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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노동절(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노동자'를 순화 대상 용어로 지목했다 망신을 당했다. 이미 지난 1993년 '근로자'와 함께 써도 좋다고 스스로 허용해 놓고 20년 넘게 누리집에 순화대상어로 올려놓은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원장 민원식)은 지난 30일 오후 공식 트위터 계정(@urimal365)에 "노동절은 1963년에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면서 "'노동자'는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노동자'는 부정적 의미 내포? 허용해 놓고 22년째 방치 

정부와 달리 노동계에선 그동안 '근로자'보다 '노동자'란 표현을 더 많이 써왔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국립국어원은 이날 "1992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국어순화자료집에 '노동자'를 '근로자'로 순화해서 표현하라고 적시되어 있어 그것을 따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노동자'란 말에 '부정적 의미가 내포'돼 있어 순화대상어로 선정했고 실제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지금까지 순화대상어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심상정 의원이 이듬해 나온 1993년판 국어순화자료집을 확인한 결과 노동자라는 용어를 그대로 써도 무방한 것으로 고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노동자'와 '근로자' 모두 표준어로 등록돼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국립국어원은 이날 저녁 트위터에 "1993년 '노동자'를 순화 대상어에서 제외했다, '노동자'도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정정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국립국어원은 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노동자'와 '근로자'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며 "'노동자'를 '근로자'로 바꾸어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자를 순화어로 착각한 담당자가 잘못 답변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트위터 답변 등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검토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위터 뿐 아니라 국립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에서도 '노동자'를 검색하면 '근로자'로 순화하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1일 오전 11시 현재 누리집 순화대상어 목록에서 '노동자'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검색 목록에는 순화대상어로 남아있다.(사진)

국립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에서 '노동자'를 검색하면 순화대상어로 분류돼 '근로자'로 고치라는 안내가 뜬다. 5월 1일 오전 11시 현재 해당 내용은 삭제했지만 검색 목록에는 여전히 관련 내용이 떠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에서 '노동자'를 검색하면 순화대상어로 분류돼 '근로자'로 고치라는 안내가 뜬다. 5월 1일 오전 11시 현재 해당 내용은 삭제했지만 검색 목록에는 여전히 관련 내용이 떠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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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심상정 의원은 "결국 국립국어원이 개정되기 전 자료를 근거로 '노동자'가 순화되어야 마땅한 단어라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전파한 셈"이라면서 "1992년판 국어순화자료집의 취지라고는 하나,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2014년까지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은 '노동자'를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우리 정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 해프닝"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단 한 번도 '노동'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에서부터 이미 예견되었지만 정부기관의 '노동'에 대한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인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태그:#노동자, #노동절, #국립국어원, #근로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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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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