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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오후 11시 20분께 전주 신성여객 해고노동자 진OO 조합원이 회사 옥상 국기봉에 목을 매 자결을 시도했다. 뒤늦게 이를 본 조합원들에 의해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1일 오전 의료진은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 시간이 길어 뇌가 많이 죽은 상태"라면서 "심장은 박동하지만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의료진은 앞으로 72시간 동안 경과를 지켜보자는 뜻을 전했다.

5월 1일 새벽, 진 조합원이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진 조합원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었다.

진 조합원은 유서에서 "사측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라"고 남겼다. 주변 노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진 조합원은 최근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심적 괴로움을 많이 겪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동료 기사 A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죽인 것"이라고 울먹이며 "회사의 회유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참소리>는 지난 4월 28일 진 조합원이 동료 B씨와 통화한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통화에서 진 조합원은 "한두 달 동안 회사 관리자들의 장난에 놀아난 것 같아 억울하다"면서 "회사 관리자 C가 회사 관리자 D를 만나보라면서 끈 놓지 말고 계속해보라고 하여 그만하자고 했다. 이제 내 마음이 변했다. 대법까지 갈 생각이다"며 회사의 회유에 대한 심정을 드러냈다.

자살 시도 다음날 행정심판 선고, "부당해고가 맞다"

진 조합원은 2012년 초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맞서 쟁의행위를 벌이던 중 다른 노조 조합원과 다툼이 벌어다 그해 6월에 구속되었다. 9월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출소했다. 사측은 10월 30일 징계위원회를 거쳐 진 조합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사측은 해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13년 2월 20일 진 조합원의 해고를 취소하고 다시 징계위를 열어 3월 4일 최종 해고 통보했다.

하지만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3년 5월 20일, 2013년 2월 7일 사측과 노조가 맺은 새로운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서를 근거로 진 조합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노·사가 새로 맺은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에는 ▲ 모든 징계는 사유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징계위를 거쳐 처분해야 한다 ▲ 임금 사건을 제외하고 현재 진행중인 모든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북 지노위의 판결을 뒤집고 진 조합원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진 조합원을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광주지방법원은 오늘(5월 1일) 오전 9시 50분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은 부당하다"며 진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심판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성여객에서 진 조합원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동료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이길 것인데, 조금만 참지 그랬느냐"며 "본인이 그렇게 기다린 판결 아니었냐"며 오열했다.

"해고기간 사측 농간에 힘들어 했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 관계자들과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며 약 3년의 해고기간 동안 사측은 진 조합원에게 복직을 미끼로 회유를 했다.

동료 조합원 B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민주노총 탈퇴와 통상임금 소송 등을 취하하면 다시 복직할 수 있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참소리>가 입수한 동료 B씨와의 통화 내용을 봐도 진 조합원은 회사 관리자의 이런 회유에 무척 괴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신성여객지회 관계자는 "진 조합원이 회사의 회유로 몇 차례 미안하다며 고민을 털어놨다"면서 "이에 우선 복직이 우선이고, 마음만 함께 가면 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 조합원은 회사의 복직 회유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은 "올 초 설날에 만났을 때 회사와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다"면서 "곧 복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조합원은 2010년 말부터 시작된 전북지역 버스투쟁에 끝까지 함께한 조합원이었다. 당시 민주노총 버스노조는, 한국노총 버스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의 통상임금을 1인당 100만원에 합의하고 자신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자 버스기사들이 반발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후 2010년 12월 8일 노동조건 개선,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100여 일의 파업을 벌였다. 민주노총의 버스투쟁은 대중교통 문제를 단 시간에 전북지역 최대 이슈로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버스사업주들의 비리와 경영 부실 등이 드러났다. 당시 드러난 버스 문제는 이번 6·4지방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유서와 함께 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진 조합원이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5월 1일 오전 7시 40분께 예약 발송되었다.

한 조합원에게는 "형님 고마워요. 형 같은 분이 있어서 민주노조가 발전하네요. 나 죽어 민주버스가 더욱 더 발전하기를 바랄게요. 죽어서도 이놈들 아니 우리 신성 기사 출신(회사 관리자)들 도태시켜요. 내가 자존심 버리고 살아가려고 발버둥쳤는데 나를 이용하네요. 용서하지 마세요. 형님 고맙습니다. 진OO는 성질대로 깨끗이 가고 이놈들 가만두면 안 돼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이걸로 대신합니다. 그간 고맙고 고맙네요"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성여객,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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