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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이 4월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정무위에서 야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해주지 않으면 4월 국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시사했다,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는 "우리가 야당일 때에는 적어도 민생·국익·안보를 위한 법안 처리에 여야를 따지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일 때는 국민을 위해 통과돼야 할 법안의 상당수가 발목 잡히고 빛을 보지 못했다"라며 "국회선진화법 뒤에 숨어 오만과 횡포를 부린 결과"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앞서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만) 빼내서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형평성을 고려해 (지정은) 어렵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며 원활한 국회 운영을 발목잡기 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국회는 해당 곡의 5·18 기념곡 지정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재석의원 200명 중 찬성 158표, 반대 13표, 기권 29표로 여야 구분없는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됐다.

1년 여가 지난 후, 정부는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며 기념곡 지정을 반대했고 기념곡 지정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할 국가보훈처 역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입장을 바꾼 최경환 원내대표는 '발목잡기'라며 야당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동조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의 '마이웨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힘 못 받아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임을 위한 행진곡' 5.18 지정곡 반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강기정 "임을 위한 행진곡, 5.18 지정곡 꼭 되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임을 위한 행진곡' 5.18 지정곡 반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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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나는 당 원내지도부와 생각이 다르다, 여당 정무위원 중 이 문제를 두고 '발목 잡는다'라고 표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그렇지만) 독립된 헌법 기관인 의원이 하는 말을 다른 곳에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 않나, 여당 원내지도부의 말은 야당 원내지도부가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 때문에 정무위 내부에서 또 다시 갈등을 빚자 원내지도부와 선을 그은 것이다.

유수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역시 "정무위 개점휴업으로 한시가 급한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이 문제로 국회 상임위 파행은 지나치다"라며 야당을 비판하면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며 최 원내대표와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기념곡 지정 주관부처인 보훈처가 시간 끌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냥 미루는 건 해법이 아니"라며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불려졌다, 우리 사회가 노래 한 곡으로 흔들리는 시대는 지났다, 전향적인 사고에 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실상 5·18 노래라는 걸 국민들이 다 알고 있고, 행사 때마다 계속 불러왔기 때문에 사실상 기념곡"이라며 "법적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보훈처가 그냥 제정해서 공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보훈처가 국론 분열을 선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국가보훈처의 '시간 끌기'가 현 상황의 근본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발끈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가 정무위 법안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거처럼 말했다"라며 "이는 이념논쟁과 국론분열 운운하며 기념곡 지정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보훈처와 정홍원 국무총리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념논쟁을 일으켜 민생의 발목잡는 것은 오히려 정부 여당"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국회 결의안 채택이 1년이 넘었음에도 정부가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의 결론을 무시함으로써 국회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형평성'에 대해서도 "보훈처가 관장하는 3·15의거, 임시정부수립일, 4·19, 6·25, 순국선열의 날 등 여타의 국가 기념일에서는 모두 기념곡이 있고 공식 기념 식순에 반영돼 합창이 아닌 제창을 하고 있다"라며 "반면 5·18만 기념공연 순서에서 합창단이 합창을 하고 있다, 형평성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 보훈처"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기식 정무위 위원은 "최경환 원내대표는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에 찬성해놓고 이제와서 딴 나라 사람 처럼 얘기한다"라고 힐난했다.


태그:#임을 위한 행진곡,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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