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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빠다처럼 굳어~야" "확 죽여 불랑께" "중환자실로 신혼여행가고 잡냐" 여기까지는 맛보기다.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쏟아내는 그의 이름하야, 햄릿!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하나도 둘도 셋도 아니고, 햄릿만 자그마치 넷이다. 웃지 않고 배길 자, 누구인가!!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속 햄릿의 분열된 4명의 자아는 그의 머릿속 고민들이 갈등하고 충돌하는 모습들을 극대화한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속 햄릿의 분열된 4명의 자아는 그의 머릿속 고민들이 갈등하고 충돌하는 모습들을 극대화한다.
ⓒ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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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갖고 있는 이야기와 판소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여기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정황들을 살피고 복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햄릿의 분열된 4명의 자아는 그의 머릿속 고민들이 갈등하고 충돌하는 모습들을 극대화한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로 말의 찰진 맛을 살려내 판소리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 우리 소리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할뿐 아니라 탱고와 왈츠, 스윙 등의 다양한 음악을 활용해 고전의 무게를 덜어낸다.

어느 장면 하나 명장면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공연시간 100분은 날개 단 듯 빠르게 흘러간다. 그중에서 굳이 꼽자면, 복수를 위해 오필리어와 이별을 결심하고 헤어지는 장면을 실감나는 대사들과 박자감 넘치는 장단의 소리 배틀로 풀어낸 대목과 레어티즈와의 마지막 결투 대목을 들 수 있다.

이 대목은 숙부의 독살 음모, 어머니와 햄릿 자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스피디하게 이어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극을 통틀어 가장 판소리다운 판소리로 진지하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극은 전라도 사투리로 말의 찰진 맛을 살려내 판소리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 우리 소리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극은 전라도 사투리로 말의 찰진 맛을 살려내 판소리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 우리 소리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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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나이 서른,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서른을 통과하는 혹은 이미 통과했거나 통과할 모든 이들에게 과거는 그립고 미래는 불안하며 현재는 복잡하다. 내가 만일 햄릿이었다면, 숙부에게 과감히 복수하고 오필리어와 어머니를 지킬 수 있었을까? "다음 세상엔 좀 더 편안하게 살고 싶네"라는 한숨과 작은 푸념이 한데 섞인 햄릿의 마지막 독백이 갈팡질팡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갠차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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