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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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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근혜 대통령이다. '세월호 침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정 총리는 27일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사고 발생 전 예방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고도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불거진 정부를 향한 비판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2인자'인 정 총리가 총대를 멘 셈이었다. 더욱이 정 총리의 사의 표명 1시간 후에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야권이 사고 후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 등을 질타하며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본격적으로 묻기 전, 정 총리가 먼저 나서 '김 빼기'를 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패'였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인 정 총리가 사고수습 와중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또 여야 일각에서 제기됐던 개각론은 기정사실화 됐고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 역시 강화됐다.

'책임론 진화용' 사의 표명에 비판 봇물... "국민 내버려두고 탈출?"

그동안 정부·여당은 사고수습을 1순위로 매겼다. 정 총리 역시 이날 사의 표명 기자회견에서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사고 수습을 채 마무리하지 못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고 비겁한 회피"라고 일갈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정홍원 홀로 사퇴, 비겁한 회피" )

같은 당 박광온 대변인 역시 "참담한 사고를 수습하는 것보다 성난 민심을 수습하는 것을 우선하는 자세이자 가족과 국민을 또 한 번 낙담케 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박 대변인은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말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현 상황에서 총리가 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인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면 전환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야당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김제남 정의당 원내 대변인은 "국민을 내버려두고 탈출하는 승무원의 모습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유감스럽다"라며 "수백 명 채 피지도 못한 생명들이 차디찬 바닷물 속에 가라앉아 버렸음에도 사과 한 마디 없는 대통령, 사고 수습도 되기 전에 사표부터 던지는 총리, 무기력하게 헤매는 장관들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 상황을 총리 한 사람 사임하는 것으로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지 총리'가 사임한다고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라며 "박 대통령은 비겁하게 총리 뒤에 숨지 마라"라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고수습 후에 정 총리의 사의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6시간 만이었다.

하락하는 지지율과 상승하는 심판론... 29일 박 대통령 사과하나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사의표명한 정홍원 총리,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 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생중계 화면으로 정 총리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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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박 대통령의 책임만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최고 국정 책임자로서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분출됐다.

김영환·부좌현·전해철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안산 지역 의원들은 이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 이어 박 대통령의 사과를 공식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 신속구조, 피해지원 및 진상규명을 위한 결의안' 발의와 함께 "국가재난대응체계의 총체적 부실로 최악의 참사로 커진 이번 사고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엄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 상무위 회의에서 "대통령 보위와 면피를 위한 사퇴에 국민은 더욱 분개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심상정 원내대표 역시 "이제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무한책임의 자세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면서 "유명무실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비상대책기구로 개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권은 이 같은 요구를 '정쟁'으로 치부할 공산이 크다.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지금 온 국민이 정치권에 엄중히 주문하는 것은 정쟁을 중단하고 사고수습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이 이 같은 목소리를 무시할 순 없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와 <팩트TV>가 지난 25일 전국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당국"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를 답한 이가 전체의 33.9%로 가장 높았다. 해양수산부는 19.4%, 안전행정부는 17.8%, 해양경찰청은 14.7%였고 국무총리실이 1.4% 순으로 가장 낮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40일도 남지 않은 6.4 지방선거에 미칠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조사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할 때 어떤 이슈에 중점을 두고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 심판론'은 43.0%로 '박근혜 정부 안정론(34.3%)'보다 8.7%p 높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역시 직전 조사 49.7% 대비 9.9%p 하락한 39.8%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견되는 추세기도 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가 이번 주 하락세를 보이다 어제 소폭 반등했다"라며 "67.0%(월), 61.1%(화), 56.5%(수), 54.0%(목)에서 2.6%p 반등한 56.6%(금)으로 마감했다, 주간집계로는 57.9%로 6.8%p 하락했다"라고 밝혔다.(주간집계의 경우, 전국 유권자 2500명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정 총리를 '시한부 총리'로 유임시킨 것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사고수습을 해야 할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퇴 표명을 대통령과 교감없이 했을까요, 현장 장악력 없는 총리로 여기까지 왔고 물러날 총리는 지휘장악 불가능하다"라며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이제 대통령께서 직접 사태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찌됐건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인 셈이다. 가장 가까운 시기는 이틀 뒤다. 박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시한부 내각, 6.4 지방선거 이후까지 버틴다?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사과'만이 아니다. 정 총리가 '시한부 총리'로 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개각은 예고된 상황이다. 이번 사고의 대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안전행양부와 해양수산부, 교육부 장관 역시 개각대상에 꼽힐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오석 경제부총리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 꾸준히 경질론에 휘말렸던 이들도 개각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전면 개각'인 셈이다. 문제는 지방선거다. 개각 폭이 넓을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새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다가 도덕적 흠결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권은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치명타를 맞이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개각시기를 6.4 지방선거 후로 미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날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흔들림 없는 사고수습'을 급선무 과제라고 재차 강조한 것 역시 지방선거 전 전면 개각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야권 역시 구체적인 개각시기를 고민 중이다. 6.4 지방선거 전에 예정된 정치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내달 8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9대 하반기 원구성도 진행된다.

결국 청와대가 전면개각을 결정하더라도 새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담당할 상임위부터 구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새 내각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이유로 여당의 요구대로 원 구성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정보위원회 상설화, 국가정보원 특검 등 전반기 국회의 쟁점이 그대로 살아있다.

또 최경환 원내대표는 앞서 '상임위원장 선출이 지연되는 경우, 의원 수가 많은 교섭단체부터 상임위원장을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이 내용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이 장악하려는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내달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강창희 국회의장 문제도 겹친다.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 강 의장의 임기 만료 후에도 지속되면 입법부 수장마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한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개각을 단행하더라도 입법부 공백 기간과 맞물릴까 걱정"이라며 "적어도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30일 가까이 줄다리기가 예상되고 의장마저 새로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청문회를 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태그:#박근혜, #정홍원, #6.4 지방선거, #세월호 침몰사고, #대국민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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