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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옥상을 폐쇄한 회사가 있다. 통신기업 KT다. KT는 지난 8일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직후 옥상을 폐쇄했다. <미디어오늘>은 KT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자살 방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옥상문까지 걸어 잠그고 단행한 구조조정 성과(?)는 대단했다. 지난 10일부터 명예퇴직자들을 접수한 결과, 21일까지 8320명이 퇴직했다. 근속연수 15년 이상 특별 명예퇴직 대상자 2만3000명 가운데 약 36%에 해당한다. 이들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30일 자로 퇴직할 예정이다.

특별 명퇴자 2만 3천여 명 대상 신청 접수... 8320명 퇴직

명퇴 신청 과정이 폭력적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KT 측은 "황창규 회장의 구조조정은 이석채 전 회장 때와 달리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신청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 명예퇴직 대상자에 오른 이들의 설명은 달랐다. 명예퇴직 대상자였던 KT직원들을 지난 28일에 만났다.

"대단히 폭력적이다. 상무, 지사장, 팀장들이 돌아가면서 면담하자고 하고, '어차피 나갈 것 아니냐'며 명예퇴직 대상자 옆자리에 아예 물품 보관 박스를 놔둔 곳도 있다. 사무실 컴퓨터를 아예 치워 버린 곳도 있고, 영업 직원들은 강당 같은데 모아놓고서는 종일 놀게 한다. 개통 직원들은 아예 차 키를 뺏어 일 못하게 만들었고. 요즘 나도 계속 놀고 있는데, 사실 바늘방석이다."

명예퇴직 대상에 올랐던 H씨 설명이다. H씨는 현재 경기도 안양에 있는 모 KT지사에서 근무중이다. H씨는 이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어떤 압력을 가해도 끝까지 버틸 계획이라고 한다. 나가봤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KT에서 20년 동안 선로 작업을 했고, 지금은 영업하고 있다. 명예퇴직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남는 쪽으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에도 5500명 정도 나갔는데, 이분들 대부분이 놀고 있다. 나도 나가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업하든, 재취업을 하든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H씨가 일하고 있는 팀은 아예 없어졌다. 그 때문에 H씨 자신도 앞으로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H씨가 하던 일이 필요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 일은 앞으로 KT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H씨와는 달리 견디다 못해 훌훌 털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도 있다. 경기도 군포지사에서 근무하는 김태용씨다. 군포 지사에 남아있는 직원은 현재 7명뿐이라고 한다. 이번에 팀장을 포함 총 22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군포 지사는 아예 없어지게 됐다. 

kt 안양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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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있어봐야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그러다 보니 비전이 없다. 인사 고가를 낮게 받으면 면직할 수 있는 조항도 생기고... 나이를 봐서는 아직 한참 더 근무해야 할 때지만(김씨는 65년생이다), 계속 고용 불안에 시달리느니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직원 지켜야 할 노조, 오히려 쫓아내는 데 앞장

이번에 명예퇴직 신청자가 유난히 많은 것은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H씨는 전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직원들이 기대야 할 노조가 오히려 명예퇴직에 동조했기 때문에 신청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H씨에 따르면 KT노조는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폐지 등의 직원 복지 축소와 명예퇴직 등의 사항을 합의해 주었다고 한다. 사실 확인을 위해 KT노동조합 안양지부장과 28일 오후에 통화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명퇴에 관해선 할 말이 없다"는 것 뿐이었다.

KT노동조합은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한 채 명예퇴직과 인사·복지제도 개선 등 피나는 노력을 회사와 함께 시행하기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명예퇴직 결정에 동의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KT에는 'KT노동조합'과는 별도의 'KT새노동조합'이 있다. KT새노조는 회사 측의 복지 축소안과 직원 감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T새노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노사합의는 명예퇴직, 분사, 복지 축소 등 모든 게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조처를 융단 폭격하듯 쏟아낸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KT의 이번 구조조정은 단일 기업으로는 역대 재계 최고 수준이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출신 황창규 회장이 부임한 지 두 달여 만에 취해진 조처다. 이와 관련, KT 내부에서는 "삼성의 문화에 익숙한 황창규 회장이 삼성식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황창규 회장이 추진 중인 KT의 구조조정이 전 계열사로 확대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를 포함하면 KT의 구조조정으로 퇴사할 인원은 1만 명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본사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계열사도 명퇴를 하고 미디어분야 등 일부 계열사는 통폐합해 직원을 자연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이번 KT의 명퇴 신청자 평균 연령은 51세로 재취업이 쉽지 않은 나이다. KT는 대리점에서 2년간 판매사원으로 일하거나 '1인 영업점'을 차릴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명퇴자들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그늘 속에서 노동자들의 한숨만 점점 깊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T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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