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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중복3급장애인 송국현(53·남)씨가 자립생활 체험 홈에 난 화재로 얼굴, 팔, 등에 3도 중화상을 입고 입원 중이지만 중태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자립생활 체험 홈' 거실에서 불이 났다. 오른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송씨는 언어 장애까지 있어 불길을 피할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연기를 본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소방관이 출동했을 때 송씨는 새까맣게 탄 침대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1등급과 2등급에만 활동보조 지원을 하는 장애인 등급제가 부른 인재였다.

국민연금 장애인심사센터 앞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송국현씨(왼쪽)
 국민연금 장애인심사센터 앞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송국현씨(왼쪽)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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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사고로 장애를 입은 송씨는 24년간 시설에서 생활하다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지난 2013년 10월 시설을 나왔다. 혼자서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장애 3등급인 송씨는 1등급과 2등급만 받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송씨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재심에서도 3등급을 받았다. 긴급 복지지원을 받으려 주민센터 문을 두드렸지만 3등급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지원되는 월 24시간 제공되는 가사간병 서비스도 주말과 야간에는 이용이 어렵다고 했다. 송씨의 자립을 돕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자체 예산을 털어 지난 3개월 동안 하루 20시간의 활동보조 인력을 지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송씨는 활동보조인 없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의 도움으로만 생활을 버텨가던 중 변을 당한 것이다.

화재로 3도 화상을 입고 입원중인 송국현씨
 화재로 3도 화상을 입고 입원중인 송국현씨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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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해치마당에서 602일째 부양의무제와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위해 농성을 벌여 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우리가 좀 더 열심히 투쟁했으면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인 송국현씨가 이렇게 고통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불이 나서 사고가 난 뒤 기자회견 수없이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렇지만 너무 억울해서 안 되겠다. 이번에 찾아가면 국민연금 장애심사센터는 뭐라고 할까? 아마 '법이 그렇다, 지침이 그렇다, 우리는 힘없다. 복지부가 하라는 대로 한다. 불이 나서 화상 입은 것이 우리 책임인가'라고 변명할 것이다. 국현씨가 며칠 전 국민연금 장애심사센터 앞에서 활동보조 받게 해달라고 기자회견 할 때 사진을 보고,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사진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과 2014년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은 14일 오후 국민연금 공단 앞에서 "언어장애로 도움 요청도 못하고, 열린 문으로 탈출도 못한  중증장애인이 장애등급 3급이라니 말이 되는가. 국민연금공단은 장애등급 이의신청 접수도 회피해 이런 사고를 불렀다"고 성토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장애인 다 죽이는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장애인 화재사고 방조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죄하라!"


태그:#장애인등급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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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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