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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군을 위한 명분 쌓기인가, 무공천 다지기 포석인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전격적으로 여론조사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생각은 기초선거 무공천에 변함이 없지만 당내 여러 반발이 존재하는 만큼 여론조사로 결론을 내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같은 안 대표의 결정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최종 면담불가 입장을 통보받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철수 김한길 두 공동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원 투표+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해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 대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뜻을 물어 나온 결과를 수용하겠다"며 "설사 그 결과가 당초 내세웠던 무공천 소신과 원칙에 반한다 해도 국민과 당원의 총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여론조사 50%, 왜 포함시켰나  

6.4지방선거를 57일 앞둔 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6.4지방선거를 57일 앞둔 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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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수해 온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안 대표는 "정당공천의 폐해를 극복해 기득권 정치를 혁신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기본을 바로 세운다는 원칙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며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과 당원들이 무공천 입장을 지지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같은 두 대표의 결정에 따라 전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 임할 당원의 범위는 일반당원을 뺀 권리당원까지 포괄할 예정이며,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 지지자는 국민여론조사에서 제외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같은 여론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도 설립된다. 8일 안에 여론조사 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의 구성과 임명 등의 절차를 밟게 되며, 이의 구성은 전적으로 두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이같은 두 대표의 뜻은 8일 오전까지만 해도 상임최고위원들에게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접한 몇몇 최고위원들은 격분하며 "세상에 이런 민주주의도 있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당 대표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최소한 지도부와 상의는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위한 '전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안을 들고 왔고 이에 대해 여러 토론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5 : 5' 조사 비율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해졌다. 잡음이 거셌던 것.

한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이 기초선거 공천 여부를 묻는데 왜 국민여론조사 반영비율을 50%나 해야 하느냐"며 "당의 공천여부를 결정하면서 국민들에게 그 뜻을 묻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무공천 입장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최고위원은 "여기서 회군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당내 공천여부를 국민여론조사로 묻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선택"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대로 기초선거 무공천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하는 전제조건이었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도 아닌데 당내 워낙 불만이 많으니 안 대표가 한 발 물러서 여론조사까지 묻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의원총회 현장에서는 원칙적으로 '5 : 5 여론조사'는 받아들이되 당의 의사결정과정의 문제점이 지적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어떻게 두 대표끼리만 의논해서 결정할 수 있느냐"며 "우리가 바라는 새 정치가 이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여론조사 문항 설계에 따라 답변 달라질 수 있어"

6.4지방선거를 57일 앞둔 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D-57, 갈길 바쁜 새정치민주연합 6.4지방선거를 57일 앞둔 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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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여론조사의 문항설계에 따라 답변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론조사는 철저히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며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설문문항 설계에 응답자들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만약 문항설계를 새누리당의 약속파기 문제를 강조하면서 선거의 룰로서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입장을 묻는다면 압도적으로 무공천 철회 기류가 높게 형성될 수 있지만 단순히 공천여부만 묻는다면 무공천 여론이 높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조사를 분석해보면 여전히 국민들은 정치 불신이 높기 때문에 정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따라서 전 당원투표에서 기초선거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높게 나올 경우 무공천 강행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 대표의 제안이 결과적으로 기초선거 무공천 회군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라 사실상 대국민 호소를 통해 기초선거 무공천을 공고하게 만들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안철수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을 무려 다섯 번이나 강조했다.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원칙'과 '소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국민과 당원들이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려는 우리의 뜻을 살펴달라, 기득권 정치를 바꾸려는 의지를 모아달라"며 "새정치연합의 창당정신이며 약속을 지키는 정치에 선거 유불리를 떠나 흔쾌히 지지해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여론조사라는 주사위를 던지고 국민과 당원들의 뜻이 자신의 소신보다 우선한다고 했지만 실제 조사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공천이라는 아주 중요한 당의 결정을 국민여론조사 50%로 결정한다는 조건을 넣어놓은 것을 보고 이건 꼼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을 누르고 자신의 뜻을 관철해 이기든 지든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무공천 관철을 위한 정치쇼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자칫 무공천 논란으로 시작해 무공천 논란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의제를 만들고 질서정연하게 대오를 갖춰 선거를 치러도 이길까 말까 한 선거가 조직이 사분오열 된 상태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쉽사리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태그:#안철수, #기초선거 무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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