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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에 마련된 유가족대책위 사무실에서 유가족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표 기자회견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에 마련된 유가족대책위 사무실에서 유가족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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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30일 오전 8시 18분]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유가족은 29일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고경위 파악, 불투명한 성금 모금 중단 등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했지만, 시기나 내용면에서 불충분했다며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고 14일째, 희생자는 이제 200명이 넘었다. 29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와스타디움 회의실에 학생 100여 명의 가족들이 모였다. 대부분 검은 옷을 입은 유가족들은 2시간가량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했고, 유가족대책위를 꾸렸다.

오후 6시 반, 딸을 잃은 김병권(50)씨가 대표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기자회견 전 기자들에게 "유가족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제발 부탁인데 정확하게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딸, 아들 잃은 분들은 눈물나는 정도가 아니라 집에도 못 들어간다"고 호소하며 '정확한 보도'를 거듭 강조했다. 순간 눈시울을 붉어진 김 대표는 마음을 추스른 뒤 유가족대책위의 공식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JTBC와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고 당일 세월호 동영상도 공개했다.

▲ [전체영상]단원고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15분
ⓒ 강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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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권력층에게 책임 물으라"

"첫째, 우리는 세월호 사고의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고 발생의 진상 규명을 정식으로 정부에게 요청합니다.

둘째, 우리는 정부의 태만하고 기만적인 구조 체계 탓에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사고 발생 14일이 지나도록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해 아직 바다에 남아있는 어린 학생들을 재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변명 없는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합니다.

셋째, 이 사고로 매일 울고 안타까워하는 국민여러분, 제 자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저희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업무 성과와 밥그릇 싸움, 집단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 관계자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으면서 아이를 찾으려고 허둥대는 학부모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정부 및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넷째, 지금 현재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되는 성금 모금은 저희 유가족 의사와 전혀 무관합니다. 생활재난을 당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잃은 저희들에게 성금은 너무나 국민들에게 죄송한 일임을 알려드립니다. 만약 이 사고로 안타까운 마음에 성금을 하신다면 투명한 방식으로 한 라인을 구성해 모금액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로 했습니다.

이상 저희 유가족은 지금이라도 투명한 사고 진위 파악을 요청하며, 동의하지 않은 성금 모금을 당장 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과 받아들일 수 없어... 대국민 사과 필요"

유가족 대표들은 분명하게 사과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며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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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4반 권오천 학생의 형 권오현(28)씨는 "박 대통령의 오늘 합동분향소 조문은 당연한 일"이라며 "(희생자들은) 저희 아이들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국민 사과 같은 부분은 분명히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했다.

2학년 3반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 유경근(46)씨는 29일 오전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 형식으로 사과 뜻을 밝힌 일은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 일부에게만 공개한 자리였다. (관련 기사 :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14일만에 사과 "국민께 죄송" )

"그걸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5000만 국민이 있는데, 몇몇 국무위원 앞에서 비공개로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오늘 온갖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분향소에 온 것도 무슨 광고 찍으러 온 것 같았다. 이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유가족들은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다른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걱정하며 취재진에게 "팽목항에 집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유경근씨는 "당장이라도 팽목항으로 달려가서 아이들을 꺼내고 싶다, 빨리 부모님에게 안겨야 한다"며 "이건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진도에 남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수색작업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5월 1일 진도 사고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 단원고 유가족 "대통령 조문? CF찍으러 온 것 같았다"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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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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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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