억울해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일, 정상규, 서국화 변호사가 10일 밀양 너른마당에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 이계삼 사무국장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일, 정상규, 서국화 변호사가 10일 밀양 너른마당에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 이계삼 사무국장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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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1/3 가격에 팔린 집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골안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객지 사는 사람이 4년 전에 샀던 집인데, 한 달 전에 다른 객지인한테 팔렸다"라면서 "도로 옆에 집이 있어, 이전 같으면 평당 30만 원은 했을 것인데 11만 원에 매매됐다고 한다, 송전탑 때문에 집값이 1/3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밀양 주민들은 농협 담보대출도 어렵다. 한 주민은 "매화 과수원의 경우 농협에 담보대출을 이용하면 평당 20~30만 원은 될 텐데, 얼마 전에 알아보니 1원도 안 잡아 주더라"라면서 "거래가 되지 않으니까 자료가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가 하락, 농축산업 피해 등 조사

법률지원단은 이번에 밀양 부북면 평밭·위양마을, 상동면 고정마을, 단장면 동화전마을, 산외면 골안마을 등 다섯 개 마을의 주민을 만나 송전탑 공사로 인한 지가 하락 실태와 농·축산업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정상규 변호사는 "주민들은 처음 샀던 가격보다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고 하소연 하고 있으며, 지금은 아예 거래 자체가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라며 "주민들은 땅값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 피해·농업 피해도 걱정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정일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송전탑 피해 지역이 많다, 밀양에서 먼저 집단소송을 내면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실태조사를 철저히 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률지원단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환경위원회, 부산지부, 경남지부),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서강대 '기업의사회적채임과법센터'로 구성됐다.

한전은 신고리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밀양 5개면에 총 69개의 송전탑을 짓는다.

밀양 청도면 송전탑을 세웠던 한전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면(부북·상동·단장·산외)에 총 65개의 철탑을 세우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예정지인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부북면 위양마을 127번,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공사 현장에서 움막농성 중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일 변호사와 서국화 변호사가 10일 밀양에서 만나 실태조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일 변호사와 서국화 변호사가 10일 밀양에서 만나 실태조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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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10일 밀양시민단체 '너른마당'에 모여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과 함께 실태조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은 10일 밀양시민단체 '너른마당'에 모여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과 함께 실태조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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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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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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