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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피어나야할 때에 낙화한 꽃같은 아이들, 피어나야 했을 아이들 생각에 살아있는 것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 낙화 한창 피어나야할 때에 낙화한 꽃같은 아이들, 피어나야 했을 아이들 생각에 살아있는 것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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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름째, 단 한 건의 기적도 없었다니 가슴이 먹먹하다.

숨겨졌던 사실들이 하나 둘 드러날 때마다 분노는 치밀어 오르고,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있는 가여운 영혼들을 생각하면 희망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14일이 지나서야, 형식적인 사과를 하면서도 여전히 자기의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음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을 보면서 '저것들이 사람인가?' 싶어 치가 떨린다.

봄비에 떨어져 버린 살구, 가지에서 떨어진 아픔을 누가 알까?
▲ 떨어진 열매 봄비에 떨어져 버린 살구, 가지에서 떨어진 아픔을 누가 알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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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책임회피를 하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능한 고위관리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이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이번 참사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해 비방하고, 너희의 죽음을 욕되게 하고, 이젠 다 되었으니 침묵하자하고, 너희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의 확산을 막으려 하고, 그런 거짓 주장들에 동조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 어찌 건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니?

느티나무의 열매가 떨어졌다. 그 열매들처럼 아이들도 우리 곁을 떠났다.
▲ 떨어진 것들 느티나무의 열매가 떨어졌다. 그 열매들처럼 아이들도 우리 곁을 떠났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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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피어나지 못하고 떨어진 꽃처럼, 익지 못하고 떨어진 열매들 처럼 우리 곁에서 떠난 너희들이 있고, 아직 시신조차도 다 찾지 못했는데 이렇게 서둘러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다니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이들아, 살아남은 자의 몫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다.
그제와 어제는 비가 와서 슬펐고, 오늘은 화창한 날이지만 화창하니 힘들다. 이런 햇살을 너희들이 마음껏 누렸어야 하는데, 너희들은 이 빛을 누리지 못하는구나.

사고 이후 그 어떤 날도 먹먹하고 아프기만 하다.

먼저 가야할 것들은 남아있고, 아직 피어나야 할 꽃들이 먼저 졌나니...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은행 꽃 먼저 가야할 것들은 남아있고, 아직 피어나야 할 꽃들이 먼저 졌나니...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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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부끄러운 날은 없었다.
고작 분노하고, 어떻게든 일상의 삶을 회복해 보려는 나약한 이기주의 앞에서 아저씨는 이 분노를 참지 않기로 했다.

1987년 6월, 이런 심정으로 거리에 선 뒤 처음으로 다시 그 심정이 되었다. 미안하다. 그동안 분노하기만 하고 행동하지 못했던 날들이 미안하다.

떨어진 꽃들아, 피우지 못한 채로 떠난 꽃들아, 너무 미안하다.

아무리 좋은 빛이라도 그 빛이 슬픈 날이다. 사고발생후 보름이 지났지만, 기적도 없었고, 이젠 그 책임자들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반격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 실루엣 아무리 좋은 빛이라도 그 빛이 슬픈 날이다. 사고발생후 보름이 지났지만, 기적도 없었고, 이젠 그 책임자들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반격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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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닫혀있는 문만 보면 겁이 난다.
저 문만 열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터인데, 저 문만 열라고 했다면 그토록 의연하게 구조를 기다리던 너희들이 질서있게 갑판으로 나와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질 못했구나.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무서웠니?

혹시 나 혼자서만 빠져나오려 하면 다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선내방송에 귀를 기울였을 너희들, 지시하면 "네!"하기만 하도록 강요한 이 세상이 밉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 머물지 말고 아이들의 아픔을 씻어줘야 한다.
▲ 흔들림 모든 것이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 머물지 말고 아이들의 아픔을 씻어줘야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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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일상으로 돌아올 수가 없구나.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속속들이 밝혀지는 진실과 어른들의 무책임함과 책임져야할 일들의 회피와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과 자기와 관계없는 듯 너희의 죽음을 능멸하고, 엄마아빠의 가슴에 못을 박는 악플을 다는 철부지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당 책임져야할 이들은 자기들의 자리보존을 하는 것이 급선무란다. 자기들 자리지키는 일에는 그토록 철두철미한 것들이 너희들을 지켜주는 일에는 무능하다 못해 젬병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들은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눈구나.

'내 탓이요!'를 외치는 이들 조차도, 내 탓이나 하지 무슨 책임을 묻느냐고 훈계를 하는구나. 정말 나쁜 놈들이다.

모든 것이 눈물이다. 이 눈물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이들 중에는 오로지 자기 살길에만 골몰하는 이들이 있다.
▲ 눈물 모든 것이 눈물이다. 이 눈물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이들 중에는 오로지 자기 살길에만 골몰하는 이들이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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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더란다.
너희들의 눈물, 너희들을 먼저 보낸 가족들의 눈물, 너희들의 죽음을 진정으로 안타까워 하는 눈물처럼 보였다.

저 눈물로 저 초록생명은 더 싱그러워지겠지.
이 눈물로 이 나라의 썩어빠진 모든 것들을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지 못한다면, 더는 이 나라는 희망이 없겠지.

아저씨의 막내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란다.
그날 이후 막내도 웃음을 잃어버렸다. 자기도 거기에 있었다면, 그렇게 너희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더라.

차마, 너희의 죽음을 능멸하는 글들을 옮기지는 못했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고, 인간의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잘못을 대신 지고 먼저 간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이젠 미안함을 넘어서서 분노할 것이다. 너희들에게 미안하지 않을만큼, 분노하여 책임을 져야 할 이들과 너희들을 능멸하는 이들이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하면서 남은자의 미안함을 씻어 갈 것이다.

정말, 미안하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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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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