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칠곡보 상류 2Km 지점에 위치한 이 마을은 여전히 보 때문에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사를 망쳤다. 어떡해서든 농사를 져볼려구, 중장비로 2m 깊이로 도랑도 파 봤지만 이마저도 허사로 끝나고, 농민의 가슴속에는 갑갑함만 싸여가고 있다.
▲ 농민의 시름 칠곡보 상류 2Km 지점에 위치한 이 마을은 여전히 보 때문에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사를 망쳤다. 어떡해서든 농사를 져볼려구, 중장비로 2m 깊이로 도랑도 파 봤지만 이마저도 허사로 끝나고, 농민의 가슴속에는 갑갑함만 싸여가고 있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중순 낙동강 현장을 조사했습니다. 현재 SBS <물은 생명이다>팀과 4대강 사업 이후 우리 강의 현장을 차례로 돌아 보고 있습니다. 한강에 이어, 이번에 낙동강입니다.

4대강 사업 예산의 절반 가까운 혈세가 들어간 낙동강. 4대강 사업 이후 상태는 어떨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강이 재창조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주장과 정반대 모습이 현재의 낙동강입니다.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서, 본류와 지천 모두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칠곡보 상류 약 2Km 지점에 위치한 칠곡군 약목면의 한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정수보(64)씨는 시름이 깃든 얼굴로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칠곡보 때문에 지하수위가 올라가 이 마을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수박 생산지로 유명한 경남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일대와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에 따르면 이 마을의 지하수 수위는 해발 25.3m 인데, 칠곡보 관리수위는 해발 25.5m로서, 물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농지 침수 피해, 대책은 없어

칠곡보 관리수위를 낮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거부한 수공 등은 60억 원을 들여 저류조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 지하수를 저류조에 유도해  1년 내내 펌핑하겠다는 것으로, 축산단지가 많은 지역이라 예산만 낭비되고 또 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저류지터 칠곡보 관리수위를 낮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거부한 수공 등은 60억 원을 들여 저류조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 지하수를 저류조에 유도해 1년 내내 펌핑하겠다는 것으로, 축산단지가 많은 지역이라 예산만 낭비되고 또 다른 환경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정수보씨는 우리 일행을 자신의 밭으로 안내했습니다. 200여 평의 그의 밭은 바로 접한 다른 사람의 밭보다 약 1.5m 낮은 지대에 있습니다. 정씨는 "원래 저 밭(타인의 밭)도 이 밭하고 (높이가) 똑같았는데, 밭주인이 농사가 안되니까 사비를 들여서 성토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수근 국장은 "이 마을은 국토부도 침수예정지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보상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농지 리모델링 사업지에서 빠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농민의 심정이기에, 정씨는 연 초에 굴착기를 불러서 2m 깊이로 도랑을 팠다고 합니다. 혹시나 물이 도랑으로 모이면 뭐라도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이내 소용없게 됐습니다. 물기를 머금은 흙이 자꾸만 무너져 도랑을 채워 버렸습니다.

주민들은 갑갑한 마음에 차 오르는 지하수를 칠곡보 하류로 바로 뺄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행정기관이 제시한 대책은 마을 한 가운데 60억 원을 들여 저류조를 만들어 365일 물을 퍼내겠다는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도 문제가 있습니다. 축산 시설이 많은 이곳에 저류조를 만들면 당장 오염되고, 그에 따라 수인성 질병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칠곡보 우안 수문 틈에서는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 수문 틈으로 물이 '콸콸' 칠곡보 우안 수문 틈에서는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정수보씨는 "(저류조 공사는) 그저 (주민들) 입막음 공사일 뿐"이라 잘라 말합니다. 행정기관이 4대강 사업 부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그는 "칠곡보 수위를 저렇게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제일 좋은 건 칠곡보 수위를 낮춰주면 되는 건데, 그걸 안 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제방 침식으로 피해 이어져

일행은 농지 침수의 원인인 칠곡보를 찾았습니다. 현재 칠곡보는 수문 2곳이 보수 공사중이었는데, 우안 쪽 수문에서는 물이 그야말로 콸콸 새고 있었습니다. 이는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수근 국장은 "장마 때 수문이 안 열리면 이 일대에 큰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계속되는 침식 대문에 H빔으로 세굴방지벽을 박고, 그 위로 호박돌과 콘크리트로 제방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강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 동락서원 앞 제방 계속되는 침식 대문에 H빔으로 세굴방지벽을 박고, 그 위로 호박돌과 콘크리트로 제방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강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본류 제방 침식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구미대교 북단 아래에 위치한 동락서원 앞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동락서원은 1665년 조선 효종 6년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곳으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1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동락서원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결과 너른 모래톱, 그리고 강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겨진 꽤 운치 있는 곳이었을 테지요. 그러나 현재 동락서원 주변은 콘크리트 뿐입니다. 동락서원이 물과 만나는 지점에는 철로 된 H빔이 박혀 있고, 그 위로 호박돌과 시멘트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제방이 깎여나가고 있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도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정 국장의 지적입니다.

본류가 과도하게 준설되고 난 뒤, 제방의 모래와 흙이 쓸려 들어가면서 움푹 파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빨간색 선 부근이 원래 자연스러운 제방이 있었던 곳이다.
▲ 동락서원 위쪽 제방 본류가 과도하게 준설되고 난 뒤, 제방의 모래와 흙이 쓸려 들어가면서 움푹 파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빨간색 선 부근이 원래 자연스러운 제방이 있었던 곳이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이는 강을 과도하게 준설한 탓에, 제방 쪽의 모래나 흙이 강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침식되는 현상, 즉 '측방침식'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동락서원 바로 위쪽 제방 30여m는 움푹 파여 나가고 있는데, 제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나무들이 쓰러지면 자칫 제방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본류의 침식과 함께 지천의 침식도 계속 문제입니다. 지난해 10월 구미시 고아읍 감천 선주교 아래에서는 하수관거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수관거가 감천을 가로질러 매설됐는데, 역행침식으로 하수관거가 주저앉으면서 틈이 발생해 대량의 하수가 감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출된 것입니다.

사고지점에서 하류 8Km 지점에는 구미광역취수장이 있어서, 하수가 취수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수 유출 사고를 최초로 목격하고 행정기관에게 신고한 김연화(52) 주부는 "내 아들이 부산이 있다"면서 "이 더러운 물을 내 아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붉은 색 화살표가 지난해 10월 하수관거가 주저앉으면서 대량의 하수가 유출된 지점이다. 현장 활동가는 역행침식 현상으로 벌어진 일이라 지적했다.
▲ 감천 하수관거 사고 현장 붉은 색 화살표가 지난해 10월 하수관거가 주저앉으면서 대량의 하수가 유출된 지점이다. 현장 활동가는 역행침식 현상으로 벌어진 일이라 지적했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단절과 고립의 공간이 된 낙동강

감천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빗댄 'MB야가라'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극심한 역행침식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그에 따라 이곳에서는 제방과 하상보호공(강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등을 수차례 보수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현재도 여전히 공사중입니다. 이제는 콘크리트 보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수근 국장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해서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이라 꼬집었습니다. 4대강 사업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계속되는 역행침식이 벌어졌던 감천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보까지 만들고 있는데,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혈세가 거듭 낭비되고 있는 모습이다.
▲ 감천에 들어서고 있는 콘크리트 보 계속되는 역행침식이 벌어졌던 감천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보까지 만들고 있는데,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혈세가 거듭 낭비되고 있는 모습이다.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강과 하천은 서로 연결된 생태통로입니다. 또한 주변 육지의 특성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상하류의 흐름은 거대한 콘크리트로 덩어리도 막혔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던 곳이 준설로 깊어져 이마저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계명대 김종원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을 "거대한 물덩어리도 조각조각 잘라냈다"며 "(지금의 낙동강은) 매우 질 나쁜 거대한 호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가락국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라 불렸던 강은 불행히도 더는 강이 아닙니다. 질 나쁜 호수, 즉 '썩은 물이 가득한 저수지'가 됐습니다.

김종원 교수는 "이렇게 강을 망쳐버린 상황을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비통해 합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강을 망쳤습니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태그:#4대강, #낙동강
댓글3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유/미' 세상을 꿈꿉니다. 강(江)은 흘러야(流) 아름답기(美) 때문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