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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책 표지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책 표지
ⓒ 김무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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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사이'란 뜻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심심찮게 쓰이던 이웃사촌이란 말은 우리 사회에서 존재를 감추고 말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이웃이란 사촌처럼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대신 이웃은 가까이 있지만 알지 못해 두려운 사람, 또는 있어서 서로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웃이 서로 불편한 존재라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에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도 다른 곳을 바라볼 뿐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층간 소음 때문에 서로를 살해하는 참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 뉴스에서 보도되는 많은 사건사고 때문인지, 친한 이가 아니면 아무리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해도 불신의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다름을 배제하는 이런 상태는 서로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힘을 소멸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함께 공유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이다. 셰어하우스란 일본에서 시작된 신개념 주거공간으로, 각자의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방은 갖되 부엌이나 거실과 같은 공간은 서로 공유하는 형태의 집이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는 이런 셰어하우스에 대해 소개하고, 그곳에서 사는 이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책이다. 

다름을 존중하는 셰어 라이프

일본인인 저자는 책에서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셰어하우스에 대해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셰어하우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셰어하우스가 어떤 것인지, 또 셰어하우스가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나와 가치관이 다르거나 생활 방식이 다른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즉 셰어 라이프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는 겁니다.(24쪽)

저자는 책에서 언급한 셰어하우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 외에도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 했다. 바로 셰어하우스가 '다름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 결여돼 있는 이런 마음가짐이 셰어하우스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에 살면서 일본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도 그들과 빼닮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다름의 존중이란 개념은 없어진지 오래다. 나와 다르면 배척하고, 나와 한편이 아니면 적이 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오로지 정상과 비정상으로 편을 가르는 사회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다.

날씬한 사람은 뚱뚱한 사람을 경멸하고, 키가 큰 사람은 키가 작은 사람을 무시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우리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뉜 사회, 다름을 비정상으로 매도하는 사회 말이다.

상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가짐 또한 중요합니다. 별것 아닌 일은 그냥 넘어가주고, 상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중략) 이런저런 발견을 하는 사이에 내가 '상식'이라 믿어온 것들이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일종의 문화 충격을 겪는 것이지요. 이런 경험은 어른이 된 후에는 좀처럼 하기 힘든 법입니다. 덕분에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셰어 라이프의 묘미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릅니다.(83쪽)

저자는 셰어 라이프가 사람들의 이런 경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배제하는 사회는 다름을 비정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에서의 삶은 다르다. 타인을 만나고 서로의 다름에 대해 대화하고 경험하면서,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문화 충격'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이런 문화 충격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본래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내성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공부하고, 같은 목표를 바라보게 하는 교육 때문인지 이런 내성을 얻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다름을 배척할 뿐 인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셰어 라이프를

현재 셰어 라이프는 셰어하우스 내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셰어 라이프의 의미는 셰어하우스 내에서만 통용되기에는 아까운 것이다.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배워야할 중요한 가치다. 이런 중요한 가치가 셰어하우스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때, 불신과 불신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http://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니시카와 아쓰코 씀 배가혜 옮김 / 푸른지식 / 2014.2 / 13,800원)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 즐겁고 넓고 싸고 외롭지 않은

니시카와 아쓰코 지음, 배가혜 옮김, 푸른지식(2014)


태그:#셰어라이프, #신개념주거공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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