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된 가운데 3일 오전 주민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된 가운데 3일 오전 주민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된 가운데 3일 오후 2시 현재 경찰이 사고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된 가운데 3일 오후 2시 현재 경찰이 사고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포탄이 떨어진 듯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 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주차장이 푹 꺼졌다. 길이 80m, 폭 7m의 도로였다. 평균 2m, 깊은 곳은 5m 가까이 지반이 무너졌다. 건물로부터 불과 3-4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도 폭삭 내려 앉았다.

아파트 단지 옹벽 곳곳은 과자 부스러기처럼 으깨졌다. 뒤편 신안건설의 아파트 신축공사를 위해 세워진 펜스를 지지하던 H빔이 종잇장처럼 뚫었다. 당시 이곳에서 폐지를 줍던 주민 1명은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 중이다. 주차돼 있던 1대의 승용차는 장난감처럼 콘크리트 사이에 박혔다.

'우르르르릉'

임창환 할아버지(83)와 김유선 할머니(80) 부부는 "생전 처음 들어본 소리"라고 했다. 땅이 꺼진 후 10여 분이 지나 대피 방송이 나왔다. 김 할머니는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집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했다. 집에서 입고 있던 얇은 옷 그대로였다. 끼니 때마다 챙겨 먹어야 할 혈압약, 당뇨약도 그대로 두고 왔다.

노부부는 오후 7시까지 아파트 앞 놀이터에 머물렀다. 302동, 303동 주민 350세대도 똑같은 신세였다. 경찰은 앞서 오후 5시에서야 주민들이 옷가지, 생필품 등을 챙겨나오게 출입을 허가했다. 안전 문제로 아파트 두 동의 전기와 가스는 모두 끊긴 상태였다. 8층에 사는 노부부는 10분 넘게 걸어올라가 외투와 약을 챙겨 나왔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됐다. 아파트 건물과 3, 4m 떨어진 곳까지 도로가 붕괴됐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됐다. 아파트 건물과 3, 4m 떨어진 곳까지 도로가 붕괴됐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주민들, 꾸준히 안전 문제 제기했지만...

인재였다. 사고 원인은 사고 지역 뒤에서 있었던 신안건설의 아파트 신축 공사 때문이었다. 목포시는 "아파트 옆 신축공사로 갈라진 주차장 도로에 빗물 등이 들어가면서 흙이 밀려나지 않도록 설치한 패널이 토압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예측된 인재였다. 지난해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주민들은 꾸준히 안전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에 무너진 아파트 단지 옹벽과 신축 공사 현장과의 거리는 불과 5m 밖에 안 돼 보였다. 본래 아파트 단지 옹벽부터 10m 떨어진 거리가 소방도로였지만 목포시는 소방도로를 5.5m로 줄여 아파트 신축 공사를 도왔다.

공사가 시작되자 이번에 사고가 난 도로에 차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아파트 곳곳엔 당시 주민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플래카드엔 "건물 10m 앞에 지하 11m 터파기로 아파트 지반 침하, 주민들은 불안해서 날밤샌다"고 적혀 있었다.

주민 김문삼(69)씨는 "사고 전날까지 목포시 담당자가 이곳에 와 문제가 없다고 했었다"며 "그럼에도 주민들은 전부터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통행이나 주차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피 이후 약 5시간 동안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머물렀다. 이후 오후 7시께 인근의 서부초등학교 강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봄이지만 밤공기는 찼다. 일부 주민은 강당에서 밤을 지새웠지만 대부분 주민은 인근 모텔, 여인숙에 가 잠을 청했다. 사고 다음 날인 3일 만난 신용문 할아버지(88)는 "방이 영 숭악해서 못 쓰겄드만"이라며 지난 밤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됐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됐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됐다. 이번 붕괴로 주민 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당시 주민은 폐지를 줍다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민이 모았던 폐지가 사고현장에 그대로 놓여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됐다. 이번 붕괴로 주민 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당시 주민은 폐지를 줍다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민이 모았던 폐지가 사고현장에 그대로 놓여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애들이 모텔에서 등교를... 언제까지 대피 생활 해야하나"

3일 오후 2시 현재까지 대피한 302, 303동 주민들은 여전히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주변엔 경찰병력 2개 중대 180명, 소방병력 40명이 배치돼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를 막고 경찰 1명과 동행 하에 주민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의 '분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조금자(57)씨는 "일도 못하고, 밥도 다 사먹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고아무개(40대 초반)씨는 "오늘 아침에 인근 모텔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를 하기 위해 '주루룩' 나오더라"며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할지 몰라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목포시와 아파트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인 신안건설을 향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여인두 목포시의회 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신축 아파트를 짓고 있는 땅은 화물터미널이 지어질 부지였다"며 "그런데 지난해 목포시가 대체 부지를 선정하지도 않은 채 신안건설에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줬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종익 목포시장 예비후보는 "주민의 안전을 경시한 목포시의 안전불감증 행정과 사익만을 추구하고 주민을 무시해 온 신안건설 모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홍률 목포시장 예비후보도 "목포시와 건설회사는 피해 주민의 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한 대책을 빨리 세워 대응하라"며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 차원의 안전망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이광래 목포시장 예비후보 역시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건설업체는 안전하다고만 했다"며 "목포시는 추가 붕괴 우려가 없는지 정밀진단을 한 뒤에 이에 따른 신속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된 가운데 3일 오전 취재진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된 가운데 3일 오전 취재진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돼 아파트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3일 오전 이 아파트에 사는 모녀가 단지 내 놀이터에 앉아 있다.
 2일 오후 1시 57분 전남 목포 신안비치3차아파트 302동, 303동 뒤편 도로가 붕괴돼 아파트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3일 오전 이 아파트에 사는 모녀가 단지 내 놀이터에 앉아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목포시는 2일 비상대책 상황실을 꾸려 민간 안전전문가를 초빙해 안전성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긴급복구 작업은 4일까지 진행되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기간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서태빈 목포시 건축행정과장은 "피해가 난 부분은 조속히 원상복구 하도록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앞으로 입주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중재를 해 입주자와 시공사 간 원만한 문제해결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목포시는 3일 오후 2시 윤진보 부시장 주재 하에 마을 입주민 대표, 신안건설 측이 참여하는 긴급 협의회를 열었다.


태그:#목포, #도로 붕괴, #신안비치3차아파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